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축구를 한' 요코하마, '전술 패착' 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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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일자: 2020.02.12

경기 장소: 전주 월드컵 경기장
경기 결과: 요코하마 2 : 1 전북


image_2781746431581516261954.jpg?type=w1200 전북 현대 선발 라인업(출처: JTBC 3 중계 화면)

전북은 지난 시즌 모라이스가 고집했던 1-4-1-4-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2019년의 전북은 원볼란치를 기점으로 빌드업을 진행했으며 2선 윙어들이 측면에서 크랙 역할을 하거나 하프 스페이스에서 상대 수비진의 역할 분배를 어렵게 함으로 중앙에서의 공격 공간을 찾는 형태로 승리를 만들어냈다.

위에서 말한 대로 공격이 잘 이루어진다면 정말 좋겠지만, 실패할 경우에는 엄청난 리스크를 안게 되는 것이 모라이스의 1-4-1-4-1이다. 공격 실패 이후, 역습을 허용한다면 원볼란치 양옆으로 엄청난 공간이 생기게 되는데 지난 시즌에는 파이터 신형민이 적절하게 끊어주거나 함께 내려오던 손준호가 영리하게 볼을 뺐어내며 위기를 모면했다. 전북 수비에서 차지하는 신형민의 비중은 대단히 컸는데 오늘 선발 라인업을 보고 '정혁이 신형민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동시에 J리그 챔프 요코하마가 선보일 패스 플레이와 스피드를 감안한다면 '투볼란치를 활용함으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하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또한, 이승기가 문선민의 역할을 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걱정도 들었다.


image_2632288341581516894504.jpg?type=w1200 요코하마 마리노스 선발 라인업(출처: JTBC 3 중계 화면)

자신의 축구를 선보인 요코하마, 전술 패착 전북

요코하마는 J리그 클럽 특유의 패싱에 더불어 날카로운 측면 공격을 보여줬다. 선제 실점을 한 이후, 급해진 전북은 무리하게 라인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요코하마는 당황하지 않고 세밀한 패스를 통해 위험 지역에서 빠져나왔고 원볼란치 정혁의 양옆으로 생긴 공간과 미처 내려가지 못한 풀백이 만들어낸 배후 공간을 정확하게 공략하면서 전북을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EC%9C%84%ED%97%98%EC%9E%A5%EB%A9%B4_1.JPG?type=w1200 (출처: JTBC 3 중계 화면)
%EC%9C%84%ED%97%98%EC%9E%A5%EB%A9%B4_2.JPG?type=w1200 (출처: JTBC 3 중계 화면)

[요코하마의 공격 루트 1]

45번 오나이우 아도를 향한 2선, 3선의 날카로운 스루패스는 전반 중후반에 전북 수비진을 괴롭혔다. 오나이우 아도는 전북의 센터백 듀오 홍정호-김민혁의 사이에 숨어있다가 2선의 선수가 수비 한 명을 끌고 나가면 기습적으로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오나이우 아도의 순간적인 침투와 더불어 2선과 3선의 전술적인 움직임도 훌륭했다. 2선에 위치한 선수들은 전북의 풀백에 사로잡혀 있다가 공을 받으려고 나오는 모션을 취한다. 전북 풀백이 앞으로 나오면서 발생한 배후 공간은 볼을 소유하고 있던 요코하마 3선에게는 오나이우 아도에게 볼을 전달할 길이었고 3선의 선수들은 날카로운 패스를 성공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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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의 공격 루트 2]

공격 루트 1이 요코하마 볼 점유 상황에서 나온 상황이라면, 공격 루트 2는 전북이 선제 실점 이후 무리하게 올린 라인으로 인해 발생한 배후 공간을 적절히 활용하며 역습을 시도한 상황에서 나온 공격 장면들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선제 실점 이후 급해진 전북은 2선과 최전방의 압박 강도를 높이며 상대 진영 깊숙이 들어갔다. 단, 중앙에서 '빌드업과 커팅'을 적절히 수행해줘야 할 손준호까지 무리하게 올라가면서 1차 수비 부담은 정혁에게 쥐어졌다. 신형민의 역할을 정혁이 맡게 되었지만, 정혁은 요코하마의 역습을 안정적으로 저지하지 못했다. 더불어 양 풀백이 어설프게 전진하는 바람에 공격은 공격대로, 수비는 수비대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애매한 포지셔닝을 한 풀백으로 인해 발생한 공간에 요코하마의 윙어들이 빠르게 침투하면서 최전방 오나이우 아도에게까지 볼을 운반해냈다. 공격 루트 2에서 완벽한 전술 수행을 해낸 선수를 꼽자면 백넘버 23 나카가와를 꼽고 싶다. 나카가와는 급하게 들어오는 풀백 김진수를 요리해냈어야 했는데 스텝 오버를 비롯한 여러 발재간과 스피드를 뽐내며 김진수를 농락했고 수많은 슈팅을 만들어냈다. 개인적으로는 '김진수가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전북 선수들이 내려오는 시간을 벌어줬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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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실점 장면 1]

