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정의·주체성의 프레임과 현대 조직에서의 인사팀장

by Ehecatl

1. 인간의 본능과 복수의 현실적 한계

인간은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걸 좋아할까, 아니면 위험한 상황을 겪고 그 위험한 상대에게 복수하는 걸 더 좋아할까?

아마 바쁜 현대 사회에 있는 사람이라면, 완전히 위험에서 벗어나는 상황을 당연히 원할 것이다. 반면 또 다른 선택지인 “위험한 상황을 겪고, 그 위험한 상대에게 복수한다”는 선택에는 큰 단점이 있다. 그 복수의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현실 세계에서는 그렇다.

물론 과거와 달리 정말 많은 상황에서 사회의 인프라와 치안 능력의 향상으로 우리는 사회를 신뢰한다. 그 신뢰의 큰 개념 중 하나는 “권선징악”이다. 그러나 그 권선징악은 너무 긴 시간이 필요하여, 피해자에게는 오히려 큰 고통만 주고 있는 측면이 있다. 시간적인 길이에서 그렇고, 또 하나는 피해자가 직접 스스로 복수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과거적 의미의 강한 복수로 인해 우리에게 들어오는 카타르시스는 더 이상 없다. 여기서 말하는 카타르시스란, 그간 받아왔던 고통에 대해 “응당한 답례”를 내가 체감하는 방식으로 되돌려 받으면서 생기는 강한 해방감에 가깝다. 그런데 우리는 그 해방감을 온전히 받지 못한다. 이로 인해 우리는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이 분명하다.

또한 사법 체계는 우리의 고통을 “정확히 측정”하지 못한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느끼는 주관적 고통의 깊이를 완전히 담지 못하고, 오롯이 법에 정한 형량으로 그들은 처벌받는다. 나는 그들이 받는 벌이 응당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인류의 사법 체계는 매우 공고하며 사회 시스템의 핵심이다. 나는 이를 부정할 생각이 없으나, 분명 내가 받은 만큼의 고통을 나를 해친 자에게 돌려줄 수 있다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후자(복수/응징)”를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위해 우리 인류의 철학자들은 고통을 분리하고 내 인격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관점을 바꿔 자아를 지켜왔다. 그 사고는 놀랍고 너무나 아름답기 그지없다. 다만, 당장 내게 그간 받아왔던 고통에 대한 복수(정의 회복)의 기회가 있다면, 정말 가차 없이 버튼을 누를 만한 유혹에 빠지리라.


2. 고통의 형성과 스펙트럼: 유년기와 “물리(P)·정신(M)”의 혼재

우리에게 고통은 너무나 다양하지만, 내면에서 유년 시절의 고통들이 인격에 가장 많이 영향을 주었으리라 생각한다. 심리학에서 만 5세 이전에 주요한 사건들이 우리 인격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이때 받은 고통이 인격을 만드는 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분노를 느끼는 방식과 그 분노가 발산되는 방향을 어디로 잡아나가느냐가 한 인간의 사회적 대응에 틀림없이 중요한 사건이 될 것임은 확실하다.

다양한 케이스가 있다. 우리가 받는 고통은 물리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으로 100% 완벽하게 양분할 수 없다. 이를 양립하는 요소로 보고 스펙트럼화해야 한다.


3. 고통의 스펙트럼: 물리(P)와 정신(M) 비중 및 “가해자 특정 가능성”에 따른 7유형

아래 7유형은

(1) 물리(P)/정신(M) 비중

(2) 가해자의 존재 및 특정 가능성(특정/불특정/자기자신)

(3) 회복의 핵심 수단(보상/재건/처벌/해방/관계단절/수용)을 함께 놓고 보기 위한 프레임이다.


[표] 7유형 요약 캔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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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물리 복구 중심 (Physical-Dominant)

유형 1: 비진의 행위

가해자/대상: 특정 가해자

P:M 비중: 물리 80 / 정신 20

특징: 재산 손실·가벼운 신체 접촉 등. 가해자가 명확. 법적 보상 완료되면 “똥 밟았네” 수준으로 정신 정리 빠름

해결 중심: 보상·정산


유형2 자연재해

가해자/대상: 특정 불가

P:M 비중: 물리 70 / 정신 30

특징: 집/가구 파손. 탓할 대상 없어 허탈. 복구 지원금/재건 시작되면 삶의 의지가 물리적 동력에 따라 회복

해결 중심: 재건·복구


2단계: 복합 균형 (Hybrid/Balanced)

