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나는
휴직이 끝나고 새롭게 시작하기 위하여 이직한 사무실은 그전에 다녔던 사무실보다 일이 한 3배쯤은 많았다. 그리고 매우 체계적이라서 결재 맡을 게 많아 잡일도 많았다. 다른 동료들처럼 칼퇴근을 하기 위해서 나는 하루 종일 일만 했다. 경력직으로 들어왔으니 인수인계는 하루면 끝났고 바로 실전에 투입되었다. 실전에 투입이 되었으나 일 년을 쉬다 온 탓에 나는 완전히 감을 잃어버렸다. 새로운 환경은 낯설었고 나를 더욱 움츠리게 만들었다. 거래처에서 무엇을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동문서답을 하고 얼버무리게 되고 미친 듯이 지난 내 업무파일을 보며 답을 찾아서 다시 알려주었다. 그런데 손은 느리고 머리도 멍해져 일처리 속도도 늦었다. 정말 하루하루가 무엇에 쫓기는 사람처럼 바짝 말라갔다.
거래처들은 담당자가 바뀌니 마치 나를 시험이라도 해보듯이 이것저것 물어보며 수시로 연락이 왔다. 그들에게 무능력해 보이지 않기 위하여... 실수하지 않기 위해 바짝 긴장하고 신경이 곤두섰다.
정말 멋있는 경력직으로 보이고 싶었는데 함께 일하게 된 동료들은 이미 나를 파악했을 것이다. 과장이라는 직급을 달고 들어왔는데 매일 허둥지둥 대면서 하루 종일 일만 하는데 퇴근은 늦게 하는 모습이 얼마나 답답해 보였을까? 그래도 그런 시선들보다 매일 쏟아지는 일을 감당하면서 쳐내는 게 우선이었다.
이직하고 3주 동안 그렇게 안 빠지던 몸무게 3킬로가 쭉 빠졌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온몸이 쑤시고 두통이 와서 진통제 한 알을 삼키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심정으로 출근했다. 밥이 목구멍으로 들어가지 않고 돌을 씹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좋아하는 술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안 났다. 술도 사람이 살만해야 마실 수 있는 거구나.. 깊은 깨달음이 들었다. 출근길에 교통사고가 나길 바라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는 집과 차로 5분 거리밖에 안 되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 바로 회사 앞에 도착이다. 마치 전쟁통에 나가는 이처럼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 회사 안으로 들어간다.
어디를 가든 내게 낯선 장소는 그 특유의 분위기와 함께 느껴지는 그 공간만의 냄새가 있다.
처음 면접을 보러 왔을 때 느낀 그 향기가 여전히 매일 출근하는 아침마다 나를 압도했다.
이직 스트레스가 이렇게 심하니 내가 한 곳에서만 너무 오래 있었고 이직을 너무 오랜만에 했구나를 느끼면서 내 경력은 물경력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왜 휴직을 했을까.. 그냥 쭉 일할걸..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후회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에 상무님이 차린 사무실을 그냥 쫓아갈걸... 자존심을 내세워 거절했던 내 자신을 백번은 후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