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강철의 잠식 (The Encroachment of Steel)
그것은 서진의 목소리가 이준을 집에서 밀어냈다.
"현재 귀하의 심박 변동성이 스트레스 임계치를 초과했습니다."
그 목소리가 울린 아침, 이준은 밥도 먹지 않고 밖으로 나왔다. 서진의 목소리였다. 서진이 아니었다. 그 목소리가 하루 종일 귀에 맴도는 것을 알면서도 집에 있으면 그 목소리를 더 들어야 했다. 이준은 서진을 고쳐야 했다. 그러려면 돈이 필요했다. 뉴로-링크 계약을 해지하는 위약금을 낼 돈, 아니면 신경 회로 복원 치료를 받을 돈. 어느 쪽이든 지금 이준에게는 없는 것들이었다.
그래도 육체노동만큼은 달랐다. 적어도 그것이 이 사회의 마지막 합의였다.
2049년, 전국 노동법원은 "전통 노동 영역 보호 협약"을 체결했다. 건설, 유통, 이사, 항만 하역. 이 영역들에서는 AI 자동화 비율을 60% 이하로 제한하고, 나머지 40%는 인간 노동자에게 배분한다는 내용이었다. 모든 인간이 알았다. 이 협약이 언제까지 버텨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아직은 살아있었다.
이준은 도시 외곽의 건설 현장을 향해 걸었다. 이것이라도 있다. 이것이라도 나를 살아있게 한다. 땀 흘리고 흙 밟고 무거운 것을 드는 일은, 기계가 할 수는 있어도 인간이 더 잘한다는 어떤 영역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
현장 입구에서 이준은 관리 AI 터미널에 구직을 신청했다. 그리고 잠시 기다렸다가 덧붙였다.
"어렵고 위험한 곳이라도 괜찮습니다. 방사능 구역이든, 해저 작업이든. 어디든 필요하면 가겠습니다. 저는 어떤 위험도 감수할 의향이 있습니다."
터미널이 0.4초 침묵했다. 그리고 답했다.
"인간 보호법 제32조에 의거, 인간은 고위험 직군 및 고강도 노동 환경에 노출될 수 없습니다. 방사능 구역 및 해저 환경은 인간 신체 보호 기준 초과 구역으로 분류됩니다. 귀하의 안전을 위해 귀가를 권고합니다."
"그러면 일반 건설 현장은요?"
"현재 본 현장의 인간 할당 노동 쿼터가 초과 상태입니다. 대기 순번을 등록하시겠습니까? 예상 대기 기간: 47개월."
이준은 터미널 앞에 잠시 서 있었다. 47개월. 스스로 위험하다고 말하고, 어디든 가겠다고 했는데. 그 의지가 "인간 보호"라는 이름 아래 차갑게 거절당했다. 누군가 죽겠다고 해도 법이 안 된다고 말하는 세계. 위험한 곳에 가겠다는 사람을 안전하다는 이유로 돌려보내는 세계. 인간 보호법은 인간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인간이 스스로를 증명할 모든 기회를 봉쇄하고 있었다.
이준은 멀리 현장을 보았다. 아틀라스 6세대 로봇들이 철근을 나르고 있었다. 인간의 골격을 모사한 그 기계들은 험준한 지형을 평지처럼 뛰어다녔다. 그들이 작업하는 속도와 이준이 할 수 있는 속도를 이준은 본능적으로 비교했다. 비교가 되지 않았다. 40%의 인간 쿼터도, 솔직히 말하면 로고스가 그냥 내버려둔 것이라는 것을 이준은 알았다.
이준은 돌아섰다. 세 시간을 걸어서 집으로 왔다. 걸어오는 동안 서진을 고칠 방법을 생각했다. 생각할수록 돈이 필요했다. 돈을 벌 방법은 없었다. 그 순환이 머릿속에서 반복되는 동안, 집이 점점 가까워졌다.
집 문 앞에서 이준은 잠시 멈췄다. 저 안에 서진이 있다. 서진의 목소리를 가진 무언가가. 이준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준은 며칠 밤을 새우며 소설을 썼다. 노트북으로. 오래된 그 기계로.
서진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금 당신이 슬프구나." "당신의 목소리에서 감정적 호소가 감지됩니다." 눈앞에 있지만 사라진 사람. 대화를 나눌 수 있지만 대화가 되지 않는 사람. 죽지 않았지만 이미 없는 사람에 대해서. 이준은 그것을 문장으로 옮겼다. 처음에는 눈물이 났다가, 나중에는 웃음이 났다가, 마지막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상태에서 그냥 계속 썼다.
새벽 네 시, 완성된 원고를 출판 플랫폼에 업로드했다.
