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전하는 마음

라포엠 심포니 인 러브 콘서트

by 도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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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점점 추워지고 있다. 며칠 전에는 첫 눈이 내렸는데, 내리는 양이 상당해 거리마다 눈사람이 다양하게 만들어졌다. 패딩이 없다면 밖을 나서기 줘하게 되는 요즘, 추위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음악 공간을 즐기는 것! 악기 연주가 함께 하는 공연은 실내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연을 즐기는 내내 몸이 따뜻하고, 다양한 악기와 사람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완성되는 합주는 귀를 즐겁게 하면서 마음 또한 노곤하게 녹여준다. 지난주 일요일, 엄마의 손을 잡고 세종문화회관을 향했다. 라포엠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라 포엠(LA POEM)은 우리나라 크로스오버 그룹으로, 프랑스어 라 보헤미안(보헤미안들)과 영어 포엠(시)을 합친 말로 보헤미안 사람들처럼 사회적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예술가로서 사람들에게 한 편의 시와 같은 음악을 들려주겠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여기서 크로스오버란 교차하다는 뜻을 지닌 단어로 음악에 대입하자면 음악적 장르를 넘나드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라 포엠은 뮤지컬, 오페라, 가요, 전통 가곡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한다.


기존에는 4인조 그룹이었으나 올해부터 바리톤(남성 중저음 음역대) 정민성, 카운터 테너(남성이 여성의 알토/메조 소프라노를 부르는 것) 최성훈, 테너(남성이 진성으로 가장 높은 음역대를 내는 것) 유채훈 3인이 라포엠으로서 활동 중이다. 라 포엠 심포니는 2022년 처음 시작된 라포엠의 대표 브랜드 콘서트다. 올해는 중앙일보 창간 60주년을 맞아 KBS 교향악단, 여자경 지휘자, 소프라노 박소영이 함께 해 더욱 풍성한 공연을 완성했다.


올 한해 클래식 연주 공연을 몇 번 경험한 적 있으나, 크로스오버 그룹의 공연은 처음이라 어떤 느낌일지 매우 궁금하고 설렜다. 공연은 KBS 교향악단의 시작이었다. 음알못도 듣자 마자 '어?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하는 선율이 흘러나왔다. 광고 BGM 또는 예능 추격전 장면에 잘 어울리는 오페라 '카르멘'의 서곡은 굉장히 경쾌해 음악이 통통 튀는 느낌이었다. 교향악단의 짧은 단독 연주 후에는 바리톤 정민성, 소프라노 박소영, 테너 유채훈, 카운터 테너 최성훈이 차례로 나와 오페라 카르멘의 다양한 곡들을 짧게 불렀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가장 익숙하기도 한 <투우사의 노래>와 <미카엘라 아리아>였다. 아리아는 기악 반주에 맞춰 부르는 선율적인 독창 혹은 이중창이라고 하는데, 들으면서 너무 투명해서 아리아라고 하는 거 아니야? 싶을 정도로 초고음이 깔끔하고 투명해서 귀가 꺠끗해지는 기분이었다. 다만 첫 번째 스테이지가 외국어로 된 노래로만 이뤄져 있는 만큼 가사 해석이 자막으로 나오면 더욱 집중이 잘 되지 않았을까 아쉬웠다.


1부의 첫 번째 스테이지가 끝난 뒤 참여자들의 간단한 소개가 있었다. 두 번째 스테이지는 첫 번째 스테이지 때 느낀 일말의 아쉬움을 해소하듯이 한국어로 된 가곡으로 진행했다. <미별: 아름다운 이별>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곡이었으며 이 스테이지는 라 포엠 전원이 함께 불렀다. 한국어로 된 노래인 만큼 노래 가사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그대 없는 나, 나 없는 그대 슬프도록 아름다운 기억만 남아'라는 노랫말을 세 명의 목소리로 애달프게 불러 사극 OST로도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다. 시를 가곡으로 만든 <삶이 그대로 속일지라도> 속 '힘든 날들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꼭 올거야' 가사를 몰래 따라 부르며 최근 내게 찾아온 직장 내 스트레스를 잊으려 노력했다. 3인의 합창 덕분에 희망적인 가사말이 더욱 강하게 다가왔다.


