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1, 장수풍뎅이 키우기

아이가 스스로 돌보는 장수풍뎅이

by 소행성

우리가족 아무도 원하지 않았는데

나 혼자 덜컥 장수풍뎅이 한 쌍을 구매했다.

한번도 어떤 생명체를 키워본 적이 없지만 다른 반려동물은 부담스러웠고

장수풍뎅이라면 아이들과 함께 키워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들이 곤충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장수풍뎅이는 하루에 젤리 하나씩 먹는다.

봄, 여름, 가을엔 매일 챙겨야 하고 겨울엔 이틀에서 삼일에 한 번씩이면 된다.

솔직히 아이들 밥 차리는 것도 귀찮을 때가 있는데

갑자기 풍뎅이 밥까지 챙기려니 '내가 이걸 왜 샀지?' 싶어서 혼자 후회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풍뎅이부터 살피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오늘은 숨어있네!"
"어? 젤리를 다 먹었어!"
아이들은 작은 생명체를 바라보며 흥미를 느끼는 듯했다.


어느순간 장수풍뎅이는 아이들 차지가 되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젤리를 줘보라고 한 날 이후로 아이들이 알아서 매일 챙기기 시작했다.

"오늘 젤리는 내가 줄게! 형아가 먹은 거 꺼내"

"이제 엄마말고 우리가 얘네들을 돌보는 것 같아"


초반엔 장수풍뎅이가 움직일까봐 겁이나서

"야 내가 넣자마자 너가 뚜껑 덮어"라고 덜덜 떨며 서로 역할을 나누더니 이제는 척척 여유있게 젤리를 교체한다.


풍뎅이를 키우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립심을 배우기 시작했다. 풍뎅이에게 젤리를 챙겨주지 않으면 배고프고 약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이들은 책임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우리가 안 챙기면 풍뎅이가 배고플거야!"


매일 정해진 시간에 풍뎅이를 챙기는 일이 아이들에게 일종의 루틴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풍뎅이부터 살피는 습관이 자리 잡았다.

작은 생명체를 돌보는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고

자연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아이들이 책임감을 느끼며 스스로 할 일을 찾는다.

단순히 엄마의 돌봄이 아니라 “내가 해야 한다”는 능동적인 자세를 배운 느낌이다.

이런 모습을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선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수풍뎅이를 키우는 일이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의미 있는 활동이 될 줄은 몰랐다.

아이들과 함께 자연 속에서 배우는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

이제는 풍뎅이 덕분에 아침이 한층 더 활기차고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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