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에필로그

그래도 우리는, 척을 하며 성장 중이다

by Paint Novel

#10. 에필로그 : 그래도 우리는, 척을 하며 성장 중이다


우리는 흔히 나이가 들수록 무언가를 잃어간다고 말한다.
젊음, 가능성, 속도, 선택지 같은 것들.
그래서 중년 이후의 시간을 ‘쇠퇴’라는 말로 쉽게 묶어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돌아본 삶은, 단순한 감소의 과정이라기보다
끊임없이 다른 방식으로 적응해 온 기록에 가깝다.

그 적응의 이름이 바로 ‘척’이었다.


어릴 때는 사회에 속하기 위해,
청소년기에는 어른처럼 보이기 위해,
성인이 되어서는 책임을 감당하기 위해,
중년에는 무너지지 않기 위해,
노년으로 갈수록 내려놓은 사람처럼 살기 위해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필요한 ‘척’을 배워 왔다.


이 ‘척’들은 거짓말이라기보다 그 시기의 우리에게 허락된 최선의 생존 방식이었다.
괜찮지 않으면서도 괜찮은 척할 수밖에 없었던 순간들,
확신이 없으면서도 아는 척해야 했던 시간들,
놓지 못했으면서도 내려놓은 사람처럼 행동해야 했던 선택들.
그 모든 것이 쌓여 지금의 우리가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척’을 벗겨 내어 진짜 모습을 찾아내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평생을 통해

어떤 ‘척’을 붙들고,
어떤 ‘척’을 내려놓으며
조금씩 형태를 바꿔 왔는지를 돌아본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만난 죽음은
삶에 대한 교훈도, 위로도 아니다.
그저 ‘척’이 더 이상 필요 없어지는 지점이다.
잘 살았는지를 평가하는 순간이 아니라,
어떤 얼굴로 여기까지 걸어왔는지를 조용히 되짚는 자리다.


이 에필로그는 그 끝에서 다시 시작된다.
죽음 이후의 이야기가 아니라,
아직 살아 있는 우리에게 남겨진 질문으로.


“나는 지금, 어떤 척을 하며 살고 있을까?”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다면,
우리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

여전히 변화하고 있고, 여전히 적응하고 있으며,
여전히 성장 중이다.


『‘척’의 일생』은 해답을 주기보다

그 질문을 오래 붙들 수 있게 곁에 놓인 기록이다.


괜찮은 척을 너무 오래 해 온 우리에게,
잠시 숨을 고르고
지금의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여백 하나를 남기며
이야기를 마친다.


그래도 우리는,
오늘도 또 하나의 ‘척’을 하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이전 10화#9. 마지막 장 :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