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곧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다." 이런 기대감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언론 보도를 보면 마치 AI가 인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마법 같은 도구인 것처럼 묘사되곤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실제 AI 기술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많이 다르다. 현재 주목받고 있는 대규모 언어모델들은 분명 놀라운 성능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근본적인 한계도 갖고 있다. 이런 한계를 정확히 이해해야만 AI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가 바로 '환각현상(Hallucination)'이다. AI가 그럴듯하지만 사실이 아닌 정보를 생성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존재하지 않는 논문을 인용하거나,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서술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단순히 데이터가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왜 AI는 환각현상을 일으킬까? 이를 이해하려면 현재 AI의 작동 원리를 살펴봐야 한다. 대규모 언어모델은 본질적으로 '패턴 인식 시스템'이다. 수많은 텍스트 데이터에서 단어들 간의 통계적 관계를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에 올 가능성이 높은 단어를 예측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AI가 실제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모방'한다는 점이다. 인간이 쓴 글의 패턴을 학습했기 때문에 인간처럼 글을 쓸 수 있지만, 그 글이 현실과 일치하는지는 판단할 수 없다. 마치 외국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발음만 흉내 내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한 연구팀이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AI에게 "2023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는 누구인가?"라고 질문했더니, AI는 매우 확신에 찬 어조로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 심지어 그럴듯한 수상 이유까지 함께 설명했다. 이는 AI가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된 패턴을 바탕으로 '그럴듯한 답변'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중요한 한계는 맥락 이해 능력이다. AI는 주어진 텍스트 범위 내에서만 맥락을 파악할 수 있고, 그 범위를 벗어나는 정보는 고려하지 못한다. 인간은 대화 중에 상대방의 표정, 말투,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만, AI는 오직 텍스트로 주어진 정보만 처리한다.
실제 기업 상담 사례를 보면 이런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다. 한 회사에서 AI 챗봇을 고객 상담에 도입했는데, 기술적으로는 문제없이 작동했지만 고객 만족도가 떨어졌다. 이유를 분석해보니 AI가 고객의 감정 상태나 상황의 급박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배송이 늦어져서 곤란하다"는 고객의 문의에 대해 AI는 일반적인 배송 정책을 안내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고객이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있어서 매우 급한 상황이었다. 인간 상담사라면 고객의 어조에서 급박함을 감지하고 특별한 조치를 취했겠지만, AI는 그런 미묘한 맥락을 읽어내지 못했다.
AI의 창의성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AI가 생성하는 이미지나 텍스트가 인상적이긴 하지만, 이는 기존 데이터의 조합과 변형에 기반한다. 진정한 의미의 창의성, 즉 전혀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거나 기존 패러다임을 뒤엎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한계가 있다.
한 광고 대행사에서 AI를 활용한 크리에이티브 작업을 시도한 사례가 있다. AI는 분명 많은 아이디어를 빠르게 생성했고, 그 중 일부는 실제로 사용할 만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모든 아이디어가 어딘가에서 본 듯한 느낌이었다.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이나 혁신적인 컨셉은 나오지 않았다.
이는 AI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AI가 생성한 다양한 옵션들 중에서 선택하고, 이를 특정 상황에 맞게 조합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AI의 성능은 학습 데이터의 질과 양에 크게 좌우된다. 아무리 좋은 알고리즘이라도 편향되거나 부족한 데이터로 학습하면 그 한계가 그대로 반영된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편향성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채용 과정에 AI를 도입한 한 기업의 사례를 보면, 처음에는 AI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존 채용 데이터에 포함된 편향이 그대로 학습되어 특정 성별이나 출신 대학에 유리한 결과를 보였다. AI는 이런 편향을 스스로 인식하거나 교정할 수 없었다.
이런 문제는 단순히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데이터 자체가 현실 사회의 편향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AI의 결과를 맹신하지 않고, 인간이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런 한계들이 언제쯤 해결될까? 많은 전문가들이 AI 기술의 발전 속도에 대해 다양한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낙관적인 예측에서는 몇 년 내에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하고, 보수적인 예측에서는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일부 문제는 개선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한계는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환각현상의 경우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고, 발생 빈도를 줄이는 수준에서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맥락 이해 능력도 점진적으로 향상되겠지만, 인간 수준에 도달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AI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발전이 선형적이지 않고,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는 문제들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의도 파악과 관련된 능력은 2040년까지도 인간이 우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렇게 한계가 많은 AI를 왜 사용하는 걸까? 답은 '완벽하지 않아도 유용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AI의 완전무결함이 아니라 인간의 업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느냐이다.
번역 업무를 예로 들어보자. 현재의 AI 번역은 완벽하지 않다. 문맥을 잘못 이해하거나 문화적 뉘앙스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초벌 번역으로는 충분히 유용하다. 인간 번역가가 처음부터 끝까지 번역하는 것보다 AI 번역 결과를 검토하고 수정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코딩 작업도 마찬가지다. AI가 생성한 코드가 항상 완벽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구조를 잡아주거나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된다. 개발자는 AI가 만든 초안을 바탕으로 자신의 요구사항에 맞게 수정하고 최적화할 수 있다.
결국 현재 시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접근법은 AI와 인간의 역할을 적절히 분담하는 것이다. AI는 대량의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고 초안을 만드는 일에 특화되어 있고, 인간은 맥락을 판단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일에 강점이 있다.
실제로 AI를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조직들을 보면, AI에게 모든 것을 맡기지 않는다. 대신 AI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은 AI에게 맡기고, 판단이 필요한 부분은 인간이 담당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설계한다.
한 의료진에서 AI를 활용한 진단 보조 시스템을 도입한 사례를 보면, AI가 1차적으로 이상 소견을 찾아내고 의사가 최종 판단을 내리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그 결과 진단 정확도는 높아지고 의사의 업무 부담은 줄어들었다. 핵심은 AI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그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었다.
AI에 대한 논의에서 흔히 빠지는 함정이 '기술 결정론'이다. 기술 발전이 사회 변화를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산업혁명 당시에도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실제로 일부 직업은 사라졌지만, 새로운 직업들이 더 많이 생겨났다.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활용하는 인간의 능력이었다.
AI도 마찬가지다. AI가 발전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AI를 어떤 목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그리고 그 선택권은 여전히 인간에게 있다.
AI에 대한 적절한 기대치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도한 기대는 실망으로 이어지고, 과소평가는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 현재의 AI는 '강력하지만 불완전한 도구'라고 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AI를 도입할 때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이 업무에서 AI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AI의 결과를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AI가 실수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미리 준비해두면, AI의 한계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를 최소화하면서도 그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AI를 맹신하지도, 무시하지도 않는 균형잡힌 시각을 갖는 것이다.
AI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한계가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변화 속도와 방향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AI 기술의 발전을 지켜보면서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적응해야 한다.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한계가 개선되면 업무 방식을 어떻게 조정할지 계획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AI의 근본적인 특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의도를 파악하고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은 상당 기간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런 능력을 기르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치가 있을 것이다.
결국 AI의 한계를 이해하는 것은 AI를 부정하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AI를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한계를 알아야 그 한계를 보완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고, 인간이 집중해야 할 영역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앞으로 AI 기술이 계속 발전하더라도, 인간의 의도를 파악하고 복잡한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은 여전히 중요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능력들이 AI의 근본적 한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AI 시대를 준비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AI의 현재 한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의도 전달 능력'이 있다는 것이 이 글의 핵심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