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실패를 견디며 자라난 마음

by Eunhye Grace Lee

어느 날 문득, 나를 가만히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때마다 깨닫는 건, 내가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성공 덕분이 아니라 실패 덕분이었다는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제법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원하던 진로를 포기하고, 도전했던 일에 좌절하고, 좋은 의도로 시작했지만 어설프게 끝나버린 일들도 있었다.

누구에게 자랑스럽게 꺼낼 수 있는 이력은 아니었지만, 그 모든 실패는 나를 길러낸 뿌리였다.


실패는 언제나 조용히 찾아온다.

누군가가 손가락질하지 않아도, 스스로가 가장 먼저 나를 질책하게 된다.

“왜 그때 그렇게밖에 못했을까.”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 그런 걸까.”

그런 자책의 시간은 길고, 묵직하다.

누구에게 털어놓기엔 부끄럽고, 스스로 꺼내기에도 아린 기억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간을 견디는 동안 나의 마음은 자라고 있었다.


실패는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고, 다른 이의 고통을 알아보는 눈을 키워주었다.

무너졌던 경험이 있기에, 누군가 쓰러질 때 쉽게 조언하기보다 먼저 그 자리에 같이 앉아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실패는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포기할 수 없는지 깊이 들여다보게 했다.

성공은 방향을 흐리게 하지만, 실패는 거짓 없이 본질을 드러낸다.


외국이라는 낯선 환경 속에서도 수많은 작은 실패들을 겪었다.

언어의 벽 앞에서 멈춰섰고, 문화의 차이 앞에서 상처받았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는 어떤 실패는 다시 일어서는 연습이 되었고, 어떤 실패는 사람을 향한 이해가 되었다.

‘괜찮아’라는 말 하나에 얼마나 큰 위로가 담겨 있는지 알게 되었고, 실수한 나 자신조차 다정하게 안아주는 법을 천천히 배우게 되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