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프트만 잘 써도 AI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을 요즘 자주 듣는다. 각종 온라인 강의에서는 "마법 같은 프롬프트 기법"을 가르치고, 유튜브에는 "이 프롬프트 하나면 충분하다"는 제목의 영상들이 넘쳐난다. 정말 그럴까?
최근 한 스타트업에서 마케팅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AI 활용 워크샵을 진행한기사를 봤다. 참가자들에게 동일한 과제를 주었다. "우리 회사 신제품 런칭을 위한 마케팅 전략을 AI에게 요청해보세요." 모두가 최신 AI 도구를 사용했고, 온라인에서 찾은 "완벽한 프롬프트 템플릿"을 활용했다.
그런데 결과는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사람은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전략을 받았고, 어떤 사람은 교과서에서 베낀 듯한 뻔한 내용만 얻었다. 같은 도구, 같은 프롬프트를 썼는데 왜 이런 차이가 났을까?
차이는 프롬프트 기법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었다. 좋은 결과를 얻은 사람들은 AI에게 요청하기 전에 이미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타겟 고객이 누구인지, 예산 규모는 어떻게 되는지, 기존 마케팅 채널의 성과는 어땠는지, 경쟁사는 어떤 전략을 쓰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
반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은 결과를 받은 사람들은 이런 기본 정보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AI에게 "마법 같은 해답"을 기대했다. 아무리 좋은 프롬프트 기법을 써도 입력할 정보가 애매하면 결과도 애매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진짜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바로 "의도 전달 능력"이다. 그런데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의사전달 능력과 뭐가 다른가?"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실제로 우리에게는 '의사전달'이라는 표현이 훨씬 익숙하다.
의사전달과 의도전달의 차이를 살펴보면 이렇다. 의사전달(意思傳達)에서 '의사'는 '생각이나 뜻'을 의미한다. 즉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하는 것이다. 반면 의도전달(意圖傳達)에서 '의도'는 '어떤 일을 이루려고 하는 생각이나 계획'을 뜻한다. 단순히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목적과 방향성을 가진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것이다.
인간끼리 소통할 때는 '의사전달'로도 충분했다. "뭔가 좋은 걸로 해줘"라고 말해도 상대방이 맥락을 파악하고 적절히 해석해준다. 하지만 AI는 다르다. AI에게는 명확한 목적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담긴 '의도'를 전달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AI에게 보내는 프롬프트는 단순한 의사전달이 아닌 '의도 전달'이라고 명명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히 말을 잘하는 능력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의도 전달 능력은 세 가지 층위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자기 파악 능력이다. 내가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아는 것이다. "좋은 결과를 원한다"가 아니라 "A라는 목적을 위해 B라는 조건 하에서 C라는 형태의 결과물을 원한다"고 명확히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맥락 구조화 능력이다. 복잡한 현실의 제약조건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전달하는 것이다. 예산, 시간, 기술적 한계, 조직 내 이해관계, 규제 환경 등 실제 비즈니스에는 수많은 변수가 있다. 이런 복잡한 맥락을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구조화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피드백 능력이다. AI의 결과물을 받았을 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떤 부분을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이상해" 또는 "마음에 안 들어"가 아니라 "2번 항목의 예산 계산에서 인건비를 빠뜨렸고, 4번 일정은 현실적으로 너무 촉박하다"는 식으로 말이다.
사실 의도 전달 능력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인간끼리 협업할 때도 항상 필요했던 능력이다. 그런데 왜 AI 시대에 들어서 이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을까?
인간은 맥락을 추론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뭔가 좋은 걸로 해줘"라고 말해도 상대방은 지금까지의 경험과 상황을 종합해서 적당히 이해한다. 설령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도 "이런 뜻인가요?" 하고 되물어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AI는 다르다. 주어진 정보만으로 판단해야 하고, 애매한 부분에 대해서는 통계적으로 가장 일반적인 답변을 제시한다. 맥락을 추론하거나 의도를 짐작하는 능력이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회사 홈페이지를 만들어줘"라고 요청하면, AI는 일반적인 회사 홈페이지 구조를 제안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원하는 것은 "B2B 소프트웨어 회사의 홈페이지인데, 주 고객층이 40-50대 임원진이고, 신뢰감 있는 이미지를 주면서도 혁신적인 기술력을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일 수도 있다. 이런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명시하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다.
실제 기업 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최근 몇 년간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과 AI 도입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대부분의 기업이 AI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갖고 있었다. "AI가 우리 업무를 대부분 자동화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도입해보니 현실은 달랐다. AI는 만능이 아니었고,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를 내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같은 회사 안에서도 AI 활용 성과가 사람마다 극명하게 갈렸다. 어떤 직원은 AI 덕분에 업무 효율이 2-3배 향상되었다고 했고, 어떤 직원은 "AI가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차이를 만드는 요인을 분석해보니 기술적 이해도나 사용 경험이 아니었다. 핵심은 "자신의 업무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있는가"였다.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직원들은 자신의 업무 프로세스를 단계별로 분해할 수 있었고, 각 단계에서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 어떤 결과물을 원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한 제조업체의 품질관리 담당자 사례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AI에게 단순히 "불량품을 찾아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 대신 "이 제품군에서 지난 3개월간 발생한 주요 불량 유형 5가지를 기준으로, 새로운 샘플 100개를 분석해서 각 불량 유형별 발생 가능성을 퍼센트로 제시하고, 가능성이 70% 이상인 항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검토 포인트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기존에 하루 종일 걸리던 검사 작업을 2시간 만에 완료할 수 있었고, 정확도도 오히려 높아졌다. 하지만 이런 결과가 가능했던 것은 AI의 성능 때문이 아니라, 이 담당자가 자신의 업무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AI에게 체계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AI 활용에 성공한 사람들과 실패한 사람들 사이에는 몇 가지 공통적인 차이점이 있다.
