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쯤 ‘Tadow’라는 제목의 영상이 유튜브를 뒤흔들었다. 몇 달 만에 수천만 회씩 조회수가 오르더니 급기야 1억 4천만 뷰를 찍어버렸다. 영상의 주인공은 FKJ(French kiwi juice)라는 뮤지션으로 프랑스 일렉트로닉씬의 ‘초신성’이다.
사람들은 FKJ를 가르켜 ‘French touch의 미래’라고 한다. Fresh touch란 프랑스 하우스 음악 스타일을 가리키므로, 풀이하자면 프랑스 일렉트로닉씬을 이끌 ‘신예’ 정도 되겠다. 참고로 프랑스는 이쪽 장르에선 상당한 강국(?)이다. 일렉트로닉 뮤직에 큰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다프트 펑크나 저스티스, 데이비드 게타 등이 프랑스 출신이고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 장르를 유행시킨 장 미셸 자르도 프랑스 출신이다. 다른 나라도 아닌, 프랑스의 일렉트로닉씬을 이끌 재목이라는 평가는 극찬 중의 극찬이 맞다.
그의 음악은 여느 일렉트로닉 뮤지션과는 다른 구석이 있다. 대개 일렉트로닉 음악의 경우 기계적인 냄새가 나는 신디사이저 톤으로 가득한 경우가 많은데, FKJ의 음악은 좀 더 어쿠스틱한 맛이 있다. 업라이트 피아노나 색소폰 같은 악기를 다룰 땐 특히, 일렉트로닉 뮤지션이 아닌 베테랑 재즈 뮤지션 같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요약하자면, 일렉트로닉이라는 장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재즈 뮤지션 같달까.
연주한 베이스라인을 루프(Loop)하는 FKJ
실제로 FKJ는 한 인터뷰에서 재즈에 주로 영향을 받았고 펑크(Funk)나 소울, 가스펠, 블루스 등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재즈와 블루스에 큰 영향을 받은 모양인데 1억3000만 뷰를 찍은 영상 ‘Tadow’ 같은 곡에서 사용된 기타 톤이나 프레이즈를 보면, 그의 뿌리가 재즈나 블루스에 있음을 알 수 있다.
7살 때 색소폰 연주를 시작했고 이어 기타와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일렉트로닉 뮤지션임에도 피아노, 기타, 베이스, 색소폰 등 다양한 악기를 직접 연주한다. 여러 악기를 다루니 실력은 그럭저럭한 수준일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 전부 상당한 수준으로 마스터했다. 이 정도면 신이 4~5명의 재능을 이 사람한테 ‘몰빵’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잘 친다.
지난해 이맘때쯤엔 한국에 내한 공연을 왔다. 운 좋게도 그의 공연을 본 기억은 여전히 놀라움으로 남아있다. 루프스테이션(Loopstation)을 이용한 특유의 음악 전개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한 악기 소리를 반복 재생시키고 그 위에 다른 악기 소리를 쌓아 올리는 식이다. 가령, 기타 리프를 몇 마디를 연주하고 루프 시켜놓은 다음 그 위에 드럼 비트를 넣은 뒤, 베이스라인을 곁들이는 거다. 단순한 연주에서 시작된 노래가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마침내 대곡으로 디벨롭되는 과정은 꼭 한번 들어볼 만하다.
코로나19가 FKJ 마저 집에 가둬버린 걸까. 최근 그는 자신의 홈 스튜디오에서 지난해 발매한 EP 앨범 수록곡인 ‘Ylang Ylang’을 라이브 영상으로 찍어 공개했다. ‘집 콕 라이브’를 보면서 한동안은 무대 위에서 그를 볼 수 없을 것만 같아서 약간의 아쉬움도 남았다. 다행히 노래도, 집도 모두 예뻐 그를 직접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아직 FKJ를 모르더라도 딱 5분만 투자해 들어보길. FKJ만의 차분하면서도 신비로운 세상을 엿보고 난 뒤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