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는 1학년 학부모들에게 1년에 두 번 교통 봉사의 임무를 준다. 1학기에는 사정이 생겨 참여하지 못했지만, 2학기에는 기회를 잡아 교통 봉사를 할 수 있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교통'봉사'라는 이름 하에 바쁜 아침 시간에 강제로 해야 하는 이 활동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30분간의 활동을 위해 연차를 낼 수도 없었다.
안내문에는 가족 누구라도 꼭 참석해야 한다는 문구들이 쓰여있고 1학기 때는 하지 못했으니 2학기엔 꼭 해야 한다는 압박감까지 있었다.
결국 나의 교통봉사를 위해 남편의 출근시간도 미뤘다.
뚜벅이인 나를 위해 활동이 끝나면 차를 태워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조금 짜증스러운 마음으로 시작한 교통봉사였지만 활동 이후에는 하길 잘했다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교통안전 깃발을 들고 지정된 위치에 서 보니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가 눈에 들어왔다. 두 개의 횡단보도가 연달아 연결된 구조였는데 하나는 노인회 분들이 책임지고 다른 하나는 학부모들이 책임지는 방식이었다. 짧은 횡단보도라 신호등이 없고 등교 시간에는 차량이 끊임없이 다녔다.
교통봉사자는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처음엔 깃발을 들고 있는 내가 어색했지만 차츰 적응이 됐다. 그러다 놀라운 일을 경험했다.
학생들이 지나갈 때 깃발을 횡단보도 쪽으로 펼치며 차량을 잠시 멈추게 했을 뿐인데 놀랍게도 몇몇의 아이들이 내게 허리를 숙이며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했다.
별것 아닌 일에도 이렇게 허리를 굽혀 감사 인사를 할 줄 아는 아이들..
더 놀라웠던 점은 이런 아이들이 많았다는것이다.
그 모습에 웃음이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감탄스러웠다.
문득 우리 아이들도 이런 일에 감사 인사를 할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우리 집 아이는 등굣길에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으니 아마 한 번도 본 적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만약 마주친다면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할까?
상상만으로 뭔가 웃음이 났다.
작은 일에도 감사함을 표현할 줄 아는 아이는 자립심을 키울 수 있는 첫걸음을 이미 내디딘 것이다.
감사함과 자립심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과 자립심이 무슨 상관이냐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감사하는 마음은 아이들에게 주변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태도를 키워준다.
삶에 긍정적인 태도를 가진 아이들은 어떤 문제를 마주했을 때 회피하기보다는 해결하려는 자세를 가질 것이다.
또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아이 스스로 감사함을 느끼고 이를 표현한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능동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자립심의 형성에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아이가 감사인사를 하면 나도 깃발을 들고 밝게 웃어주었다.아이들이 하루를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말이다.
비록 횡단보도를 건너는 짧은 시간일지라도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