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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기획하는 일 도서 리뷰

by 도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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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기획>의 사전적 정의에서 시작된다. 기획은 '일을 꾀하여 계획한다'라는 뜻의 명사로 사실 기획은 회사/직무에서만 쓰이는 게 아니다. 저자 편은지 PD는 미래의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도모하기 위한 일련의 작업이 기획이라고 설명한다. 성공적인 미래를 위한 계획에는 사람이 빠질 수 없다. 결국 미래는 사람이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책의 제목처럼 사람을 주제로 일을 계획하는 일, 사람 기획을 제대로 해내는 방법에 대해 지금까지 쌓은 경험을 토대로 설명한다,


목차는 크게 4파트로 이뤄져 있다. 첫 번째, <사람은 어떻게 '본다는 것인가>에서는 기획이라는 단어가 주는 거창한 이미지를 부수고 쉽게 치환해서 이해하는 법을 설명한다. 사람을 기획한다는 것은 곧 사람을 이해하는 일과 같다. 좋은 기획은 한 장면을 단순히 보여주는 것을 넘어 살아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 모든 일련의 작업은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첫 번째 파트에서 위로가 된 부분은 기획 능력이 전에 없던 대단한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기존의 틈을 발견해 잘 메우는 일도 해당된다는 것이었다. 그 예로 한 출연자가 프로그램 하차 의사를 일방적으로 통보했으나 길게 이야기 나눈 끝에 소통에 대한 갈증을 표하기 위해 하차 이야기를 꺼낸 것을 알아차리고 출연자가 원하는 미래 방향을 이끌어 갈등을 해결한 경험이 나왔다. 최근 KPI를 높일 방법에 대해 개인적으로 고민이 컸는데, 과거에 하지 않았던 이벤트들만 생각하려 하니 막막하고 스스로 의구심만 늘었다. 사실 중요한 건 새로운 방법이 아니라 지금의 KPI가 나온 이유를 분석하고 부진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겠다고 깨달았다.


두 번째 파트는 <사람을 기획하는 태도>였다. 첫 번째 파트가 사람 기획에 대해 개념적인 부분이 나왔다면 두 번째 파트는 조금 더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소개한다. 먼저 질문을 던지고, 오랫동안 관찰하며 애정어린 시각으로 재구성하기. 페르소나를 정해 페로소나에 딱 맞는 톤을 찾아내고 타깃을 좁히기 등이 있다. 이 파트를 읽으며 최근에 접한 데일카네기 인간관계론 내용과 통하는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 그중 하나가 대상에게 통할 만한 온도와 정확한 말투를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가끔 한두 마디 건넨다고 인간관계가 드라미틱하게 달라질까?라는 회의감에 그냥 흐린 눈 하고 모르는 척 조용히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상대도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노력한 만큼 상대도 태도가 달라진다. 상대에게 딱 맞는 온도를 찾는 것은 귀찮을 수 있지만 그래도 포기하면 안 되겠다.


세 번째, 네 번째 파트는 프로그램, 연예인, 브랜드 등 다양한 사례로 <오래가는 기획은 무엇이 다른가>와 <콘텐츠 뒤에 사람을 남기는 법>에 대해 설명한다. 아직 사회초년생으로서 오래 가는 기획은 너무 큰 꿈이고 당장의 기획 기틀을 잡는 게 더 급하지만 아는 게 힘이지 않는가. 책에서 인용된 달리기 선행으로 유명한 션의 말은 다음과 같다. "악플은 제 삶의 방향을 바꾸지 못합니다. 저는 제가 믿는 걸 계속 걸을 거예요." 이 대사를 읽으니 자연스레 평소 좋아하던 프로게이머가 인터뷰에서 한 말이 떠올랐다. 고점과 저점이 크다는 지적에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로 인한 결과라며 저점을 높이는 방법도 있겠지만 당장 팀에 필요한 방향이 아니기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길로 가겠다고 당찬 포부를 이야기했다. 그로부터 1년 뒤 그는 당당히 월드컵과 같은 가장 큰 국제대회에서 우승한다. 이처럼 당장은 위태로워보여도 한 걸음 한 걸음 쌓여 거대한 여정이 완성된다. 브랜딩 역시 한 순간의 공감들이 쌓여 완성되니 처음부터 성공하겠다는 욕심을 내려 놓고 현재에 최선을 다해야겠다.


책 분량이 길지 않고 파트당 5~6꼭지로 이뤄져 있어 출퇴근길에 한 꼭지씩 읽기 좋다. 특히 단순히 저자의 경험이나 조언만 있지 않고 앞선 내용들을 토대로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사고 확장 포인트를 짚어주는 게 좋았다. 사실 <마음 속 코끼리를 마주하는 용기> 꼭지를 읽을 때 불안함이나 열등감을 건드리는 기획이 나쁜 건만은 아니라는 내용이 확 와닿지 않았는데 마지막에 '내가 만든 콘텐츠는 어떤 불안을 건드리고 있는지, 그 불안이 공감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지, 내 콘텐츠가 누군가의 결핍을 채울 수 있는 것인지'와 같은 질문이 정리돼 있어 이렇게 직접 적용할 수 있겠구나 깨달아 기뻤다. 기획을 맡게 되었는데 비전공자로 막막한 사람들, 또는 사람들을 대하는 게 어려운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https://www.art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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