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사에서 6년의 워킹맘 생활.. 집과 회사만 반복하던 삶.. 그리고 주말에는 독박육아..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더 빨리 회사에서 박차고 나왔을까..? 그건 아니었을 거다. 아이들이 너무 어릴 때 다시 일을 시작했고, 경력을 겨우 이어 붙이며 이제야 좀 일이 익숙해졌으니 다른 곳으로 갈 엄두는 안 났을 테다. 그리고 집과 5분 거리의 회사였으니 어린아이를 둘이나 두고 있는 나에게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내 위에 눈치 주는 사람도 없었고 밑에 두 명의 직원뿐... 나 보다 일 년 먼저 들어와 있었던 신입 둘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6년을 함께 일했다. 나의 삶은 늘 똑같았고 변화가 없었고 만나는 사람들은 그저 회사 동생들과 우리 가족, 양가 부모님... 그 외에 친구들도 일 년에 한두 번 볼까 말까였다. 서로 아이들을 키우며 사회생활을 해내느라 바빴고 그 마저도 겨우 날짜를 잡으면 누군가의 아이가 열이 났다. 이렇게 나의 삼십 대는 회사와 집을 오가며 지나버렸고, 마흔을 일 년 앞두고 더는 이렇게 답답하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서른아홉이 된 해에 내 마음에는 파도가 일렁였다. 나 곧 마흔 살인데 나 왜 아직도 이렇게 매번 허술하고 바보같이 살고 있는 거지? 마흔이면 적어도 직급도 높아지고 연봉도 좀 오르고 한 자리 꿰차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난 지금 무엇하나 제대로 하고 있는 게 없었다. 그렇다고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도 없이 그 자리에서 마냥 늙고만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타이밍이 좋았던 건지 평소 좋아하던 김미경 강사님이 '김미경의 마흔 수업'이라는 책을 내고 여자의 마흔에 대해 강연을 많이 하는 바람에 유튜브로 좋은 강연을 마구 들을 수 있었다. '마흔'을 키워드로 생각보다 많은 책들이 있었고 나는 여러 책을 보고 강연을 들으며 눈물 콧물을 쏟아내고는 한 가지 결론에 이르렀다. 마흔은 결코 많은 나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맞다.. 돌이켜보면 삼십 대의 시작부터 쭉 이어진 결혼과 출산과 육아.. 게다가 일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못하긴 했지만 어느새 지금 아이들은 둘 다 초등학생이 되었고 아이들 둘이 몇 시간 정도는 집에 있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맞벌이로 열심히 돈을 모으며집주인이 전세금을 한 번에 4천만 원 올려달라고 할 때도 타격 없이 올려 살았고, 2년 후 평수를 늘려 내 집마련까지 했다. 이게 그동안 친구들 안 만나고 돈 드는 취미 안 하고 열심히 살았던 결과가 아닐까.
마음을 달리 먹고 다시 생각해 보니 마흔이라는 나이는 다시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 주었다. 육아로부터 경제 사정으로부터 조금은 나아졌으니 일 년 간 나만을 위해 쉴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이 시간을 딛고 나면 나는 좀 더 나를 위한 일을 해야겠다. 아이들 때문에 집과 무조건 가까운 곳보다는 내가 좀 더 귀하게 쓰일 수 있는 곳으로 조금 더 날 위한 직장을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긴다. 요즘은 나의 친구들도 아이들을 많이 키워놔서 이제 우리는 일 년에 몇 번은 주기적으로 보게 되었다. 그리고 만 나이로 법이 바뀌는 바람에 우리는 올 해에도 아직 서른아홉 살이다. 이제는 마흔 살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