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by 김동준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계절이 찾아왔다.

패잔병처럼 흩어진 겨울이

여전히 이 계절의 존재를 잊게 만들곤 하지만,

가지에 달린 꽃잎과

그들을 하나로 모으는 줄기는

마치 영원을 약속할 것처럼

서로를, 그리고 그 가지를 굳게 붙잡고 있다.


여전히 이상을 꿈꾸고,

설령 꽃잎이 하나 떨어져도,

그 자리에 맺힐 미소 가득한 열매를 기대한다.


아는 것은 많이 없지만, 그래서 더 순결하고 부드러울 수 있기에,

가진 것은 많이 없지만, 그래서 더 자유로울 수 있기에,

헛된 꿈일지 몰라도 이 계절이 영원하길 바라며

조심스래 나무를 향해 속삭여본다.


영원토록 이 모습 그대로 당신을 노래하기를

당신이 이 꽃잎을 하루라도 더 붙잡아 주기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 꽃잎은 힘을 잃어가고

가지는 그 잎을 놓아주어야 하겠지만,

그것은 아름다움과의 영원한 작별이 아닌

새로운 아름다움을 맞이할 준비이기에

가지여, 그대의 꽃잎이 떨어지는 그때가 오면,

부디 너무 슬퍼하지 않기를.


하지만, 오늘만큼은

나무가 이 작은 가지에게 허락해준 봄이기에,

꽃이 지면 어떡하나

열매를 맺지 못하면 어떡하나

그런 걱정을 하며 밤을 지새우기보다는

지금만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으로

당신의 피가 묻은 그 나무를 노래하리라

매거진의 이전글실패자의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