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 없이 첫 합주를 한 이유

시작이 반이니, 우린 이미 반은 한거임

함께 하기로 한 보컬은 밴드 탈퇴를 선언했습니다ㅠㅠ (이전화 -함께 하기로 한 멤버가 나갔다)

다행히 함께 하기로 한 베이시스트는 잔류했고, 이내 드러머도 구했죠. 하지만 보컬 없이 밴드를 하긴 좀 어렵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사람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을 찾으려면 시간이 걸리는 법! 밴드 결성 프로젝트는 다시 한 번 멈췄습니다.

그런데 문득 아직 멤버들을 다 모으지 못했다며 아무 것도 시도하지 않고 있는 제 모습이 좀 한심하게 느껴졌습니다.

어차피 모든 게 완벽하게 준비 된 순간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핑계로 실행을 유예한다면 영원히, 아무 것도, 시작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완벽하게 준비 된 순간이 오지 않을 거라면 그냥 지금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멤버들에게 보컬 없이 일단 합주를 해보자고 말했습니다! 노래는 일단 제가 부르겠다고 했습니다. 비록 들어줄 만한 노래 실력은 아니나 어쨌든 합주를 할 순 있겠다 싶었고요. 그건 어쨌거나 시작을 한다는 의미였으니까요.

그렇게 첫 합주를 했습니다. 사실 잘 하지 못했습니다.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느라 안 그래도 부족한 노래 실력은 밑천을 드러냈고요. 전체적인 디렉팅이나 기타 연주도 헤매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때 서둘러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_^

덕분에 우린 좀 더 친해질 수 있었고, 우리가 하려는 음악에 대해 좀 더 감을 잡을 수 있었고, 언제까지고 시작을 기다리기만 하다가 김빠지는 일도 피할 수 있었으니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망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아무 것도 시작하지 않고 있는 것 만큼은 참을 수 없습니다.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하잖아요. 시작이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일단 시작만 하면 반은 먹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린 장하게도 벌써 반은 먹은 겁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