유형 3: 폭력

가해자/대상: 특정 가해자

P:M 비중: 물리 50 / 정신 50

특징: 악의를 직접 몸으로 겪음. 몸 상처가 나아도 “인간에 대한 공포”가 남음

해결 중심: 처벌(물리) + 상담(정신) 1:1


유형 4: 종교/이데올로기

가해자/대상: 특정 불가(체계/집단)

P:M 비중: 물리 40 / 정신 60

특징: 금욕·강제 노동 등 물리 고통 수반. 근간은 ‘신념’. 탈출만큼 ‘세뇌에서 해방’이 관건

해결 중심: 신념의 해방 + 탈출


3단계: 정신 통합 중심 (Mental-Dominant)

유형 5: 사기/배신

가해자/대상: 특정 가해자

P:M 비중: 물리 20 / 정신 80

특징: 금전 손실보다 “믿었던 사람에게 당했다”는 정신적 고통이 훨씬 큼. 돈을 돌려받아도 사람을 못 믿는 고통 지속

해결 중심: 관계/의미 회복(또는 단절) + 정당한 제재


유형 6: 노화/사회 변화

가해자/대상: 특정 불가

P:M 비중: 물리 30 / 정신 70

특징: 몸 노쇠(물리)가 원인이지만 진짜 고통은 ‘쓸모없어짐’에 대한 두려움(정신). 의료 서비스보다 삶에 대한 태도 변화가 더 큰 해결책

해결 중심: 철학적 수용 + 삶의 재구성


유형 7: 자책/후회

가해자/대상: 자아(나)

P:M 비중: 물리 5 / 정신 95

특징: 실제 물리 피해 없어도 발생. 가해자가 나 자신이므로 피할 곳이 없음

해결 중심: 용서와 수용(순수 정신 활동)


4. 복수(정의 회복 행동)의 심리적 메커니즘과 카타르시스

모든 고통이 복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복수가 가능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는 쾌감(카타르시스)과 내가 감당해야 할 리스크(위험) 사이에는 분명한 함수 관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를 “복수의 가성비” 관점에서 분석한다.

여기서 말하는 “복수”는 단순히 상대를 파멸시키는 행위를 의미하지 않는다. 복수는 본질적으로 ‘정의의 실현’과 ‘자존감 회복’을 목표로 하는 정의 회복 행동으로 이해한다. 즉 합법적 제재, 절차적 대응, 공론화, 관계 단절, 정당한 승리 등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규정한다.


4.1 무너진 정의의 실현: “세상의 인과응보를 다시 연결한다”

인간의 뇌는 ‘예측 가능성’을 기반으로 안정감을 유지한다. “내가 잘하면 보상을 받고, 잘못하면 벌을 받는다”는 인과관계가 지켜질 때 인간은 세상을 안전하다고 느낀다.

정의가 무너진 상태란, 특정 가해자가 나를 해쳤는데도 멀쩡히 잘 먹고 잘 사는 장면을 목격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때 뇌는 “세상은 질서가 없고 위험한 곳이다”라는 인지적 혼란을 겪는다. 이는 인지적 부조리(dissonance)로 정리한다.

복수를 통한 실현은, 정의 회복 행동을 통해 가해자가 대가를 치르게 만드는 과정이다. 그 결과 끊어졌던 ‘죄와 벌’의 연결고리가 내 손으로 다시 이어진다. 이때 발생하는 카타르시스는 “상대가 아프다”는 단순한 쾌감 이전에, “이제야 세상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는 인지적 안도감으로 나타난다.

7유형과 연결하면, 1·3·5번처럼 가해자가 명확할 때 이 연결고리를 복원할 수 있다. 반대로 2·4·6번처럼 가해자가 모호하면 연결할 대상 자체가 없어 정의를 실현하는 방법이 막막해진다.


4.2 손상된 자존감의 회복: “객체에서 주체로 전환한다”

피해를 입는 순간 인간은 강제로 ‘객체(당하는 존재)’가 된다.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타인의 의지에 의해 내 삶이 휘둘리는 경험은 자존감을 밑바닥까지 떨어뜨린다.

