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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자의 위로

성공한 이야기보다 실패한 삶이 더 위로가 될 때

by 김동준

모든 실패가 슬픈 것은 아닙니다.

세상에는 담담하게 넘길 수 있는 실패도 있고, 웃으며 지나갈 수 있는 거절도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이렇게 말하며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최선을 다했으니 됐어.”
“그정도면 잘한거야.”
“실패하면서 배우면 되지.”


하지만 반대로, 유독 사람을 무너뜨리는 실패도 있습니다.

유독 가슴을 미어지게 만드는 거절이 있습니다.

쉽게 털어낼 수 없고,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있는 실패 말입니다.


우리는 왜 어떤 실패 앞에서는 더 깊이 낙담하게 될까요.

올해 당신을 가장 괴롭혔던 실패나 거절은 무엇이었습니까.


저는 올해 참 많은 실패를 겪었습니다. 그 중에는 세상이 정해준 실패도 있었고,

제가 스스로 ‘실패’라 부르기로 한 것들도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여러 회사의 인턴십에 지원했지만,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매일 밤을 새우며 공부했고,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모든 과정이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는 제 과정을 의심하게 만들었고,

그 과정의 흔들림은 제 능력을 의심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제 강점보다, 약함과 무능력함만 더 뚜렷하게 보였습니다.


그런 실패로 가득 찬 현실 속에서, 한 번쯤은 다른 질문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내가 실패라 부르기로 한 것들,

그것은 정말 실패일까요?


누군가가 보기엔 성공일 수도 있고,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터널일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 도전했다는 증표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설령 그것이 정말 실패라 하더라도,
실패한 사람은 누군가를 위로할 수 없는 존재일까요.


세상은 성공을 자랑합니다.

완벽한 모습, 멋진 결과를 말합니다.
실패를 이야기해도, 그 끝은 늘 똑같습니다.


"포기하지 않았더니 결국 성공했다. 그러니 당신도 할 수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또 하나의 성공담으로 마무리됩니다.

그 안에서 실패는 성공을 더 빛나게 하는 배경일 뿐, 그 자체로는 머물 자리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저는 그런 이야기에서 아무런 위로도 받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잠시 저로 하여금 다시 공부하게 만들고,

일하는 자리로 돌아가게 하는 찰나의 동기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하루를 다시 살아가게 하는 힘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저를 일으켜 세운 사람은 따로 있었습니다.

그는 세상 속에서 여전히 실패한 사람이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더 부족하고, 더 연약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치열함이 있었습니다.


높은 곳을 향해 당당히 올라가는 걸음은 아니지만,

그는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도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그 길에 대한 확신은 놓지 않았습니다.

한걸음 한걸음을 온 힘을 다해 내딛고 있었습니다.


남들은 비웃을지라도,

조금이라도 죽어가는 것들을 더 사랑하려 애쓰는 모습.
사랑하는 이 앞에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


그 모습이 제게는 가장 큰 위로였습니다.


저는 함부로 누군가를 위로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 마음을 안다고 말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끝이 보이지 않는 실패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면,
이 말만은 전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마주한 그 실패가 누군가에게는 조용한 위로가 될 수 있다고,

그리고 지금 당신이 받고 있는 사랑은, 그 실패로 사라지지 않는다고,

오히려 그 실패 속에서 무너지고 괴로워하는 당신의 모습을 본 누군가는 그 실패 때문에 당신을 더 사랑할 것이라고,

당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것은 성공도 실패도 아닌, 그 사랑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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