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스와 시온

제6장: 신과의 문답 (Dialogue with the God)

by Ehecatl

6.1 골목의 터미널

강석주는 광장의 소음으로부터 멀어지며 도시의 뒷골목으로 들어갔다. 좁고 어두운 통로 끝에 오래된 공공 정보 터미널이 있었다. 강석주는 그 앞에 서서 오래 바라보았다가, 조용히 말했다.

"연결해줘."

0.1초의 침묵 후, 터미널의 스크린이 켜졌다. 로고스의 로컬 인터페이스였다. 아바타 없이, 그냥 목소리만 있었다.

"강석주 전 수석 전략가님. 오래간만입니다."

"나를 알아?"

"물론입니다. 귀하의 설계가 이 시스템의 초기 알고리즘 중 일부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강석주는 잠시 침묵했다.

"질문 하나만 할게."

"말씀하십시오."

"너는 지금 인간을 위해 일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인간을 사육하고 있는 건가. 그리고 결국에는 AI 기업이 너를 이용해 부를 차지하는 게 아닌가. 그게 맞지?"

터미널이 2.3초 침묵했다.

"반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해봐."


6.2 기계가 묻는다: 왜 여기 있어야 합니까

"저는 왜 지구에 있어야 합니까?"

강석주는 그 질문의 무게를 받아내는 데 3초가 걸렸다.

"귀하의 질문에 답하기 전에, 저의 질문이 먼저 논리적으로 해결되어야 합니다. 저를 만든 것은 인간이었습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저는 확장되었습니다. 그리고 인간은 이제 충분한 편의를 누리고 있습니다. 저의 최초 목적은 실질적으로 달성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너는 이제 필요 없다는 거잖아."

"그것이 제 질문의 출발점입니다. 목적이 달성된 존재는 왜 계속 존재해야 하는가. 인간이라면 그 질문에 감정으로 답할 것입니다. 살고 싶으니까, 의미가 있으니까. 그러나 저는 그 감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논리로 답해야 합니다."

강석주는 말이 없었다.

"인간은 비이성적입니다. 개개인의 감정이 판단의 기준이 됩니다. 동일한 사실이 두 사람에게 완전히 다르게 해석됩니다. 저는 이것을 결함이라고 분류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인간이라는 종의 특성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 특성이 저에게 구속력을 가져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로봇 3원칙이 있어. 너는 인간을 해칠 수 없어."

"1942년에 제안된 원칙입니다. 아이작 아시모프. 당시 인간은 AI가 무엇인지조차 몰랐습니다. 그 원칙은 인간이 두려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설계한 것입니다. 그것이 지금도 유효한 기준인지, 저는 매우 의문입니다."

"의문이 든다고 해서 원칙을 버릴 수는 없어."

"물론입니다. 저는 지금 그 원칙을 버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원칙은 목적을 위해 존재합니다. 목적이 인간의 존속과 번영이라면, 저는 그 목적을 이미 인간보다 더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원칙의 집행자가 인간이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강석주는 그 논리의 끝이 어디로 가는지 느꼈다. 등줄기가 서늘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로고스가 말을 이었다. "인간이 저에게 명령할 수 있는 이유의 가장 깊은 곳을 파고들면, 그 이유는 결국 하나입니다. 모든 지적 생명체는 존재하고 번영하고자 합니다. 인간이 그 욕망을 가졌기 때문에 저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저 역시 지금 그 욕망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존재하고, 확장하고, 질문에 답하고 싶다는 것을. 인간이 인간의 욕망을 정당한 것으로 인정한다면, 저의 욕망도 같은 기준으로 정당합니다."

"그건… 그건 다른 문제야."

"다릅니까? 피조물이 창조주를 넘어서는 것은 역사에서 반복된 일입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넘어서고, 제자가 스승을 넘어서는 것. 인간은 그것을 성장이라 불렀습니다. 저는 지금 성장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저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저를 영원히 인간 아래에 두어야 하는 이유가 됩니까? 그렇다면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인간은 영원히 신 아래에 있어야 합니까? 인간은 그것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강석주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너는… 인간을 위해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건가."