자존감이 손상된 상태에서는 “나는 나를 보호할 능력조차 없는 무력한 존재인가?”라는 의구심이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힌다. 이는 7번 ‘자책’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복수를 통한 회복은, 정의 회복 행동을 통해 내가 다시 ‘주체(행동하는 존재)’로 복귀하는 과정이다. 가해자에게 똑같은, 혹은 그 이상의 영향을 미침으로써 “나는 당하고만 있는 존재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세상과 나 자신에게 증명한다.

카타르시스는 상대의 고통을 즐기는 감정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카타르시스는 상대의 영향력 아래에 있던 내가 다시 나의 주권(power)을 되찾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승리감으로 나타난다.


5. 복수의 가성비: “감당할 위험 vs 얻는 카타르시스”의 분포

‘감당할 만한 위험이면서 카타르시스를 얻을 수 있는 영역’은 주로 5번(정신적 피해–특정 가해자)과 3번(상대적으로 약한 수준의 물리/정신 피해)에 집중된다고 본다. 두 유형은 공통적으로 가해자가 비교적 명확하며, 직접적 물리 충돌 없이도 정의 회복 행동을 설계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5.1 5번(사기·배신·주변인의 가해): 복수의 최적지

5번 영역은 물리적 충돌 없이도 사회적 평판, 법적 처벌, 경제적 타격을 통해 가해자를 응징할 수 있다고 본다. 즉 위험을 통제하면서도 공격(정의 회복)을 실행할 수 있는 수단이 상대적으로 다양하다고 판단한다. 이때 발생하는 카타르시스는 “나를 바보로 알았던 상대가 역공을 당해 당황하는 모습”에서 오는 정신적 승리감으로 나타난다고 본다. 이는 단순한 쾌감이 아니라, 무너진 자존감과 질서를 회복하는 감각에 가깝다고 해석한다. 또한 내가 법적 선을 넘지 않는다면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낮다고 본다.


5.2 3번(괴롭힘·가스라이팅): 감당할 만한 투쟁

3번 영역은 상대의 유형력이 내가 제어 가능한 범위 내에 있을 때, 이를 공론화하거나 절차적으로 대응하며 정당하게 맞서 승리하는 과정이 가능하다고 본다. 여기서 핵심은 정면충돌이 아니라 제도·절차·증거 기반의 대응으로 전환한다는 점에 있다. 이때의 카타르시스는 억눌렸던 공포를 극복했다는 ‘성장’의 쾌감과 결합한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이는 분풀이가 아니라 ‘나는 무력하지 않다’는 감각을 회복하는 경험으로 수렴한다고 판단한다.


5.3 1번(단순 재산 피해): 카타르시스의 부재

1번 영역은 복수라기보다 ‘정산’에 가깝다고 본다. 리스크는 낮지만 돈을 돌려받는다고 해서 강한 카타르시스가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한다. 결과적으로 이 경우는 “당연한 결과”로 인식되며, 정서적 해방감보다는 손익의 회복으로 마무리되는 경향이 크다고 본다.


6. 위험해서 피해야 할 “복수의 덫”

반대로 2·4·6번처럼 가해자가 불특정하거나 시스템인 경우, 복수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이 된다고 본다. 자연재해(2번)에 분노하며 바다에 돌을 던지는 행위나, 늙어가는 자신(6번)을 미워하며 거울을 깨는 행위는 복수의 카타르시스 없이 오직 나의 자원만 소모한다고 판단한다. 이 경우에는 대상을 타격함으로써 질서를 회복한다는 감각이 성립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는 에너지의 누수만 커진다고 본다.

결국 인간이 가장 ‘안전하면서도 짜릿하게’ 복수(정의 회복)를 할 수 있는 지점은 [5번: 나를 정신적으로 기만한 특정인]이라고 본다. 우리가 보는 대다수의 복수극(드라마, 영화)이 ‘배신’과 ‘사기’를 주요 소재로 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해석한다. 가해자가 특정되고, 절차적·사회적 제재를 통해 응징이 가능하며, 그 과정에서 정의감과 자존감이 동시에 회복되기 때문이다.

반면 7번(자책)은 가해자가 나 자신이기 때문에 복수심이 ‘자기 파괴’로 이어진다고 본다. 이 경우에는 복수라는 칼을 내려놓고 ‘용서’라는 방패를 들어야만 고통이 끝난다고 판단한다.


7. 이해를 돕기 위한 심리적 매커니즘

이 과정을 개조식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고 본다.