1부의 마지막은 이태리 칸쵸네(이탈리아 대중가요) 메들리와 오페라 '라 트리비아타'의 <축배의 노래>였다. 칸쵸네 메들리 중 <오 솔레 미오>는 한국어 가사를 같이 불러주기도 했고 가장 화려하게 편곡된 만큼 곡이 끝났을 때 일어나서 박수 치는 관객들이 많았따. 개인적으로 제일 반가웠던 노래는 <축배의 노래>였다. 로판 웹툰을 즐겨 보는 나로서 노래를 듣고 있는데 머리 속에 전에 봤던 무도회 웹툰 장면이 떠올라 신기한 경험이었다. 종종 클래식을 듣다 보면 이게 왜 제목이 봄일까? 사랑일까?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 노래는 제목이 노래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설명해줘서 명쾌했다.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갖고 이어진 2부는 보다 대중적인 음악으로 이뤄졌다. 2부의 첫 번째 스테이지는 뮤지컬 레미제라블 메들리가 자리했다. 뮤지컬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꽤 오래 레미제라블 플레이리스트를 달고 살아 반가운 구성이었다. 은 3명이 부르는 노래지만 마치 10명이 부르는 것처럼 쩌렁쩌렁 힘 찼다. 마지막 순서인 이 끝난 뒤에는 환호가 정말 오래 이어졌다. 바리톤과 테너의 목소리가 레미젤라블의 비장한 분위기를 잘 살리면서 카운터 테너의 목소리가 아련하면서 내일을 꿈꾸는 분위기를 잘 담아내 라 포엠 그룹 내 케미가 대단했다.


다음으로는 솔로 3곡이 있었고, 이후 과 , <눈부신 밤>, <아침의 나라>라는 곡들을 단체로 불렀다. 개인적으로 이번 공연이 좋았던 가장 큰 이유는 성악 또는 라 포엠 팬이 아니고서야 어려울 수 있는 장르 공연임에도 대중적인 구성과 화려한 편곡으로 입문자의 진입장벽을 많이 낮췄다는 점이다. 처음 듣는 곡이네? 하더라도 곧 어디선가 들어봤던 노래가 이어지고, 외국어로 된 노래가 이어져 이해가 어려워지려고 하면 한국어 가사로 된 노래가 나와 다시 몰입을 이어갈 수 있었다. <눈 부신 밤>과 <아침의 나라>는 종종 동양 분위가 낭낭한 노래를 찾아 듣고 싶을 떄가 있는데 그 떄를 위해 꼭 이름을 외워 놓아야겠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다.


마지막 순서인 는 클라이맥스로 치달으며 소리와 감정 모두 점점 증폭되는 걸 지켜보는 맛이 있었다. 한참 동안 이어진 기립박수 후에는 라 포엠이 다시 나와 앵콜 곡 를 불렀다. 이번 공연을 통해 처음 접한 노래였는데, 앵콜곡 못 듣고 갔으면 어쩔 뻔 했나 싶을 정도로 엄마와 나 모두의 이번 공연 최애 곡이 되었다. eres tu는 스페인어로 '당신이에요'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연말에 마음을 전하는 노래로 딱이었다.


라 포엠은 2020년 방영된 JTBC 음악 서바이벌 팬텀싱어 시즌 3의 우승 팀이다. 팬텀싱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고, 그 프로그램이 당시 인기가 많았던 것도 알았지만 당시 직접 본 적이 없어 왜 사람들이 열광할까 궁금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소위 말하는 멜론 탑 백귀로 최신 가요 또는 플레이리스트 유튜버들이 만든 플리 음악만 듣는 나로서는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장르의 노래를 다루는 라 포엠이 매우 귀했다. 음악적 완성도는 매우 높아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드라마처럼 하나의 감정선이 크게 다가오는 노래라는 점도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공연이 끝나니 문득 팬텀싱어 프로그램이 보고싶어졌다. 먼저 시즌 3부터 시작해봐야겠다. 역시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 선택으로 라 포엠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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