첫번째 실점은 측면 수비를 맡고 있던 선수들의 집중력 저하로 인해 발생했다. 전반 중반부터 요코하마가 몰아치긴 했지만, 트레블을 노리는 전북이라면 선수 개개인의 투지나 집중이 더더욱 필요하다. 경기 감각이 올라오지 않은 것과 이른 시간에 발생한 집중력 저하는 관련이 없다. 선수들 개개인의 마음가짐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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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실점 장면 2]

이 각도에서 라인을 판단하기에는 정말 애매하지만, 심판은 깃발을 올리지 않았고 김진수의 자책골로 전북은 두 번째 실점을 했다. 이 장면에서도 알 수 있지만 요코하마의 측면은 항상 전북의 풀백을 공략하고 있다. 라인을 올리려면 수비 라인까지 끌어올리면서 요코하마가 공격할 공간을 줄여주고 세밀한 압박을 펼쳐야 했는데 2, 3선이 라인을 올린 것에 비해 백포는 라인을 올리지 않았다. 결국, 3선과 백포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게 되면서 역으로 요코하마의 2선에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늘려준 셈이 되었다. 수비에 일가견이 있는 손준호까지 자리를 비우고 올라가면서 요코하마의 공격진은 어렵지 않게 공격을 전개할 수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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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장의 빨간 카드]

손준호와 이용의 두 차례 퇴장은 경기의 중요성을 잊어버린 선수들의 플레이로부터 발생한 참극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추가 실점을 허용하면 가능성이 없어진다는 것을 알았기에 사전에 차단한 손준호의 플레이였지만 후방의 수비진을 믿고 빠르게 수비 진영으로 복귀하는 것이 더 영리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용은 1분 사이에 2장의 옐로카드를 받고 필드를 빠져나갔다. 퇴장을 야기한 두 번째 옐로카드를 굳이 받을 필요가 없었다. 고참들이 팀의 기둥으로 경기 운영을 이끌어나가야 하는데 이용의 플레이는 감정에서 나온 우발적인 플레이였다. 심지어 빡센 조라고 볼 수 있는 H조에서 주축 선수 두 명이 퇴장을 받았으니 전북은 패배와 더불어 추가적인 리스크를 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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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를 볼란치로!]

두 장의 레드카드로 인해 교체로 들어온 무릴로와 조규성의 플레이를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신형민이 없는 전북의 3선이 매우 불안함을 알 수 있었다. 이 경기를 통해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모라이스가 원볼란치 고집을 버릴 때가 왔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 볼 수 있듯이 정혁이 정상급 3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중원에서 전진 패스를 뿌려주는 데도 일가견이 있는 손준호이지만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위해서는 손준호-정혁을 조합으로 투볼란치를 구성함으로 빌드업 축구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2선에는 김보경과 쿠니모토 같은 정상급 자원이 합류했으니 창의적인 패스나 기본적인 볼 운반은 그들에게 맡기면 된다. 손준호는 정혁과 함께 공격과 수비 역할을 수행하면서 팀의 균형점을 잡아줘야 한다.


[요코하마같은 팀을 또 만난다면, 백3는 어떨까?]

오늘 경기에서 확인할 수 있듯, 요코하마와 같이 측면 침투가 준수한 팀을 만나게 된다면 풀백 김진수와 이용은 공격과 수비 사이에서 부진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차라리 김진수와 이용을 전진 배치해서 측면에서의 사람 수를 늘리고 약해진 측면을 보조하면서 공격력 약화에 대한 걱정을 씻어낼 수 있을 것이다. 리그 정상급 센터백인 홍정호, 김민혁, 오반석, 구자룡이 있기에 백3 구성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칼럼을 마치며]

지난 시즌 K리그 1 우승 경쟁을 하던 1위 전북과 2위 울산이 ACL 첫 경기를 홈에서 치렀다. 두 팀 모두 선수 보강을 알차게 하면서 기대를 모았지만, 울산은 상대 자책골 덕에 승점 1점을 얻었고 전북은 요코하마에 일격을 당하며 승점을 얻어내기 못했다. 많은 이들이 의문을 가져왔던 양 팀 감독의 자질, 이번 시즌 ACL에서 어떠한 모습을 보여주는지에 따라 확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첫발은 빗나갔고 프런트는 총알을 충분히 넣어줬다.


모라이스는 '명사수'가 될 것인가 아니면 전북을 ACL '사수'로 이끌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