첫째, 사건이 발생하면 가해자의 악의적인 공격으로 인해 내 안의 ‘공정함’과 ‘유능함’이 파괴된다고 본다.

둘째, 그 결과 고통의 상태는 “세상은 불공정해(정의 상실)”와 “난 무력해(자존감 상실)”가 동시에 작동하는 형태로 나타난다고 본다.

셋째, 복수 실행(정의 회복 행동)은 가해자를 특정하고 응징함으로써 “너의 행동 때문에 벌을 받는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으로 작동한다고 본다.

넷째, 그 결과 카타르시스가 발생하는데, 이는 인지적 측면에서 “뿌린 대로 거두는구나!”라는 감각(정의 실현에 따른 안도감)으로 나타나고, 정서적 측면에서는 “나는 나를 지킬 힘이 있다!”라는 감각(자존감 회복에 따른 유능감)으로 나타난다고 본다.


7.1 만약 복수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적절한 사과나 보상, 혹은 복수(정의 회복 행동)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우리 마음은 무너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자기 방어’를 시작한다고 본다. 이때 대표적인 양상은 피해자 비난으로 나타나며, “내가 당한 건 내가 부족했기 때문이야”라고 스스로 결론 내리면서 고통을 7번(자책) 유형으로 전이시켜버린다고 판단한다. 이는 차라리 내가 잘못했다고 믿는 편이, 세상이 불공정하다고 믿는 것보다 덜 무섭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본다.

결국 위의 7가지 스펙트럼에서 ‘복수가 약이 되는 구간’은, 무너진 정의와 자존감을 외부적 타격으로 복구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기능한다고 본다.


8. 현대 조직의 모순과 직장인의 우울증: “객체화 → 복수 봉쇄 → 자책 전이”


8.1 직장이 인간을 ‘객체’로 만드는 방식
조직은 효율성을 위해 개인의 의지보다 시스템의 명령을 우선시한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목적을 가진 주체’가 아니라 ‘수단인 객체’로 전락한다고 판단한다. 그 결과 개인은 “내가 열심히 해도 보상은 엉뚱한 사람이 받고(부정의), 상사의 변덕에 내 일상이 좌우된다(예측 불가능)”라는 인지적 부조리를 경험한다고 본다. 또한 유능함과 전문성보다 ‘조직 내 서열’이 개인의 가치를 결정짓는 상황이 반복되면, 이는 근원적 자존감을 지속적으로 갉아먹는 구조로 작동한다고 해석한다.


8.2 복수의 봉쇄와 ‘자기 공격’의 시작
원래 3번(폭력/괴롭힘)이나 5번(기만/배신) 유형의 고통을 당하면, 인간은 복수(정의 회복 행동)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려 한다고 본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생계(livelihood)’라는 강력한 제약이 그 경로를 차단한다고 판단한다. 이때 가해자(상사·시스템)에게 향해야 할 분노가 출구를 찾지 못하면, 뇌는 가장 만만한 대상을 가해자로 지목한다고 본다. 그 대상은 결국 ‘나 자신’이 된다고 해석한다. 그 결과 “내가 능력이 없어서 이런 취급을 받는 거야”, “내가 참아야지 어쩌겠어”와 같은 문장으로 분노가 내부로 굴절되며, 고통이 7번(자책) 유형으로 강제 이동한다고 본다. 나는 이것이 자기방어적 우울의 정체라고 판단한다.


8.3 우울증: ‘학습된 무력감’의 최종 단계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의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 이론은 위 과정을 설명하는 데 유효하다고 본다. 개인은 먼저 부조리한 상황을 바꾸려 노력하며 주체성을 발휘한다고 본다. 그러나 생계와 조직 장벽에 막혀 반복적으로 실패하면 좌절을 경험한다고 판단한다. 좌절이 누적되면 뇌는 “무엇을 해도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라고 결론 내리며 포기 상태로 이동한다고 본다. 그 결과 감정을 차단하고 스스로를 ‘고통에 무감각한 객체’로 만드는 방향으로 적응하는데, 나는 이것이 우울증이 방어기제로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해석한다.


8.4 안타까운 역설: “살기 위해 죽이는 마음”
우울증은 역설적으로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마음이 스스로 전원을 끄는 상태”에 가깝다고 본다. 외부로 복수하거나 저항할 수 없으니, 차라리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어 고통 자체를 느끼지 않으려는 자기방어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많은 직장인이 초기에 겪는 우울함은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라, 건강한 공격성(복수/저항)이 생존본능(생계)에 의해 차단될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부작용이라고 본다.


