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두려움을 넘어 의도 전달의 힘으로(서론)

by Ehecatl

왜 우리는 AI를 두려워하게 되었을까

지난해 말, 한 IT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친구로부터 걱정스러운 전화를 받았다. "회사에서 AI 도구를 도입한다고 하는데, 솔직히 몇년 안남았어. 우리 인간들이 다 전환될 날은 .... 인사팀에선 신입사원은 두놈뽑을꺼 한놈으로 뽑고 한놈은 AI 로 계속 돌리고 있으니... 이봐 인사팀장 어떻게 생각해?" 그의 목소리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십수년간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해온 그가 분명 우리 인간들이 다 전환될거라고 했다는게 그의 업력과 통찰로 미뤄보아 쉬이 나온 말은 아니리라.


사실 이런 불안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22년 ChatGPT가 등장한 이후, 우리 사회 전반에 AI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다. 언론에서는 연일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을 쏟아내고, 각종 전문가들은 "AI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이것을 준비해야 한다, 저것도 해야한다."며 조언을 쏟아낸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우리가 AI를 두려워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몇 개월 전 한 세미나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목격했다. 같은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하라는 과제를 받은 두 그룹이 있었다. 한 그룹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다른 그룹은 AI 도구를 활용해서 작업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AI를 활용한 그룹의 결과물이 더 좋았던 것이 아니라, 그룹 내에서도 개인별로 극명한 차이를 보였던 것이다.


똑같은 AI 도구를 사용했는데도 어떤 사람은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냈고, 어떤 사람은 오히려 전통적 방식보다 못한 결과를 보였다. 그 차이는 어디서 왔을까? AI 사용 경험의 차이도, 기술적 이해도의 차이도 아니었다. 핵심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얼마나 명확히 아는가"였다.


기술 결정론의 함정

우리는 흔히 기술 발전이 사회 변화를 일방적으로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AI라는 거대한 파도가 몰려와서 모든 것을 휩쓸어버릴 것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역사를 돌이켜보면 그렇지 않다.


산업혁명 때도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모두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컴퓨터가 등장했을 때도, 인터넷이 보급될 때도 비슷한 불안감이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어떻게 되었나? 기존 일자리의 일부는 사라졌지만,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더 많이 생겨났다.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였다.


AI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AI가 얼마나 똑똑해지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AI와 어떻게 소통하느냐이다. 그리고 여기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의사 전달 능력"이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 우리는 이 능력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인간끼리 소통할 때는 어느 정도 애매해도 맥락으로 이해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뭔가 좋은 걸로 해줘"라고 말해도 상대방이 알아서 적당히 해줬다. 하지만 AI는 다르다.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주지 않으면 엉뚱한 결과를 내놓는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과 AI 도입 프로젝트를 조사하면서 한 가지 일관된 패턴을 발견했다. AI 활용에 성공한 조직과 실패한 조직의 차이는 기술력이나 예산이 아니었다. 핵심은 "무엇을 위해 AI를 사용하는지를 명확히 아는가"였다.


성공한 사례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AI에게 막연히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들의 비즈니스 목표와 제약조건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구조화해서 전달했다. 그리고 AI의 결과물을 받았을 때도 어떤 부분이 만족스럽지 않은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피드백할 수 있었다.


반면 실패한 사례들은 대부분 "AI가 알아서 해줄 것"이라는 기대에서 출발했다. AI에게 애매한 지시를 내리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역시 AI는 아직 멀었어"라며 포기했다. 문제는 AI가 아니라 의도 전달 방식이었는데 말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 AI 시대에 정말 중요한 것은 AI 기술 자체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의도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인 노력과 훈련을 통해서만 기를 수 있다.


불안감 너머의 현실

최근 몇 년간 AI 관련 뉴스를 보면 극단적인 전망들이 넘쳐난다. 한쪽에서는 "AI가 모든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며 공포감을 조성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며 무조건적인 낙관론을 펼친다. 하지만 현실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


실제로 기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 AI는 만능 해결사도 일자리 파괴자도 아니다. AI는 그저 도구일 뿐이다. 매우 강력하고 유용한 도구이지만, 결국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도구다.

중요한 것은 이 도구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이 바로 "의도 전달 능력"이다. 이는 새롭게 등장한 능력이 아니다. 사실 인간이 다른 인간과 협업하면서 항상 필요했던 능력이다. 다만 AI 시대가 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 것뿐이다.


이 글이 다루는 것들

이 글에서는 먼저 AI 시대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진단해보겠다. AI의 실제 능력과 한계는 무엇인지, 일자리 변화는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기업들은 왜 불완전한 AI를 그럼에도 도입하려 하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그다음에는 의사 전달 능력의 본질적 가치를 깊이 있게 분석해보겠다. 왜 이 능력이 자동화될 수 없는지, 실무에서 어떤 경쟁 우위를 가져다주는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해나갈 것인지를 생각해보겠다.


마지막으로는 AI와 인간이 어떻게 공존해나갈 수 있는지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이지도, 무작정 낙관하지도 않으면서, 우리가 실제로 준비해야 할 것들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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