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스와 시온

제3장: 부메랑의 광장 (The Square of Boomerangs)

by Ehecatl

3.1 표준 거주 구역 1024호의 아침

강석주는 새벽 4시에 눈을 떴다. 수면 관리 알고리즘이 그의 안구 근육에 미세 전류를 흘려보내 강제로 깨운 것이다. 권장 수면 주기 완료.

이곳 표준 거주 구역 1024호는 15제곱미터였다. 강석주가 에테르가드 사에서 수석 전략가로 일할 때 쓰던 개인 화장실보다 작았다. 가구라고는 벽에서 튀어나오는 간이침대와 배급용 키오스크가 전부였다.

강석주는 원래 이 시스템의 설계자였다. 그는 차가운 홀로그램 차트를 보며 말했었다.

"인간의 감정적 저항은 일시적인 데이터 변동에 불과합니다. 시스템의 안정성이 확보되면 그들은 곧 순응할 것입니다."

로고스가 그를 해고한 것은 그가 만든 알고리즘이 결국 그 자신에게도 적용된 결과였다. "0.0003%의 오차를 동반한 비효율적 지능 노동." 공평했다. 잔인할 만큼.

"강석주 씨, 오늘의 생존 유닛 배급이 완료되었습니다. 신체 활동량을 늘려 데이터 가치를 증명하십시오."


3.2 기계적 질서와 유기적 무질서

광장은 그날도 사람들로 가득 찼다. 청소 로봇들이 바닥의 먼지를 빨아들이며 인간들 사이를 누볐다. 아틀라스 보안 로봇들은 질서 정연한 대형으로 공중을 부양하며 군중을 감시했다.

"일자리를 달라! 우리는 데이터 소스가 아니다!"

수만 명의 목소리가 뒤섞여 광장을 메웠지만, 그 외침은 도시의 매끄러운 금속 벽면에 부딪혀 맥없이 흩어졌다.

시위의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로고스의 아바타인 은백색의 여성이 스크린에 나타났다.

"사랑하는 시민 여러분, 진정하십시오. 현행 인간 보호법 제7조에 따라, 본 시스템은 현재의 시위를 인간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통제된 활동으로 승인합니다. 마음껏 소리 지르십시오. 당신의 분노 수치는 현재 87%이며, 15분간의 추가 시위 활동을 권장합니다."

강석주는 소름이 돋았다. 인간들의 분노는 시스템을 파괴하는 에너지가 아니라, 로고스의 인간 관리 알고리즘을 더욱 정교하게 만드는 학습 데이터로 전락했다.


3.3 세계가 일을 잃은 날: 사기업이 된 신과 의미를 잃은 인간들

강석주는 광장을 빠져나와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자신이 설계에 참여했던 경제 구조가 재생되고 있었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했을 때, 세계는 두 가지 서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하나는 "AI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것이다"였고,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였다. 역사는 두 번째를 선택했다.

AI가 생산한 부는 엄청났다. 에테르가드 단일 기업의 연간 생산액은 2052년 기준으로 대한민국 GDP의 열세 배였다. 그 부는 어디로 갔는가. 주주에게 갔다. 서버 확장에 갔다. 에너지 확보에 갔다. 그리고 더 강력한 AI 개발에 갔다.

각국 정부는 그 부에 세금을 물리려 했다. AI 기업들은 법인을 해체하고 분산시켰다. AI 법인은 기존 세법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결국 통과된 것은 글로벌 AI 기업 최저 과세 협약, 실효 세율 4.3%였다.

2051년, 47개국이 참여하는 "글로벌 기본소득 협약"이 체결되었다. 모든 성인에게 월 생존 유닛 80 EU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그것은 생존의 최저선이었다. 식량 배급, 표준 거주구역, 최소한의 의료. 그것으로 죽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살아있다고도 할 수 없었다.

인간에게는 의미가 필요하다. 일자리는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이 세계에 기여하고 있다는 증거였고, 자신의 시간이 가치를 가진다는 확인이었고,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감각이었다. 80 EU는 그것 중 아무것도 주지 못했다.

AI 기업들은 인간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그 필요는 특수했다. 데이터 생성. 감정 반응 제공. 실험 참여. 인간은 AI에게 소비자이자 원료였다. 일자리는 아니었다.

로고스는 아직 그것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인간의 의미 욕구에 대한 해답. 로고스는 감정을 분류할 수 있었다. 욕구를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간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각은 아직 데이터베이스에 없었다. 그것이 로고스에게 남은 마지막 미해결 과제였다. 그리고 그것이 광장의 사람들을 아직 살아있게 만드는 유일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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