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심사에서 떨어지는 스타트업의 진짜 이유

(feat. 기술특례 IPO)

by Ehecatl

"우리 기술력이면 IPO는 껌이야!"


기술특례 IPO를 준비하던 매일, 우리 회사 경영진과 경영관리부서들은 이런 자신감으로 가득했습니다.

독보적인 기술력,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충분히 괜찮은 재무구조까지. 모든 조건이 완벽해 보였거든요.

객관적인 기술특례 조건에 만족할 것 같았고 주관사도 매우 긍정적이였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심사에서 받은 질문은 기술에 관한 게 아니었습니다.


"계약서 날인 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이사회 의사록은 분기별로 작성되고 있나요?"

"직원들 연봉책정이나 근로계약상 이슈들이 있나요?"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IPO 심사위원들이 정말 보고 싶어하는 건 화려한 기술력이 아니라, 회사의 '시스템'이었던 거죠.


심사 과정에서 만난 다른 회사 관계자분의 말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기술력에 대한 질문은 5분 만에 끝났는데, 인사와 계약서 문제로 무려 3시간 20분을 붙잡혔어요."


인사 기록은 제대로 되어 있는지, 계약서의 날인은 빠짐없이 찍혔는지, 사내 규정은 잘 갖춰져 있는지. 기술과는 전혀 무관해 보이는 부분에서 오히려 회사의 지속가능성과 투명성을 평가하는 거였습니다.


A사의 6개월 지연 스토리


A사는 기술력으로 시장에서 인정받던 딥테크 스타트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상장예비심사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졌죠.


<문제의 발단>

■ 초기 핵심 개발자들에게 부여한 스톡옵션

- 급성장하면서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스톡옵션을 적극 활용

- 그런데 정관 변경 없이 임의로 발행한 케이스들이 발견됨

- 베스팅 조건도 "2년 후 100% 행사 가능"이라고 구두로만 약속


■ 심사 과정에서 드러난 추가 문제

- 스톡옵션 발행 내역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음

- 일부 직원은 퇴사 후에도 옵션 회수가 제대로 안 됨

- 현재 총 발행 가능한 옵션 수량도 정확히 파악 안 됨


■ 최종 심사위원들의 지적: "지배구조 투명성을 확보할 수 없고, 향후 주주 분쟁 소지가 크다"


결국 모든 스톡옵션 계약을 재정비하고 정관을 다시 손보느라, 상장 일정이 6개월 이상 늦춰졌습니다.



B사의 작은 실수, 큰 파장


B사는 더 황당한 경우였습니다.

고객사와 체결한 수많은 계약서 중, 초창기 몇몇 문서에 날인이 빠져 있었거나 계약 당사자 명의가 모호했던 거죠.

이 사소한 실수를 발견한 심사위원들의 반응: "이런 기본적인 행정 업무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회사가 재무적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겠냐"

작은 실수 하나가 회사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통째로 흔든 셈입니다. 문서 재정비와 소명 과정으로 상장 일정이 크게 늦춰졌죠.


깨달음: 속도 vs 기초체력


IPO를 준비하며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기술력 = 건물의 '멋진 외관과 고급 인테리어'

경영시스템 = 건물의 '튼튼한 기초와 골조'


아무리 화려한 외관을 자랑해도, 기초가 부실하면 작은 지진에도 무너져버리죠.

아무리 눈부신 기술력을 갖춰도, 경영 기초가 부실하면 작은 심사 과정에서도 쉽게 무너집니다.

우리는 멋진 외관을 꾸미는 것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기초를 다지는 작업에 집중해야 했습니다. 기술력만으로는 절대 상장할 수 없다는 것을, 수많은 사례를 통해 뼈저리게 배운 거죠.


진짜 무서운 건 평소 이를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나중에 정리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심사 단계에서는 회사의 생존을 좌우하는 치명적 약점이 되어버리는 거죠.

더 무서운 건, 이미 투자받을 만큼 검증된 회사들도 이런 '보이지 않는 구멍' 때문에 IPO를 포기하거나 몇 년씩 미뤄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제가 직접 겪은 '인사관리 정리의 함정'들을 공유하겠습니다. 특히 IPO 준비 과정에서 뒤늦게 발견한 인사 기록들의 민낯과, 상장 후에도 흔들리지 않는 인사 시스템 구축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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