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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DOC Dec 23. 2020

전혀 다른 세상을 상상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에일리언 월드>

온 우주에 지구 하나 뿐일까

고도로 발달한 외계 지적 생명체의 존재를 확신하거나 문명이 없더라도 나름의 생명이 존재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은 우주 공간의 넓이를 지적하며 '생명이 지구에만 있다면 그것은 공간의 낭비'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글쎄, 효율과 낭비라는 개념은 사람이 만든 것이다. 생명은 지구에만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우주가 이렇게 넓으니까 있을거야' 식의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 어찌되었건, SF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가끔은 영화보다 더 재밌다.



소문 무성한 다큐멘터리

2020년 12월 2일, 넷플릭스에서 오리지널 시리즈로 SF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전 세계 넷플릭스 서버에 동시다발적으로 개봉한 작품으로, 트레일러 영상이 심상치않아 해외에서는 큰 기대를 받았다. 이 다큐멘터리는 완성도 높은 극강의 CG를 자랑한다. 해외 사이트 Reddit에서는 영화 <아바타>의 감독 제임스 카메론을 납치했다는 둥, 수천억을 쏟아부었다는 등 소문이 무성했다. 시즌 1은 총 4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러닝 타임은 50분 내외다. 아래는 <에일리언 월드>의 포스터다.

ⓒ 넷플릭스 |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영화 포스터같다.


사실

외계 행성을 다룬 SF 다큐멘터리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CG기술의 발달과 함께 꾸준하게 생산되어온 컨텐츠다. 그도 그럴것이 전문가들의 검증을 받아 제작된 SF 다큐멘터리는 말 그대로 생명체가 있는 다른 미지의 행성을 훔쳐보는 것 같아 흥미롭기 때문이다. 최대 장점은 드라마나 영화와는 다르게 생각없이 가볍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생각지도 못한 생존 전략으로 먹고 먹히는 생태계 상호작용을 보고 있으면 대략 멍해진다. 감정선을 자극하는 드라마나 영화가 너무 무거울 때, 다큐멘터리를 찾는다.

시간의 흐름, 중력의 크기, 행성의 환경 등이 판이하게 다른 곳에서 살아남은 생명체를 대신 상상해서 영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심지어, 그 상상이 논리적이기까지하다! SF를 좋아하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즐기지 않는 사람도 가볍게 보기 좋다.


4부작

총 4부작으로 이루어져있는 시즌1은 각 회차마다 다른 환경과 생명체를 가정한다. 


행성의 크기와 중력이 지구의 2배나 되는 아틀라스

사막과 북극이 맞닿아있는 극한의 환경을 품은 행성 야누스

태양이 2개인 행성 에덴

초고도 문명을 이룩한 행성 테라의 지적 생명체들. 


맛보기로 몇 컷을 넣어둘테니 보시라. 개인마다 징그럽다고 느낄 수 있는 장면이 있어 많이 넣지는 않았다.

ⓒ유튜브 <에일리언 월드> 트레일러 스틸컷 | 1화 <아틀라스>에 나오는 장면이다.
ⓒ유튜브 <에일리언 월드> 트레일러 스틸컷 | 4화 <테라>에 나오는 장면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2YTYleNFaPE

6.6/10, 별 3개 반

IMDB 사이트 기준 평점이다. 쏟아부은 예산과 CG의 퀄리티에 비해 낮은 평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납득이 가는 점수다. 나도 평점을 매길 일이 있다면 딱 저정도, 아니면 별 3개만 줬을 것이니까.

영상의 퀄리티와 주제의 참신성은 좋았다. 그런데 그 뿐이다. 영상의 80%는 과학자가 나와서 지구의 동물들을 분석하고 설명해준다. 특정 동물, 곤충은 이러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걸 분석하고 정보를 얻기 위한 실험과 탐사 장면들도 넣어준다. 다 좋은데, 정보 전달이 느리다.

이제 나머지 20%동안 CG로 만든 외계 동물들의 생태계를 보여준다. 그런데 영상이 반복된다. 앞에서 썼던 영상을 계속 재탕한다는 말이다. 직접 영상을 시청하면 알겠지만, 난 새로운 걸 더 보고 싶은데 봤던 영상이 반복되면 기분이 별로 좋진 않다. 나중에는 해당 장면만 찾아서 보고 끄기도 했다.


다들 비슷하게 느꼈나봐요?

글 초반에는 설레발 쳐놓고 정작 평가는 박하다고 생각하는가? 나도 쓰면서 뭔가 이상했다. 그래서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싶었다. Reddit은 미국의 초대형 커뮤니티다. 게시글이나 댓글에 찬반 점수제가 도입되어 공감과 비공감 수를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거대 규모 커뮤니티 사이트이지만 회원간의 친목보다는 정보 공유 성향과 새로움, 재미를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에서도 잔뜩 힘을 주고 출시한 <에일리언 월드>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자.


'Very Disappointed'

라는 글이 91% 추천을 받았다. 아주 실망스럽다는 말이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1. 모든 생물체가 '지구 동물의 외계인 버전'이다. 어떤 동물은 그냥 HD 포켓몬이다.

2.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서 만들었다고 하지만 설정이 너무 부실하다.

3. '외계 생태계'를 그린게 아니라, 그냥 '외계 생명체'만 그렸다. 생물끼리의 상호작용이 없다.

★생명 시스템 작동에 대한 설정은 부실해 실망스러웠지만 빵이나 구우면서 보긴 좋다.

ⓒReddit | 닉네임은 가렸다. 구글에 'Netflix Alien Worlds Reddit'이라고 치면 나온다.


이해는 된다.

역대급 CG 퀄리티인 것을 보면 엄청난 예산과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노동력이 투입되었을 것이다. 애초에 '외계 생태계'가 아니라 '외계 생명'에 초점을 맞춘 만큼, 이건 나름대로 그들의 최선이었을 것이다. Reddit 유저의 말대로 가볍게 보기 좋다. 생태계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보고 싶다면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영상을 보면 된다. 물론 넷플릭스에도 이런 류의 다큐멘터리가 있다.

'우리의 지구', '72종의 귀여운 동물들', '72종의 위험한 동물들', '당신과 자연의 대결', '별나라 동물들', '나의 문어 선생님', '작은 존재들', '지구의 밤', 취향대로 골라보면 된다.





커뮤니티 반응을 보고 싶으면 아래 링크로 들어가면 된다.

https://www.reddit.com/r/netflix/comments/k5jose/thoughts_on_alien_worlds_very_disappoin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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