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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DOC Dec 26. 2020

괴물이 되지 않는 법

넷플릭스 오리지널 <SWEET HOME>

개인적으로 왓챠 플랫폼이 더 편리합니다. 제공하는 영상이 취향에 잘 들어맞고, 모바일 어플 사용에 오류가 없어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넷플릭스 구독을 끊지 않는 이유는 Netflix Original 시리즈 때문입니다.


본 리뷰는 컨텐츠 특성상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분에게 추천드려요

✔ 일본 풍 판타지 드라마를 즐겨 보시는 분

✔ 웹툰 '스위트 홈'을 보셨던 분

✔ 고어한 CG도 잘 보시는 분

✔ 세기말 감성을 좋아하시는 분

✔ 서바이벌 스릴러를 좋아하시는 분


원작인 웹툰 스위트홈(왼쪽)과 넷플릭스에서 드라마화 된 스위트홈(오른쪽)

네이버 웹툰 '스위트 홈'이 넷플릭스의 지원을 받아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지금까지 게임이나 웹툰 원작의 드라마가 대히트를 치는 경우는 사실 거의 못봐서 사실 공개 이 후에도 안봤다. 어느 잠 못들던 밤. 영화를 쟁여놓을 심산으로 들어간 넷플릭스에 스위트홈이 보였다. 1화를 재생했다. 밤을 새면서 다 봤다. 재밌더라.


여기서 끊는다고?????

  '스위트 홈'이 연재될 당시, 베스트 댓글 중 빠지지 않는 베댓은 '이제 숨 쉬어도 됩니다.'와 '여기서 한 주를 어떻게 더 기다리냐'였다. 높은 몰입감으로 숨 죽이고 긴장하며 보았고, 다음 회차가 올라올 때 까지 일주일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드라마도 비슷했다. 오히려 속도감과 내용 분배에 있어서는 웹툰보다 나은 것 같더라.


화려한 영상미

최대 장점으로 눈이 즐겁다. 괴물들의 CG는 굉장히 사실적으로 표현해서 오히려 징그럽다. 꿈에 나올 것 같아서 계속 봐도 되나 싶었다. 특히 원작 연재를 지켜본 입장으로 장님 괴물과 프로틴 괴물이 언제 나오나 기다려졌다. 만화에선 나름 귀여웠는데 드라마에선 안그랬다. 웬만해선 잘 보는데, 무섭기까지했다..

원작에서 나온 괴물. (좌)연근이, (우)프로틴
드라마에서 나온 괴물. (좌)연근이, (우)프로틴


아쉬웠던 점

1. 반인반괴 차현수의 성장

  웹툰은 에필로그를 포함해 총 141화, 드라마는 10화다. 러닝 타임이 거의 1시간이라고 해도 다 담아내긴 무리였던 것 같다. 원작에서 주인공 차현수는 애니메이션 덕후다. 그런 차현수가 생존자 무리와 합류해서 '어른'을 만나고, 좋아하는 애니 캐릭터를 닮은 누나도 만나고, 그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하면서 정신적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이 묘사된다. 드라마에선 이 과정이 조금 루즈하고 부족했다. 


2. 등장인물의 서사

캐릭터의 성격과 리타이어 타이밍이 뜬금없기도 했다. 원작을 최대한 살리려고 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 웹툰에서는 '이은혁'이 아파트 생존자 무리의 리더가 되는 과정을 간결하고 설득력있게 묘사했다. 등장인물들의 행동, 대사, 선택에 잘 이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인물들의 역할이 그냥 정해져있는 느낌이었다. 


3. 몰입을 깨는 배경음악

  생존자들이 결의를 다지고 싸움에 임할 때 이미진 드래곤스의 'Warriors'가 재생된다. 이 노래가 몰입을 깬다. 노래가 너무 대중적이고, 드라마 내에서 너무 빈번하게 나왔고, 작중 분위기에 안어울렸다. 절망적인 상황답게 좀 더 처절함을 강조하는 음악을 넣었다면 어울렸을 것 같다. 긴박함을 주려고 비와이의 '나란히'가 재생될 때도 있다. 이 노래도 상황에 비해 가볍다는 느낌을 받았다.

  선곡의 의도는 이해가 갔다. 전사는 강인하고 명예롭다. 대적 불가능한 적을 마주하고 죽더라도 싸울 것을 택하는 것은 전사다운 모습이다.

  음향 관련해서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다. 이에 관해선 감독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물론 노래가 좋았다는 의견도 있다.