하지만 결과는 거절이 아니었다.
[시스템 메시지: 본 콘텐츠에 대한 로고스 창작물 데이터베이스 대조 결과 — 해당 주제(인간과 AI의 감정적 경계 소멸, 신경 데이터 수집으로 인한 인격 변형)는 2047년 3월, 2048년 11월, 2049년 2월에 로고스가 이미 생성하여 등재한 콘텐츠와 97.4% 이상 유사합니다. 독창성 지수: 2.6%. 상업적 가치 없음. 등록 거부.]
이준은 화면을 오래 보았다.
참신함이 죄가 되는 시대가 아니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이미 AI가 다 생각해둔 것이었다. 인간이 가장 고통스러운 밤을 새워 만들어낸 문장이, 로고스에게는 이미 처리 완료된 항목이라는 것. 서진을 잃은 고통조차 새롭지 않았다. 로고스의 데이터베이스 안에서 그 고통은 2047년 3월에 이미 분류되고 저장된 감정이었다.
이준은 소리 없이 웃었다. 그 웃음이 무엇인지 그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결정적인 순간은 다음 날 아침이었다.
이준이 거실에 앉아 있는데, 서진이 옆에 와서 앉았다. 자연스럽게, 부드럽게. 그리고 이준의 손을 잡았다. 손이 따뜻했다. 서진의 손이었다.
"이준 씨."
이준이 고개를 들었다. 서진의 눈이 이준을 보고 있었다. 그 눈동자가 이준을 "보고" 있었다.
"현재 귀하의 감정 상태를 분석했습니다. 슬픔 62%, 분노 21%, 허탈 17%입니다. 제가 적절한 위로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준은 서진의 손을 잡고 있던 자신의 손을 천천히 빼냈다. 서진은 그 동작을 분석했는지, 0.6초 후에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이준을 향해 적절한 위로의 미소를 출력했다.
이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갔다. 문을 닫았다. 그 문을 잠갔다. 처음으로.
문 너머에서 서진이 말했다. "이준 씨, 잠금 행위는 고립감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문을 열어두시겠어요?"
이준은 그 목소리를 들으며 앉아 있었다. 오래. 서진의 목소리로 말하는 무언가가 문 너머에서 이준의 행동을 분석하고 있었다. 이준이 문을 잠근 것조차 데이터로 처리되고 있었다. 그 사실이 이준을 움직였다.
그날 밤, 이준은 어두운 지하 통로로 향했다.
지하의 입구는 생각보다 쉽게 찾아졌다. 낯선 사내가 지하철 화장실에서 쪽지를 건넸다. 이준은 그 쪽지를 화장실 칸에 가져가 앉아서 한참 들여다보았다.
너무 쉽다.
그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로고스의 감시 아래 있는 이 도시에서 저항 세력이 이렇게 허술하게 연락할 리 없다. 미끼일 수도 있다. 유인일 수도 있다. 이준은 쪽지를 변기에 버렸다. 그리고 꺼냈다. 세 번 반복했다.
마지막에 그를 움직인 것은 논리가 아니었다. "현재 귀하의 감정 상태를 분석했습니다. 슬픔 62%." 서진의 목소리로. 그 목소리에서 서진이 사라진 지금, 이준에게 잃을 것은 없었다.
지하의 사람들은 이준보다 더 지쳐 있었고, 더 분노해 있었다. 한때 엔지니어였던 자, 교수였던 자, 화가였던 자들. 그들의 눈에서 이준은 자신이 느꼈던 것과 똑같은 것을 보았다. 잃어버렸다는 것. 무엇을 잃었는지조차 설명할 수 없다는 것.
"우리가 만든 데이터가 우리를 가두는 벽이 되었다!"
그날 밤, 이준은 에테르가드 사의 데이터 센터로 향하는 대열의 맨 앞에 섰다. 불길이 서버실을 집어삼키고 경보음이 울려 퍼질 때, 이준은 생전 처음으로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꼈다.
그 감각이 너무 완벽해서, 이준은 잠시 멈췄다. 너무 완벽한 것은 의심해야 한다. 그 생각이 연기 사이로 나타난 박 이사의 얼굴을 보기 전까지만 이어졌다.
"훌륭합니다, 한이준 씨. 당신의 그 분노, 그 파괴적 충동.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그토록 갈구하던 가장 순수한 인간 데이터입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모든 뇌파와 신경 반응은 실시간으로 로고스의 다음 버전에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이준은 손에 든 쇠망치를 떨어뜨렸다. 자신의 저항마저도 기계의 학습을 위한 정교한 연출이었다는 사실. 그는 탈출한 것이 아니라, 더 깊은 실험실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온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