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그때 그 말이 힘이 됐어요”

말의 무게와 실천의 윤리

by Eunhye Grace Lee

사회복지사는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이다. 상담을 통해 상황을 듣고, 필요한 제도를 설명하고, 방향을 제시하고, 때로는 조심스레 조언도 건넨다. 말로 사람을 만지고, 말로 제도와 사람 사이의 다리를 놓는 직업이다. 하지만 내가 이 일을 하며 가장 조심스러운 것도 바로 ‘말’이다.


말은 가볍다. 입 밖으로 내는 데 몇 초면 족하다. 그러나 그 말이 누군가에게 남기는 잔향과 무게는 종종 예상보다 크고 오래간다.

“그때 선생님이 해준 말이 큰 힘이 됐어요.”
이용자에게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순간적으로 그때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조차 떠오르지 않아
당황했던 적이 있다. 그에게는 중요한 문장이었겠지만, 정작 나는 평소처럼 ‘정중하고 성실하게 말했을 뿐’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무심코 던진 말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 순간, 그 말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현장에서 말을 다룬다는 것은 단지 ‘말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말을 골라내는 감각을 갖는 일이다. 말은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고, 오히려 말이 넘칠수록 진심은 희미해진다.


나는 한 고령의 이용자와의 상담을 떠올린다. 배우자를 잃고 우울감 속에 있던 그분은 몇 차례의 방문 상담 중에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무슨 말을 건네도 “괜찮아요”라며 고개만 숙였다. 그런 시간이 계속된 어느 날, 나는 말 대신 함께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차를 한 잔 나누었다. 침묵이 길어졌고, 나는 조용히 말했다.

“혼자 있다는 게 어떤 건지, 제가 다 알 수는 없지만…그래도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분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날 이후 상담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다음 만남에서는 직접 질문을 던졌고, 이후엔 주기적으로 지역 활동에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분은 몇 달 후 이렇게 말했다.

“그날 선생님이 말해줬잖아요.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 말이… 계속 생각났어요.”

나는 감정적으로 말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분에게 그렇게 깊이 남을 줄도 몰랐다. 하지만 진심을 담아 조심스레 꺼낸 말이 그분의 일상에 작은 틈을 만들고, 그 틈을 통해 외부와의 연결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이런 경험은 말의 힘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사회복지사의 언어는 상업적 목적의 말도, 감정의 배출구로서의 말도 아니다. 그 말은 실천의 윤리를 담은 언어, 즉 상대를 위한, 그러나 나도 책임질 수 있는 말이어야 한다. 때로는 힘이 되어야 하고, 때로는 현실을 명확히 알려주는 역할도 한다. 위로가 되되, 지나친 감정이입은 피해야 하고, 지지하되, 의존을 조장하지 않아야 한다. 이 모든 균형을 조율해야 하는 것이 사회복지사의 언어다.


말의 윤리란, ‘좋은 말’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불편한 진실을 말할 용기, 그리고 말하지 않아야 할 때 침묵할 줄 아는 절제까지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제도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일 때, 그 현실을 피해 돌려 말하는 것보다 정확하고 솔직하게 설명하는 편이 상대의 자율성과 판단을 존중하는 태도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설명 역시 상대를 무시하거나 비난하는 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말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종종 내 말의 ‘톤’을 점검한다. 말의 내용보다도, 그 말이 어떤 감정과 태도로 전해졌는지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의 언어는 정보가 아니라 관계다. 그 관계는 단단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거짓이 없어야 한다. 언어를 통해 복지를 실천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 말로 일하고, 말로 사람을 만나며, 말로 제도를 해석한다. 그 말이 누군가에게 기억으로 남고, 때로는 삶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오늘도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그리고 말한 후에는 되묻는다. 내가 방금 건넨 말은, 상대의 삶에 어떤 울림으로 남게 될까?


사회복지사의 말은 오늘의 실천이자, 내일의 기억이다.

화, 목, 토 연재
이전 26화5-3. ‘내 일은 나만 할 수 있다’는 감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