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놓지 못했는데, 놓은 사람처럼 행동하다
#7. 60대 : 이제는 내려놓은 척 : 아직 놓지 못했는데, 놓은 사람처럼 행동하다
60대. 예전이라면 장수했다며 환갑잔치를 열 나이다. 하지만 평균수명이 길어진 지금, 이른바 ‘100세 시대’에 60대는 더 이상 노년의 시작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같은 60대라도 시대에 따라 체감은 크게 다르다.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가 60대에 접어들었을 때와, 전쟁조차 경험하지 않은 베이비붐 세대가 60대가 된 지금을 비교해 보면 더욱 그렇다. 전자가 명백한 노년으로 보였다면, 후자는 여전히 장년기에 가깝다.
요즘의 60대는 ‘액티브 시니어’라 불린다.
은퇴를 했거나 제2의 인생을 준비하며 살아가는, 주름이 조금 늘었을 뿐 여전히 몸과 마음이 젊은 아줌마, 아저씨들이다.
노년기에 들어섰다고 인정하기엔 아직 너무 생생한 나이. 그래서인지 내려놓은 척은 하지만, 사실 손에서 놓지 못한 것들이 여전히 많다.
젊은 시절 붙잡고 살던 일과 연봉에서는 조금씩 내려왔지만, 대신 연금과 상속세, 노후 자금 같은 문제들이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완전히 물러난 것 같지는 않다. 아직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고, 설령 버는 돈이 크지 않더라도 ‘나는 여전히 쓸모 있는 사람’이고 싶다는 마지막 욕심이 고개를 든다.
그래서 미뤄 두었던 취미를 다시 꺼내 보기도 하고, 생활비에 조금이라도 보탤 수 있는 제2의 직업을 고민해 본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걸 보며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떠올리고, 고령화 사회라니 사회복지사 공부도 생각해 본다. 기술이 최고라며 중장비 자격증에 관심을 갖기도 한다. 그동안 일하느라 써 보지 못했던 열정을, 혹은 마지막 욕심을, 가능한 한 생산적인 방향으로 쏟아 보려 애쓴다.
한편으로는 연금 생활에 들어서 취미를 즐기며 지내다가도, 일에서 물러난 자리에 새로운 역할들이 찾아온다. 결혼한 자녀가 아이를 낳고, 어느새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호칭을 얻게 된다.
손주는 자녀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사랑스럽다. 하지만 갓 태어난 손주를 안고 거울을 마주했을 때, 그 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언제 이렇게 나이가 들었지?”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친다.
자녀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만, 이내 몸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신호가 스스로를 말린다. 아직 해줄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망설이게 된다.
가정에서도, 일에서도 60대는 내려놓은 척을 한다. 사실은 아직 놓지 못했는데, 이미 놓은 사람처럼 행동할 뿐이다.
스스로도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호칭이 어색한 시점에서, 여유롭게 모든 걸 내려놓을 줄 알았던 예상과 달리, 그동안 살아온 삶의 관성이 여전히 자신을 붙잡는다.
그래서 60대는,
서서히 나이 듦에 익숙해지는 척
내려놓은 척
그리고 내려놓는 연습을 해 나가는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