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1, 동생의 보호자가 됐던 날
가족 내에서 아이가 할 수 있는 역할 정하기
초등학교 1학년인 첫째에게는 유치원에 다니는 7살 동생이 있다.
동생은 유치원 버스를 타고 집에 오고 내가 퇴근 후 마중을 나갔었다.
그런데 나의 퇴근시간이 변동되면서 하원 마중이 부담되기 시작했다.
이러다 늦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자 1학년인 아들에게 아파트 후문이 어디인지 알고 있냐고 물어봤다. 후문은 동생이 버스에서 내리는 곳이다.
"엄마가 부탁하는 날에만 후문으로 가서 동생을 데려올 수 있겠어?"
첫 반응은 예상대로 부정적이었다.
“네?..... 제가 왜요?”
어깨가 축 처지는 모습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상황상 어쩔 수 없었다.
며칠 후,
내가 마중을 나갈 수 없는 날이 왔다.
“오늘 동생 데려올 수 있어? 저번에 알려준 후문이야!”
잠깐의 정적..
"네... 알겠어요."
(유치원에도 오늘은 형에게 인계해 달라고 전화를 걸었다)
첫 미션을 주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바로 집에 가지 못하고 하원장소로 뛰었다.
그리고 두 아이가 웃으며 나란히 걸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형제가 함께 들어오는 모습을 보는데 뭉클한 마음에 눈물이 날 뻔했다.
아이가 날 대신해 준 첫날이었다.
집에 동생을 데리고 돌아온 첫째는 한껏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먼저 말했다.
“엄마, 이제 제가 매일매일 동생 데려올게요!”
그 목소리에는 자신감과 어른스러움까지 묻어 있었다.
"00야, 고마워"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다.
'아이에게 벌써 책임을 주는 건 아닐까?'
'아직 어린데.. 매일은 힘들지 않을까'
하지만 성공의 경험이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건 확실했다. 이후로도 동생을 위해 나갔다.
(자신감이 생기며 귀찮음도 같이 올라가긴 했지만...)
그러다 아이가 몸이 안 좋은 날에도 동생을 데리러 나갔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파 결국 직장에 상황을 말씀드리고 출근, 퇴근시간을 10분씩 앞당기기로 했다.
이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
나는 엄마로서 항상 아이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아이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작은 책임 하나를 완수하면서 아이는 조금 더 성장했고 나 역시 엄마로서 새로운 배움의 시간이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동생의 보호자가 아니더라도) 가족을 위한 작은 역할을 제시해 보자.
자신의 역할이 생기며 얻는 성취감은 자립심 키우기를 넘어 앞으로의 인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믿는다.
그러니 오늘부터 아이가 할 수 있는 가족 내 역할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아이는 결국 부모 없이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내야 할 순간이 온다.
나는 이미 우리 가족을 위해 한 달간 자기 몫을 해내준 아들에게 믿음과 격려를 아끼지 않기로 다짐했다.
앞으로도 함께 성장하며 서로를 도울 수 있는 가족이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