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70대 이후 : 괜찮아질 준비를 하는 척

몸은 느려지는데, 마음은 더 또렷해지다

by Paint Novel

#8. 70대 이후 : 괜찮아질 준비를 하는 척 : 몸은 느려지는데, 마음은 더 또렷해지다


70대 이후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스스로를 ‘노년’이라 인식하게 되는 시기다.
60대까지만 해도 장년과 노년 사이, 아줌마·아저씨와 할머니·할아버지 사이에서 시소를 타듯 나이 듦을 연습해 왔다면, 70대 이후에는 비로소 ‘노인’이라 불리는 지점에 도달한다.


몸과 마음이 함께 나이를 먹는다면 큰 혼란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몸은 느려지는데, 마음은 오히려 더 또렷해진다.


먼저 몸이 변한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몸은 분명한 신호를 보낸다. 온몸이 쑤시고,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는 사실을 매번 새롭게 체감한다. 젊은 시절 출근이 싫어 이불속에서 망설이던 가벼운 피로와는 전혀 다르다. 일어나는 것 자체가 힘에 부치는, 무게감 있는 노화가 하루의 시작을 덮친다.


반면 마음은 애써 괜찮아질 준비를 하는 척하며 또렷해진다.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니, 마음만큼은 붙들고 싶어 지기 때문이다. 몸은 괜찮지 않지만, 마음은 괜찮은 척을 한다. 느려지는 몸과 또렷해지는 마음 사이의 간극은 점점 선명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괜찮아지겠다고 마음먹을수록, 오히려 괜찮지 않은 마음만 더 또렷해진다.


‘괜찮은 척’을 오래 해온 사람일수록, 이 또렷함은 깊은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말수는 점점 줄고, 생각은 많아진다. 침묵 속에서 스스로와 나누는 대화가 늘어난다.


하지만 이 시간도 오래가지는 않는다. 곧 기억과 상실이 교차하는 시기가 찾아온다.


이번 생에서 인연으로 만나 삶을 함께 나누던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난다. 배우자의 부재로 깊은 상실을 겪고, 친했던 친구들의 소식도 점점 뜸해진다. 말수가 줄어든 이유가 단순히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물리적인 부재와 함께 정신적인 부재도 겹쳐 온다.
기억은 서서히 흐려지고, 한때 선명했던 추억들은 순서를 잃은 채 파편처럼 흩어진다. 행복했던 기억과 불행했던 기억이 뒤섞여, 어디서부터가 언제의 이야기인지 모호해진다. 그렇게 기억과 상실은 같은 자리에서 교차한다.


70대 이후, ‘괜찮아질 준비를 하는 척’이란
어쩌면 더 이상 괜찮지 않다는 사실을
조심스럽게 받아들일 준비를 시작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몸은 느려졌지만, 마음은 마지막까지 또렷하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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