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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재 Oct 03. 2022

함께 하기로 한 멤버가 나갔다

동료를 구하는 건 쉽지 않군!

저는 운이 참 좋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밴드를 하겠다며 멤버를 구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동료를 만났으니까요. (이전화 - 저랑 밴드 하실 분 어디 없나요?)


그 분은 제 지인의 소개로 만나게 된 보컬리스트였습니다. 제가 지인에게 보내준 데모 음원을 듣고 저와 함께 밴드를 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오셨죠.


'음악 좋던데요!'


처음에는 좀 의아했습니다. 왜냐면 그 보컬리스트는 이미 꽤 이름도 있었고, 프로 뮤지션으로서 커리어를 잘 쌓아나가던 분이었으니까요.  제가 하려는 음악은 그다지 대중적이지도 않고요. 초보 리더(=나) 때문에 결과물의 퀄리티도 프로의 수준에 미치지 못할 확률이 높았습니다. "왜 굳이..?"라는 의문이 드는 게 당연했습니다.



그에게도 이 밴드를 하고 싶은 나름의 이유는 있었습니다. 그는 그동안 솔로 활동을 주로 해왔는데요. 팀을 꾸려서 활동하는 것에 대한 궁금증이 있는 듯 했습니다. 또 (제가 모든 곡을 쓰고 제작을 도맡다 보니)조금은 힘을 빼고 활동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눈치였습니다. 말하자면 본업 외로, 반 정도는 취미로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으셨던 겁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제겐 영광이었습니다. 저보다 훨씬 경험이 많은 뮤지션과 함께 팀을 할 수 있다는 건 생각만 해도 설레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설레발은 안 좋지만, 친한 지인 몇 명한테는 자랑까지 했습니다. "나 OOO이랑 밴드하게 됐어!!"


그렇게 밴드 멤버는 1명에서 2명이 됐습니다. 우리 서로의 작업실에 가서 각자의 음악 세계를 보고 또 보여줬습니다. 우리는 함께 나머지 멤버를 찾기도 했습니다. 운 좋게! 얼마 지나지 않아 훌륭한 베이시스트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뭐 일이 이렇게 빨리 잘 풀리나 싶었는데요.


음...


일이 계속 잘 풀렸다면 이 글의 제목이 '함께 하기로 한 멤버가 나갔다'가 아니었겠죠ㅋ

대개 이런 류의 이야기는 순탄하게 흘러가는 경우가 드뭅니다.


합류를 결정해준 그와는 한동안 즐겁게 교류했습니다. 서로의 작업실에 방문해 서로의 음악 세계를 공유하기도 했고요. 아직 못 구한 멤버를 구하기 위해 함께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꽤 오랜 시간 혼자 고민하고 혼자 모든 걸 만들어온 까닭에 그의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됐습니다.


뭔가 쎄한 느낌이 들었던 건 그와 만난지 두어 달 즈음 지났을 때였습니다. 연락을 해도 답장은 잘 오지 않았고, 전처럼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보려는 마음도 거의 없어보였습니다. 서로를 처음 알게 됐을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습니다.


"제가 요며칠 일정 정리하느라 답장을 못드렸네요... 죄송합니다..."

"일정을 정리하고보니 일정도 마음도 팀을 계속하긴 어려울 것 같아서 오래 고민하다가 말씀드려요..."


한동안 연락이 없던 그는 장문의 카톡을 보내왔습니다. 최근 일정이 많아져 시간이 부족하고, 마음도 전만 못하다는 것이 요지였습니다. 그는 부담없이 해볼 수 있을 것 같아 합류를 결정했지만, 결국 밴드를 하려면 모두가 마음을 쏟아야 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나 때문에 많이 외로웠을 것 같다'며 미안하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저는 그에게 "마음 고생이 많았을텐데 연락줘서 감사하다"고 말했고, 우린 서로의 미래를 응원하며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많이 아쉬웠지만 선뜻 그를 잡진 못했습니다. 그를 잡기에 우리 밴드는 아무 것도 갖춰진 게 없었습니다. 근 2개월 동안 멤버를 구한 것도, 새로운 음원을 완성 시킨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쩌다 한 번 씩 카톡으로 연락이나 할 뿐 나아지는 게 없었으니 누군들 잘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을까요.


조금 허탈하긴 했지만 배운 점도 있었습니다. 비전을 보여주지 않는 리더가 구성원들의 적극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바랄 순 없다는 점.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피부로는 처음 느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일단은 좀 더 적극적으로 변해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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