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소설을 쓰는 이유

by Ehecatl

얼마 전 Flowith라는 AI 도구를 사용하다가 잠시 멈춰야 했습니다. 다시한번 저의 지식을 점검하기 위해 IPO를 준비하는 기업의 HR·총무 관점에서 주요 쟁점을 분석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관련 법령과 실무 체크리스트, 개선 방향까지 실시간으로 펼쳐졌습니다. 제가 여러 회사를 거치며 11년에 걸쳐 축적해온 경험의 윤곽이 그 화면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브런치에 올리는 글들이, 내가 쌓아온 지식들이, 앞으로도 의미가 있을까.


저는 아직 이 시대를 버티는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이 문장을 쓰는 데 오래 망설였습니다. 무언가 답을 가진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마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도 같은 자리에 서 있지 않을까 막연한 생각을 해봅니다.


올해 공무원 시험 지원율이 급증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9급 공직자 분들의 급여가 6.9%인상되었다는 것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지만 이것만으로는 납득하기 힘듭니다. 현재 민간 기업의 신입 채용은 줄고, AI는 빠르게 신입 직무를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고용 안정성이 보장된 공직으로 향하지 않을까요? 이는 단순한 선호의 변화가 아닙니다.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살아남으려는 본능이 그렇게 표출되고 있는 것입니다. 저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내가 가진 것들이 언제까지 유효할지 알 수 없다는 불안 속에서 출구를 찾아 이렇게 글을 계속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두려움을 맞서려고 AI가 지배하는 미래 사회를 그리다 보면, 어쩌면 AI의 허점을 발견해 내 기술이 아직 쓸모 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해보곤 합니다. 그러나 글을 쓸수록 AI는 전지전능하게 묘사되고 오히려 반대의 확인을 하게 됩니다. 내가 쌓아온 법령 지식과 현장 경험은 이미 데이터로 변환되어 있고, AI는 저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그것을 처리합니다. 소설 속 AI를 쓰면서도 상상도 하지못한 발전된 현실의 AI가 나타나게 되면서 이따금 설명하기 어려운 슬픔이 찾아옵니다.


HR과 총무, 법무 업무를 하면서 이 감각은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예전에는 기업을 지속가능하게 운영하는 실무 지식을 선배에게서, 거래소 책자에서 배웠습니다. 지금은 AI에게 묻는 것이 더 빠르고 정확할 때가 많습니다. 고급형 AI 구독료에 경험 있는 담당자 한 명이 협업하면, 실무자를 추가로 채용해야 할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지경입니다. 특히 법무 영역에서는 기본적인 법 체계와 판례에 대한 이해만 있다면 AI가 놀랍도록 정확하게 안내합니다. 결국 사람에게 남는 것은 사실관계를 얼마나 생생하게 파악하고 주장할 수 있는지, 그 혼탁 요인을 짚어내는 능력인데, 그마저도 언제까지 사람의 몫으로 남을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송길영 작가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과거 기업 홍보물에는 "임직원 수만 명이 함께합니다"라는 문구가 자랑처럼 쓰였지만, 이제 그것이 더 이상 경쟁력의 증거가 되지 않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규모보다 AI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는가가 기업의 역량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직이 개인을 보호해주던 시대는 이미 흔들리고 있고, 그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지 아직 아무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AI와 경쟁하려 하지 말고, AI를 도구 삼아 나만의 서사를 만들라고. 그 서사는 인간의 도전과 경험에서 나온다고. 그 말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의문이 듭니다. 지금 처음 사회에 나오는 세대는 어떻게 그 서사를 쌓을 수 있을까요. 예전에는 실수를 반복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직무 감각을 키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스스로 무언가를 해보기도 전에 AI가 결과물을 내놓고, 사람은 그 결과에 대한 책임만 지는 구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경험 없이 책임만 남는 세대.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성장이 될 수 있을지, 저는 회의적입니다. '서사를 만들라'는 조언은 어쩌면 이미 충분한 경험을 가진 세대에게만 유효한 말일지 모릅니다.


그어떠한 정답도 명확히 말씀드리기 어렵기에 저는 오늘도 새로운 AI 도구를 써보고, 소설을 쓰고, 이런 글을 씁니다. 답을 찾아서가 아닙니다. 아직 답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면서도, 그 불확실함 속에서 눈을 감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이 시대는 지금 우리 모두에게 묻고 있습니다. 당신은 무엇으로 살 것이냐고. 저는 아직 그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질문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 그것이 지금 제가 이 시대를 버티는 유일한 방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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