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적응할 수 있을까?

징징의 시작

by 햇님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업무폰이 울린다. 이건 또 뭐지? 낯선 업무가 주어진다. 아니... 예전에 다 해본 건데 여기서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고 모든 게 낯설기만 하다. 나름대로 10년이나 묵은 경력직인데 옆 자리 같은 직급인 동료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가 괜히 부끄럽다. 과거의 내가 틈틈이 정리해 둔 업무지식파일(이게 날 살렸다..)을 정독하고 네이버 검색창을 뒤져가면서.. 그리고 제일 그럴듯하지만 무용지물인 세법책(난독증인지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도 뒤져가면서 겨우 겨우 일을 쳐낸다.


오늘도 허둥지둥 대며 한숨을 푹푹 쉬면서 누군가와 대화할 마음의 여유도 무엇도 내게는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게 퇴근시간 전까지는 어떻게든 급한 일은 쳐내고 못다 한 일은 집에서 노트북을 켜서 처리했다. 나는 그렇게 회사에서도 일하고 집에서도 일했다. 이렇듯 일만 해야 하는 하루가 너무 힘들고 두렵기만 했다. 아침이 오는 게 무서웠다.


이직하고 한 일주일은 직원들과 점심은 같이 먹었지만 말도 잘 섞지를 못했다. 먼저 말을 걸어주는 이도 별로 없었고 나 또한 아직 적응 못하고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심정이라 말을 많이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갔고 2주 정도 되었을 때.. 내가 입을 열었다.


"저.. 너무너무 힘들어요.. 아무래도 전 물경력인 것 같아요..."

부끄러웠지만 이런 말이라도 안 하면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나의 이런 고백에 직원들이 걱정스럽게 물어봐주고 내가 이래 이래해서 힘들다 얘기하니 공감해 주고 격려해 주었다. 내 생각보다 꽤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나는 여기서도 투명하고 나약한 인간이었다. 티 내고 싶지 않았는데........ 살려면 어쩔 수가 없다.

직원들과 힘든 마음을 조금 터놓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텃새부리면 뒤도 안 돌아보고 그만두려고 했는데...... 따뜻하게 말해주는 직원들 때문에... 그래서 나는 그만두는 걸 잠시 보류했다.


이후로 직원들이랑 점심 먹으면서 종종 이야기도 하고 리액션도 열심히 했지만 여전히 나는 업무가 너무 버겁고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실장님은 그런 내가 안타까웠는지 이직하고 처음 일 년은 누구나 다 힘들고 버거워서 종종거리며 다닐 수밖에 없다고 격려도 해주셨다. 내가 너무 힘들어하는 게 보이니 내가 그만둘 것 같아 보였는지 매번 징징거릴 때마다 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동료들이었다.


당시에는 그 말이 고마우면서도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내가 지금 그만두면 다른 직원들한테 민폐를 끼치는 거니 마음이 너무너무 무거웠다. 여전히 나는 회사에서도 일하고 집에서도 일하면서 하루를 진통제로 버티며 적응하려 노력했다.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들도 많이 괴로웠는지 남편은 원래 처음은 다 힘든 거라면서 T모드로 말했다가 다음날은 너무 힘들면 그만둬.. 라며 F모드로 변했다가 이랬다가 저랬다가 모드가 되었고 딸은 엄마 그냥 때려치워~~ 회사 그만둬라고 말했다. 아들은 그냥 아무 생각 없고... ㅎ


이 시기에 나는 혼돈 그 자체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여기서 그만두자니 무너진 자존감으로 다른 곳에도 못 갈 것 같았고 함께 일하게 된 직원들한테도 민폐가 되니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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