 "저는 게임을 하지 않지만 'Warriors'라는 곡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알고 있다. 가사를 보면서 거대한 괴물과 맞서 싸우는 연약한 인간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배경음악을 선택했다. 이 음악이 익숙한 시청자들에게는 와닿지 않은 것은 인정한다. 그런 반응을 많이 봤는데 반성하고, 앞으로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응복 감독의 인터뷰 중


  원작 웹툰이 있다고 해도 같은 설정, 스토리 라인을 공유하는 다른 작품으로 생각하는게 나을 것 같다. 세세한 설정이 웹툰에 최적화 돼있어 영상으로 보면 아쉬운 점이 없을 수가 없다. 결정적으로 시즌 1 마지막 회차를 보면 드라마는 세계관을 더 확장해서 원작과는 다르게 이야기를 이끌어 낼 작정인 듯 하다.



정신 승리

   작중 괴물화에 넘어간 사람들은 문자 그대로 '정신 승리'했다. 현실이 어떻든간에 자신은 내면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자신이 바라던 상황을 만족할 때 까지 되풀이한다. 그렇게 자신의 결핍을 채운다. 옆집 누나는 먹고 싶다는 열망 때문에 반려묘도 잡아먹고 먹을 것을 찾으러 창문으로 뛰어내린다. 경비 괴물은 자신을 멸시하던 이웃 주민들을 가두기 위해 온 건물의 셔터를 내린다. 근육에 집착하던 괴물은 말 그대로 근육 괴물이 되어버렸고 단백질을 찾아 돌아다닌다. 드라마에서는 묘사되지 않았지만, 아름다움에 집착하던 괴물은 말 그대로 '얼굴만 아름다운' 괴물이 된다.

   괴물들은 각자의 열망에 의거해 독특한 괴물이 된다. 그래서 그런지 괴물의 특성을 무시하면 분노하며 달려든다. 근육 괴물에게 근육을 무시하면 분노하며 달려들고, 달리기 괴물에게 느리다고 무시하면 죽일 기세로 달려든다. 그들은 방법이 어떻든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지만, 열등감에 찌들어있는 것은 여전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괴물의 유혹을 견디고 인간으로 남은 사람들이 있었다.


죽고 싶은 사람은 없어

  공격성을 먼저 드러내지 않은 괴물은 아기를 잃은 아줌마가 변한 태아 괴물, 아이들을 훔쳐보던 눈알 괴물, 아이를 도와준 슬라임 괴물이 있다. 아기를 잃은 아줌마가 태아 괴물로 변하기 전, 아주머니는 괴물화가 되기 직전까지 인간성을 잃지 않았다. 죽음 앞에서 자신의 죽음이 옆의 사랑하는 사람을 다치게 할 것을 걱정했다. 자신이 더 이상 괴물화를 견딜 수 없음을 알았지만 그렇다고해서 포기할 순 없었기에, 괴물이 되는 마지막까지 '무해한 괴물'이라도 되고자 했던 것이다.

  반인반괴의 상태로 건물 내 괴물들을 청소하고 주민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차현수. 그는 일련의 사건으로, 지독히 불행한 사고로, 가족과 친구를 모두 잃고 마음의 상처를 입고 아파트로 왔다. 어찌나 큰 상처였는지, 그의 영혼을 죽이기에 충분했다.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면서 자살을 계획한다. 하지만 세상엔 종말이 찾아왔다. 모종의 이유로 괴물화를 견뎌내던 그는 괴물의 힘을 역이용해 생존자들을 지킨다. 뼈가 살을 찢고 나와도, 고압 전류에 감전되어도, 독방에 갇혀 괴물 취급을 받아도 지켜낸다.

   차현수는 그 이유를 '어차피 죽을 거니까'라고 말한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었으니까, 아파도 괜찮아. 이 대사를 들은 주변 '어른'은 까불지 말라며,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고 일갈한다. 차현수는 이 말에 충격 받는다.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다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아픈 사람은 있다. 차현수가 갖은 고통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렇게라도 사람들과 유대 관계를 맺고 친구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닐까싶다. 눈 앞의 유혹이 아무리 달콤해도 현실의 사람들을 져버릴 순 없다. 아프더라도 진실을 마주하고 솔직해야 한다. 세상을 왜곡해서 보기 시작하면 괴물이 된다. 더 많은 아픔을 만드는 괴물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 로고 |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들은 House가 아닌 Home에 도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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