성공한 사람들은 먼저 목표를 구체화한다. "매출을 늘리고 싶다"가 아니라 "기존 고객의 재구매율을 현재 30%에서 40%로 높이고 싶다"는 식으로 측정 가능한 목표를 설정한다. 그리고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다. 어떤 데이터가 있는지, 어떤 제약조건이 있는지, 이전에 시도했던 방법들은 왜 실패했는지를 명확히 안다.
반면 실패한 사람들은 목표가 애매하다. "더 나은 결과를 원한다" 또는 "경쟁사보다 앞서고 싶다"는 식의 추상적인 목표를 갖고 있다. 그리고 현재 상황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 데이터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형태인지, 품질은 어떤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AI에게 "알아서 해달라"고 요청한다.
또한 성공한 사람들은 AI의 한계를 인정한다. AI가 만능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인간이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을 인식한다. 따라서 AI의 결과물을 받았을 때도 맹신하지 않고, 자신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검증하고 보완한다.
실패한 사람들은 AI에 대한 기대가 비현실적이다. AI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AI가 별로다"라며 포기한다. AI와의 협업이 아니라 AI에게 모든 것을 위임하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의도 전달 능력도 단계별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명령어 수준에서 시작한다. "이 데이터를 정리해줘" 또는 "보고서를 써줘" 같은 기본적인 요청을 하는 단계다.
다음 단계는 문제 정의 능력이다. "우리 회사 매출이 정체된 원인을 분석해줘"처럼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여 요청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문제의 범위와 분석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발전하면 복잡한 맥락을 체계화하는 단계에 이른다. 여러 변수와 제약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AI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의 현재 상황(매출 규모, 주요 고객층, 경쟁 환경)을 고려할 때, 한정된 예산(월 500만원) 안에서 3개월 내에 실행 가능한 마케팅 전략을 제안해줘"와 같은 요청이다.
최고 단계는 애매한 니즈를 구체화하는 능력이다. 막연한 불편함이나 개선 욕구를 구체적인 실행 계획으로 변환하여 AI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는 상당한 전문성과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수준이다.
기업 관점에서 보면, 의도 전달 능력은 새로운 형태의 경쟁 우위가 되고 있다. 모든 기업이 동일한 AI 도구에 접근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 도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가 차별화의 핵심이 되고 있다.
실제로 같은 업종의 경쟁 기업들이 똑같은 AI 솔루션을 도입해도 성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기술적 차이가 아니라 사용자의 역량 차이 때문이다. AI를 단순한 자동화 도구로 보는 기업과 지능적 협업 파트너로 보는 기업 간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더 벌어질 것이다.
한 컨설팅 회사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들은 AI를 활용해 고객사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는 시간을 70% 단축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핵심은 AI가 분석을 대신해준 것이 아니라, 컨설턴트들이 분석 프레임워크를 체계화하고 이를 AI에게 명확하게 전달한 것이었다.
기존에는 경험 많은 시니어 컨설턴트의 머릿속에만 있던 분석 방법론을 구조화하여 AI에게 학습시켰다. 그 결과 주니어 컨설턴트들도 시니어 수준의 분석 결과를 낼 수 있게 되었고, 시니어 컨설턴트들은 더 전략적이고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개인 차원에서도 의도 전달 능력은 업무 효율성과 직결된다. 같은 시간을 투입해도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고, 복잡한 문제를 더 체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마케팅 전문가는 AI를 활용해 콘텐츠 제작 시간을 60% 단축했다. 하지만 그 비결은 "좋은 블로그 글을 써달라"고 요청한 것이 아니라, 타겟 독자의 구체적인 특성(나이, 직업, 관심사, 고민 등)과 콘텐츠의 목적(브랜드 인지도 향상, 리드 생성, 고객 교육 등), 그리고 자신의 브랜드 톤앤매너를 상세하게 정의한 것이었다.
나같은 경우 과거 법무팀에서 계약서 검토에 AI를 활용하였다. 그때 단순히 "이 계약서를 검토해줘"가 아니라 "회사의 IP 보호 정책과 배상책임 한도 기준에 따라 이 계약서의 3, 7, 12조를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잠재적 리스크가 있다면 구체적인 수정안을 제시해줘"라고 요청했을 때 실질적으로 유용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고 이러한 관점으로 다양한 계약상 우위를 점하고 복잡한 국제계약에서도 이슈를 해소할 수 있었다.
앞으로 AI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AI가 발전해도 인간의 의도를 완벽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의도라는 것 자체가 주관적이고 맥락 의존적이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도 전달 능력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오히려 AI가 더 정교해질수록 이 능력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더 복잡하고 미묘한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이 능력이 하루아침에 필요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까지도 우리가 다른 사람과 협업하면서 계속 사용해온 능력이다. 다만 AI라는 새로운 협업 파트너가 생기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 것뿐이다.
중요한 것은 이 능력을 의식적으로 개발하려는 노력이다. 단순히 AI 도구 사용법을 익히는 것을 넘어서서, 자신의 생각을 체계화하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AI의 결과물을 받았을 때 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능력도 기워야 한다.
AI 시대의 핵심 역량은 AI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AI와 효과적으로 협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협업의 질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의도 전달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