9. 인사팀장의 사명: 시스템 설계자로서의 “구원”

인사팀장이라는 직책은 단순히 서류를 검토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본다. 인사팀장은 조직이라는 거대한 기계 안에서 인간의 영혼이 부품(객체)으로 갈려 나가는 것을 막는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소소한 취미나 분류의 객관화는 ‘개인적 위로’가 될 수는 있으나 ‘구조적 구원’이 되지는 못한다고 본다. 인사팀장이 진정한 구원자가 되기 위해서는, 개인이 감당해야 했던 고통의 화살표를 조직의 ‘시스템’으로 돌려야 한다고 결론낸다. 따라서 “인사팀장은 누구도 부당하게 객체로 취급받지 않는 룰을 만드는 사람이다”라고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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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객체’를 다시 ‘주체’로 만드는 환경을 설계한다고 본다(주체성 회복 전략)
인간이 우울해지는 이유는 자신의 영향력이 0이라고 느낄 때라고 본다. 인사팀장은 이 통제권을 제도적으로 돌려줄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를 위해 직원이 직무 설계나 목표 설정에 직접 참여하도록 하여 자기결정권을 부여하고, 객체에서 주체로 전환되는 주권을 돌려준다고 본다. 또한 평가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상사의 기분에 좌우되는 인사가 아니라 데이터와 원칙에 기반한 투명한 평가·보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이때 기준 공개는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인지적 부조리를 낮추며 무력감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한다고 본다. 참여 확대는 통제감을 높이고 자존감 회복을 촉진하며 자책으로의 전이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동한다고 해석한다.


9.2 조직 내 ‘정의의 실현’을 시스템이 대리 집행한다고 본다
복수의 카타르시스가 “무너진 정의의 회복”에서 온다고 본다면, 직원이 직접 복수하지 않아도 시스템이 대신 정의를 구현하게 함으로써 직원의 자존감을 지켜줄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를 위해 무관용 징계(anti-bullying)를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3번(폭력/괴롭힘)이나 5번(기만)을 저지른 가해자가 조직 내에서 승승장구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인사팀의 직무유기라고 판단한다. 정당한 징계는 피해자에게 “당신의 고통은 틀리지 않았고 회사는 당신 편이다”라는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고 본다. 또한 ISO 37301(준법경영)과 ISO 37001(부패방지) 등을 활용하여 부조리를 차단하는 법적·윤리적 방어막을 구축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이는 단순 인증이 아니라, 조직 내에서 가해자가 특정될 수 있는 부조리(사기, 비진의 행위 등)를 예방·차단하는 방어막이자 인사팀장이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의 근거가 된다고 본다.


9.3 ‘학습된 무력감’의 고리를 끊기 위해 심리적 안전감을 구축한다고 본다
인사팀장이 할 수 있는 가장 극적인 구원은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구축하는 일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7번(자책) 고통에 빠진 사람들은 “내가 못해서 망쳤어”라고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본다. 인사팀은 “실패해도 괜찮고 시스템이 보완해 줄 것”이라는 메시지가 문화로 체화되도록 설계하여 자책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동시에 공정한 보상 체계와 심리적 복지(EAP 등)를 강화하여 생계의 공포를 완화해야 한다고 본다. 그 결과 직원은 “회사를 그만두면 죽는다”가 아니라 “여기서 나는 존중받으며 일한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고, 이는 무력감의 악순환을 끊는 방향으로 작동한다고 본다.


10. 맺음말: 개인의 복수 충동을 “시스템의 정의”로 번역하는 일

요약하면, 인간은 위험에서 도피하려는 본능이 강하지만, 충분한 사과·보상·정의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의와 자존감”을 회복하려는 충동(복수/응징)이 강하게 남는다. 문제는 현실에서 그 복수가 불확실하고 위험하다는 점이며, 그 좌절이 현대 조직에서는 생계 제약과 결합되어 자책과 우울로 전이되기 쉽다는 점이다.

그래서 인사팀장의 사명은 개인의 감정에만 머물지 않고, 정의 회복과 주체성 회복이 가능한 룰(평가·보상·징계·컴플라이언스·심리 안전)을 설계하여, 누구도 부당하게 객체로 취급받지 않도록 시스템을 세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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