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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냥이 Jun 27. 2023

회사 차로 첫 교통사고를 내다.

“드륵” 차를 끼고 우회전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은 소리가 났다. 불길했다. 속으론 ‘아닐 거야 타이어랑 바닥이랑 접촉하면서 난 소리일 거야’라며 합리화를 해보지만 좋지 않은 상황이 일어났다는 걸 이미 직감했다. 


크게 한숨을 쉬고 안전벨트를 풀고 밖으로 나왔다. 바닥에는 깨진 후미등 조각이 널브러져 있었고 선명하게 맞닿아 있는 나와 상대방 차가 보였다. 면허를 딴지 십삼 년 만에 낸 내 첫 자동차 사고였다. 그것도 회사 차로. 


시설물 정비에 필요한 물품을 가지러 가려다가 회사 창고로 복귀하던 중 발생한 사고였다. 차량엔 나 혼자 뿐이라 편도체를 진정시키려 차분함을 유지하기 위해 숨을 의식적으로 내쉬었지만 역부족이었다. 호흡은 가빠졌고 심장은 빠르게 뛰었다. 순간 정신이 멍했다. 예상 못한 재난 앞에선 사람은 온전한 정신을 차리기 대단히 어렵다는 걸 몸으로 깨달았다.


상황을 인식하니 온갖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모른 척 지나갈까란 생각도 했다. "누구나 이 정도는 긁지 않나?, 혹시나 운전자가 모르지 않을까?"란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들었다. 블랙박스도 있고 후미등이 깨져서 빨간 조각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데 모를 리가 없었다. 


이성을 되찾고 사고 발생 소식을 알리려고 조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는다. 내 위에 사수분께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았다. 사고 났다는 이야기를 횡설수설한 채로 전화를 끊었다. 

         

차분한 사수분 목소리에 조금은 진정이 됐다. 간신히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데 다음 고비가 찾아왔다. 내가 사고 낸 부분이 주차장 출입구여서 빠져나가야 하는 사람들이 내 뒤에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성마른 인상의 오십 대 여성분이 나에게 나가야 되는데, 차를 빨리 빼라고 소리쳤다. 옆에는 남편 분이 있었는데, 내 사고 난 마음을 이해했는지 와이프로 보이는 그분께 그러지 말라고 말하면서 내가 어떻게 다시 차를 빼야 할 지도 알려주셨다. 참 고마웠다. 정신없어서 고마움도 표현 못했는데 정말 감사했다.       


곧이어 회사 차량관리담당자에게 전화해서 사고 난 사실을 알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물으니 보험에 연락해 보라고 연락처를 줬다. 연락처로 전화를 하니 보험회사 직원이 받는다. 현장에 직원을 직접 보내줄지 아니면 영상통화로 사고 상황을 설명할지 고르란다. 신기하다. 요즘엔 영상통화로 사고 상황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구나를 알았다. 그래도 직원이 직접 보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 직원을 불러달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불안한 마음을 의지할 곳을 찾기 위해 직원 보내 달라고 했던 것 같다. 직원이 눈에 보이면 그래도 마음이 진정될 것 같았나 보다.      


앞 뒤로 사진을 찍어두면 차를 빼도 된다고 해서 차들이 지나갈 수 있게 옆으로 빼놓고 보험회사 직원을 기다렸다. 한 십 분이 지나자 보험회사가 직원이 도착했다. 십 분이면 분명 빠르게 도착한 건데도 그 시간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직원이 와서 사고 상황을 조사하고 내 신원을 조사했다. 죄를 지은 기분으로 성실하게 답변했다.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체감상 한 십 분정도 걸렸다.      


차는 내 사수분과 조장님이 끌고 갔다. 사고 난 차량의 운전대를 바로 잡을 여유가 없었다. 이렇게 급하게 사고 처리를 하고 난 후 마음의 여유가 들자 생긴 생각은 회사에 낙인이 찍히면 어쩌지란 걱정이었다.  

    

사고가 발생하면 보고서를 올리게 되고 그럼 우리 계열 전 직원이 보게 된다. 내 사고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는 것이다. 갑자기 다시 운전하는 게 부담이 됐다. 한 번 사고는 그럴 수 있다고 쳐도 두 번 사고를 일으키면 저놈에게는 운전대를 맡기면 안 된다는 인식이 생기는 게 두려웠다.      


근데 한 편으로는 이 사고가 내 잘못만은 아니다란 생각도 든다. 주차장 출입구에 불법 주차된 차량이 아니었다면 이런 사고도 나지 않았을 것이다. 좀 오버해 보면, 그 차량이 거기에 주차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주차 문화 탓도 있지 않나 싶다.


수많은 자기 계발 서적에서는 남 탓보다는 자기 탓을 하라고 충고한다. 원인을 밖에서 찾으면 삶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일견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개인 탓으로만 몰아가는 건 현재 문제가 있는 시스템을 옹호하는 측면도 있다. 그래서 난 두 가지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구조적인 문제도 개선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내 사고를 예를 들면, 앞으로 우회전할 때 크게 도는 연습을 할 거다. 필요하다면 운전연수도 받을 생각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불법 주차된 차량들을 국민 안전 신문고에 지속적으로 신고할 생각이다. 견인 표지판을 만들어 달라고 하던지, 아니면 주차 금지 볼라드를 설치해 달라고 건의할 것이다. 


Image by PublicDomainPictures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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