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는 사람이 되다
#5. 40대 : 버티는 척 :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는 사람이 되다
마흔을 일컬어 불혹(不惑)이라 한다.
미혹되지 않는 나이, 흔들리지 않는 주관과 가치관이 생긴다는 뜻이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지만, 40대에 접어들면 그동안 쌓아온 시간의 흔적이 몸과 마음에 남아 쉽게 바뀌지 않는 자신만의 기준이 만들어진다. 경험과 습관, 선택의 결과들이 한 사람의 성향을 단단히 굳혀 놓는다.
이 시기에 ‘척’은 더 단단해진다.
무너지지 않는 척, 버티고 있는 척이 일상이 된다.
책임은 역할을 넘어 정체성이 되고, 괜찮은 척하는 삶은 어느새 익숙한 생활 방식이 된다.
회사에서는 실무에 충분히 익숙해지고, 인간관계에도 어느 정도 적응한 지 오래다. 어느덧 관리자 직급에 이르러 위와 아래 사이, 말 그대로 샌드위치처럼 끼인 위치에 서게 된다. 양쪽을 살피느라 신경 쓸 일은 많아지고, 책임의 무게도 커진다.
적응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늘 부적응의 경계에 서 있는 느낌이다. 여기에 AI로 대표되는 급격한 환경 변화는, 언젠가 대체될지 모른다는 불안을 더하며 또 한 번 스스로를 다잡게 만든다.
업무와 사람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쌓일수록, 우리는 더 자주 무너지지 않는 척, 잘 버티고 있는 척을 하게 된다.
자녀가 생기면 삶은 또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다.
부부로서 맞춰 오던 세계를 넘어, 완전히 새로운 존재를 책임지는 시간이 시작된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이전의 어떤 ‘척’과도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역할이다.
“엄마니까”, “아빠니까”라는 말로 자신을 다독이며 하루를 넘기지만, 아이와 함께 처음 겪는 일들은 보람만큼이나 더 큰 피로와 또 다른 ‘괜찮은 척’을 요구한다.
부모에서 학부모로 넘어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보육을 지나 양육과 교육까지, 신경 써야 할 영역은 점점 넓어진다. 아이가 자라는 속도만큼 부모의 책임도 함께 자란다.
회사에서 급여가 오르는 만큼 책임도 늘고, 그 책임에는 대출 이자, 교육비, 생활비, 관리비, 부모님 용돈처럼 숨 쉬듯 빠져나가는 수많은 자동이체가 따라붙는다.
이렇게 책임은 점점 역할을 넘어 삶의 중심이 되고, 괜찮은 척은 더 이상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일상이 된다.
그렇게 우리는, 어쩔 수 없는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소소한 행복을 챙기는 법을 배우고, 웬만한 일에는 쉽게 놀라지 않는 사람이 된다.
엄마로, 아빠로, 그리고 직장인으로 무너지지 않는 척 하루를 버티다 보니, 큰 감정의 파동은 점점 무뎌진다.
40대는 그렇게,
버티는 척이 삶의 기술이 되는 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