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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재 Oct 06. 2020

밴드 가뭄 시대…그들은 왜 사라졌나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시대의 아이콘은 대부분 ‘밴드’였다. 롤링스톤즈나 비틀즈, 퀸, 너바나 등 당장 머리에 떠오르는 스타 중 스타는 죄다 밴드다.


왜 하필 밴드였을까. 추론해보자면 밴드만이 낼 수 있는 특유의 꽉 차고 드라마틱한 사운드 때문 아니었을까.


음악은 함께 만드는 편이 표현의 폭 넓히기 좋다. 기타 한 대로 내는 소리는 좋게 말해 ‘담백’하다.


그냥 솔직히 말하자면, 밋밋하다.


물론 이 형님은 제외한다. 형님은 전혀 밋밋하지 않습니다.


드럼, 베이스가 더해지면 비로소 때깔이 나기 시작한다. 노래도 보컬이 혼자 부르는 것보다는 화음을 넣어줄 코러스가 있는 편이 풍성하다.


점점 더 크게 연주하는 ‘크레센도’나 반대로 작아지는 ‘디크레센도’ 효과 역시 여러 명이 가세했을 때 더 극적이다.


드러머가 필인(Fill-in)으로 신호를 주면 보컬 샤우팅과 함께 기타솔로가 치고 나오는 다분히 밴드적인 전개 방식은, 그게 낡아 빠진 클리셰인 걸 알면서도, 분하게도 매번 가슴이 벅차오른다.


대중음악 역사에 족적을 남긴 아티스트 중 밴드가 많고 그 밴드들 대부분이 4~5명으로 구성된 건 우연이 아닌듯하다.


그런데 그 많던 밴드가 요새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없는 건 아니지만, ‘시대의 아이콘’이라고 할 만한 밴드는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레드제플린. 로버트 존슨(보컬)과 지미 페이지(기타)


밴드가 점점 모습을 감추는 건, 이제 더 이상 여러 사람이 모여서 연주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 아닐까.


요즘은 1인 뮤지션도 기계와 기술의 힘을 빌려 밴드 혹은 그 이상의 꽉 차고 다채로운 사운드를 낼 수 있다.


이를테면 드러머 뺨치는 드럼머신 하나만 켜둬도 사운드가 그럴싸해진다.


또 로직, 큐베이스 같은 시퀀서와 가상악기, 프로듀싱 기술만 있다면 '나홀로 홈레코딩'으로도 웅장한 노래를 음원으로 만들 수 있다.


루프스테이션 한 대에 여러 악기와 미이크를 연결하면 7~8명 혹은 그 이상이 연주하는 것 같은 사운드를 내는 퍼포먼스도 가능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EU_JGT55vN0

(후작업이 들어간듯하지만, 어쨌든 잘 만들었다)


프랑스 일렉트로닉씬의 떠오르는 신예 FKJ나, 마세고(masego), 마크 레빌릿(Marc Rebillet) 같은 뮤지션들은 아예 루프스테이션을 하나의 장르로 격상시키고 있다.


‘혼자 음악 하는 시대’를 가능하게 한 기술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음악 스타일도 점점 더 단순해지고 있어 여러명으로 구성된 밴드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


혼네(Honne)의 ‘no song without you’나 톰 미쉬(Tom misch)의 ‘Nightrider’ 같은 최근 곡들을 보면 하나의 코드 진행을 반복하면서 그 위에 약간의 변주를 주는 식이다.


노래도 혼신의 힘을 다해서 부르지 않는다. 힙하게, 힘 빼고, 적당히, 툭 한 마디 내뱉듯 부른다. 굳이 글자로 표현하자면 기..승, 전~ 결!!이 아니라 ~승승, 승기~ 정도의 느낌.


Tom misch - ‘Nightride’


음악 애호가를 자처하는 지인 중 보수적인 이들은


“밴드가 아니면 라이브 특유의 살아있는 느낌이 없잖아!”


“기계음만 잔뜩 나올 게 뻔한데 그게 음악이?”


라면서 밴드가 저문 이 시대를 탐탁지 않게 보기도 한다.


하지만 굳이 어느 쪽이 더 좋다 나쁘다 따질 거 있나. 다 저마다의 매력이 있다.


시멘트처럼 굳어버린 취향 레이더를 다시 말랑말랑하게 만든 다음, 색안경을 벗고 요즘 음악을 들어보자.


기계로 떡칠 된 음악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충분히 살아있고, 또 숨 쉬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선 잘 안 알려져 있지만 루프스테이션과 코믹한 퍼포밍으로 유명한 마크 레빌릿 영상 하나 투척해본다. (끝부분 참...)


https://www.youtube.com/watch?v=omab6QAwB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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