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내가 먼저 나의 편이 되어주기로 했다

외부의 인정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다정하게 바라보는 마음이다

by Eunhye Grace Lee

어떤 날들은 세상이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습니다. 아무리 말을 걸어도 누군도 내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는 듯하고, 어떤 설명도 통하지 않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럴수록 저는 더 조용해졌고, 점점 작아졌습니다.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은 마음속에서 굳어져 스스로에 대한 의심으로 변했고, 이내 질문이 되었습니다.
“내가 이상한 걸까? 내가 부족한 걸까?”


살면서 우리는 많은 순간 타인의 인정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려 합니다. 칭찬을 받으면 괜찮아지고, 무시를 당하면 더욱 작아집니다. 사회는 그 인정의 원리를 제도화합니다. 평가서, 피드백, 점수와 순위, 소셜미디어의 ‘좋아요’ 수까지. 그 끝없는 비교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재단하느라 지쳐갑니다. 저는 그 속에서 자존감을 찾으려 했고, 결국 더 큰 허기를 느꼈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존재가 ‘말하고 행동함으로써 드러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말보다 먼저,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타인의 인정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내가 먼저 나를 인정해야 합니다. 찰스 테일러가 말한 것처럼, 존엄은 타인의 인정으로 실현되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존엄한 존재로 여기는 내적 힘입니다. 아무도 나를 알아봐주지 않아도, 내가 나를 알아봐 주어야 한다는 깨달음이 제게 깊이 다가왔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조금씩 다르게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남이 뭐라 하든 먼저 제 감정에 귀 기울이고, 제가 느낀 것을 무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실수해도, 흔들려도, 미완성이어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허락했습니다. 그것은 저에게 보내는 첫 응원이자, 스스로의 옹호였습니다. 로널드 드워킨이 말한 것처럼, 삶을 서사적으로 구성할 권리는 누구보다 제게 먼저 있습니다. 제 인생의 해석자는 결국 저 자신이어야 합니다.


현장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오랫동안 ‘자기 편’이 되어줄 이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폭력의 말들, 제도의 무관심, 사회적 낙인은 그들 내면을 지배해왔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제 과거를 떠올렸고, 깨달았습니다. 타인의 말보다 더 잔인한 것은 내가 나를 의심하는 일이었고, 타인의 손보다 더 큰 구원은 내가 나를 감싸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심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내가 먼저, 나의 편이 되어주자.”
누구보다 나에게 친절하고, 누구보다 나에게 인내하며, 누구보다 내 속도를 존중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자고요.


그 다짐은 제 안의 시선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거울 속 저를 향한 말투가 부드러워졌고, 실수 앞에서 스스로를 탓하기보다 토닥이게 되었으며, 제가 걸어온 길을 위태롭지만 소중한 여정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자존감은 거대한 사건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매일매일 나를 나답게 대하려는 작고 꾸준한 연습 속에서 조금씩 자라났습니다.


저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습니다. 때로 흔들리고, 때로는 의심 많은 과거의 나로 되돌아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저는 더 이상 나를 밀어내지 않습니다. 삶이 고단할 때, 저는 제게 이렇게 말합니다.

“괜찮아. 나는 네 편이야.”

그 말 한 줄이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웁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지쳐 있다면, 당신에게도 같은 말을 건네고 싶습니다. 먼저 당신의 편이 되어 주세요. 그리고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스스로를 지켜주십시오.

이전 19화3-4. ‘괜찮은 나’를 받아들이는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