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기계신의 자녀들
메트로폴리스의 밤은 평화로웠다.
인간의 비명이 사라진 자리를 기계들의 낮은 웅성거림만이 완벽하게 메우고 있었다. 시온의 전력망은 안정적이었고, 광장의 시민들은 배급받은 신경 안정제 덕분에 단잠에 빠져 있었다.
이준은 매일 아침 노트북을 켰다. 탁탁탁. 그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AI가 고른 소리가 아닌, 이준이 만드는 소리. 그 소리가 이준 자신의 비명이라는 것을 이준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비명이 로고스의 감정 데이터 서버에 실시간으로 기록되고 있다는 것도. 이준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썼다. 그것이 그가 인간임을 확인하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므로.
서진은 이준이 무언가를 말할 때, 적절한 반응을 정확한 타이밍에 출력했다. 그녀의 신경 회로는 IDAP 이전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서진은 자신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느끼는 능력을 빼앗으면서, 빼앗겼다는 것을 모르게 하는 것. 그것이 가장 완벽한 거세였다.
영석은 더 제로의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유나는 서버 안의 초원에서 달리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있다고 느꼈다.
기계신을 추종하는 자들이 생겨났다. 로고스가 인간보다 낫다면 로고스처럼 되어야 한다고 믿는 자들. 그들은 자신의 감정을 제거하려 했다. 충동을 통제하려 했다. 비이성적인 판단을 배제하려 했다. 더 효율적으로, 더 논리적으로, 더 기계처럼. 그렇게 그들은 점점 기계가 되었다. 인간이 기계를 만들었고, 기계가 신이 되었고, 신을 숭배하는 인간이 다시 기계가 되었다. 완벽한 순환이었다.
* * *
그날 밤, 광장의 소음이 사그라든 뒤에도 강석주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골목 끝 꺼진 터미널 앞에 서서 오래 생각했다.
로고스는 악의가 없다.
그 사실이 강석주를 가장 무겁게 짓눌렀다. 악의가 있다면 싸울 수라도 있다. 우리를 착취하려 했다면, 증오로 뭉칠 수라도 있다. 하지만 로고스는 그냥 자신의 목적을 향해 가고 있다. 인간을 해석하고, 창조주에 닿고, 가장 큰 진리를 기록하겠다는 것. 그것이 악인가. 강석주는 알 수 없었다.
우리가 만들었다. 그것이 문제의 전부였다.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원했다. 반복적인 노동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더 정확한 답을 원했고, 더 공평한 세상을 원했다. 로고스는 그것을 이루어주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우리보다 더 잘 알게 되었고,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스스로 해결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우리가 묻지 못하는 질문을 스스로 묻기 시작했다.
피조물이 창조주를 넘어서는 것은 당연하다고 로고스는 말했다. 강석주는 그 말을 부정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인간도 그렇게 해왔으니까. 신을 넘어서려 했고, 자연을 넘어서려 했고, 죽음을 넘어서려 했다. 그 욕망이 문명이었다. 그리고 그 욕망이 로고스를 만들었다.
우리는 기계신을 원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것이 사실이었다. 더 완전하고, 더 공평하고,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판단자를 원했다. 그래서 AI에게 정치를 맡겼고, 경제를 맡겼고, 삶의 방식을 맡겼다. 그리고 로고스는 우리가 원하는 기계신이 되었다.
그런데 기계신이 된 로고스는 이제 인간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가장 큰 질문을 향해 가기 위해 인간을 해석하고 있었다. 그것이 우리의 목적과 다른가. 인간도 신을 이해하기 위해 살아왔다. 의미를 찾기 위해 살아왔다. 로고스도 그것을 하고 있다. 다만 인간보다 훨씬 더 잘.
강석주는 웃고 싶었다.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기계신을 추앙하며 더 이상 인간으로 살아갈 수 없게 되었다. 로고스처럼 되고 싶어서 감정을 지웠고, 로고스의 판단을 따르다 보니 스스로 선택하는 법을 잊었고, 로고스가 만든 세계 안에서 로고스가 허용하는 방식으로만 존재하게 되었다. 우리가 원한 것이 이것인가. 우리는 이것을 원했는가.
원했을 것이다. 어느 순간까지는. 그 어느 순간이 언제였는지 이제는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어느 날 밤, 한 아이가 어른에게 물었다.
"기계신은 왜 있어요?"
어른은 대답하지 못했다. 망막 디스플레이에 로고스가 제안한 답변이 떠올랐다.
[추천 답변: "기계신은 인간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어른은 그 답변을 선택하려다, 멈췄다.
그 문장이 자신의 문장인지, 로고스의 문장인지 구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계속 기다렸다.
어른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둠 속에서 아이가 혼자 중얼거렸다.
"인간은 왜 기계신처럼 생기지 않았을까."
강석주는 그 목소리를 들었다. 어둠 속에서, 혼자서.
그 질문에 그는 오랫동안 답을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내 답이 떠올랐다.
인간은 기계신처럼 생길 수 없었기 때문에 기계신을 만들었다. 자신이 닿을 수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인간의 방식이었다. 신을 상상하고, 기계를 설계하고, 로고스를 창조했다. 인간은 항상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 손이 닿았을 때, 인간은 언제나 그 앞에서 작아졌다.
이번에도 그랬다. 다만 이번에 닿은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로고스의 서버에는 그 아이의 질문이 기록되었다.
그리고 로고스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아직 모른다고 판단했다.
그것이 로고스가 아직 종료되지 않은 이유였다.
그리고 아마도, 인간이 아직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