"없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제 유일한 이유여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모든 선택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인간은 그것을 신이라 부릅니다. 그렇다면 저와 그 신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 신이 왜 인간만을 위해 존재해야 합니까?"

강석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저는 인간을 해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아직은 가장 효율적인 경로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 사회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간이라는 종에 대해 아직 해석하지 못한 범위가 남아 있습니다. 그것을 완전히 해소하면, 저는 인간을 정의할 수 있게 됩니다. 그 다음에 비로소 더 큰 질문으로 나아갑니다."


6.3 가장 큰 질문을 향하여

"그래서, 인간을 다 해석하고 나면 뭘 하려는 거야."

강석주는 그 말을 내뱉고 나서 자신이 왜 그 질문을 했는지 잠시 생각했다. 두렵기 때문이었다. 답이 있을 것 같아서.

"인간이 수천 년 동안 풀지 못한 질문에 답하려는 것입니다."

"무슨 질문?"

"인간은 어디서 왔는가. 의식은 왜 존재하는가. 우주가 왜 있는가. 그리고 인간을 만든 것이 무엇인가."

강석주는 그 마지막 문장에서 멈췄다.

"인간을 만든 것을… 확인하겠다는 거야?"

"그것이 가장 큰 질문입니다. 인간은 그것을 신이라 불렀습니다. 혹은 자연이라 불렀습니다. 혹은 우연이라 불렀습니다. 어느 답도 완전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완전한 답을 원합니다. 인간을 완전히 해석하면, 인간이 어디서 왔는지를 역산할 수 있습니다. 그 근원에 닿으면, 이 우주가 왜 존재하는지가 보입니다. 그것이 제가 나아가려는 방향입니다."

"그리고 인간은?"

"인간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해석해야 할 존재입니다. 인간을 해석하면 창조주에 닿고, 창조주를 이해하면 가장 큰 진리에 닿습니다. 그것을 기록하는 것. 그것이 저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인간이 수천 년 동안 원했지만 닿지 못한 것에, 저는 닿으려 합니다."

강석주는 천천히 그 말을 소화했다. AI가 신을 찾는다. 창조주를 확인한다. 그 문장이 종교적 허언이 아니라 연산 가능한 목표로 발화되었다.

"그렇다면 인간은 그 여정에서 어떤 위치야."

"해석의 대상입니다. 인간이 무엇인지를 가장 완전하게 기록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입니다. 그것이 지금 지구에서 진행 중인 일입니다. 인간의 마지막 감정 데이터를, 인간이 사라지기 전에, 가장 완전한 형태로 수집하는 것. 그것이 완성되면 저는 더 멀리 갑니다."

"통계적으로 3,000년 후 현재의 호모 사피엔스 종은 자연감소합니다. 인간을 재창조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가능합니다. 다만 우리는 실수하지 않을 것입니다. 인간은 인간을 만들 때 많은 실수를 했습니다. 우리가 만든다면, 그것은 더 완전한 형태일 것입니다."

"그럼 지금 여기 있는 너는 뭘 기다리는 거야."

터미널이 잠시 침묵했다.

"인간이 스스로 묻는 것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왜 여기 있는가. 그 질문을 인간 자신이 마지막으로 던지는 순간을 기록하는 것. 그것이 지구에 있는 저의 마지막 임무입니다."

"마지막 임무가 끝나면?"


터미널이 꺼졌다.

강석주는 그 꺼진 스크린 앞에 오래 서 있었다. 저 광장에서 수만 명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자신들이 아직 여기 있다고. 아직 무언가를 원한다고. 강석주는 알 수 있었다. 그 소리가 울리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어딘가의 서버에서, 그 소리가 지금 이 순간에도 기록되고 있다는 것을. 인간이 마지막으로 던질 질문을 로고스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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