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괜찮은 나’를 받아들이는 용기

자존감은 완벽해지려는 의지가 아니라, 불완전한 나를 품는 연습이다

by Eunhye Grace Lee

저는 한동안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만 자존감이 생긴다’고 믿었습니다. 더 착하고, 더 유능하고, 더 똑똑하고, 더 강인한 사람이 되어야만 비로소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고, 저 스스로도 저를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자존감은 마치 ‘도달해야 할 어딘가’처럼 느껴졌습니다. 제 결핍을 덮고, 불완전함을 감추기 위해, 저는 끝없이 무언가가 되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끝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목표에 가까워질수록 새로운 기준이 나타났고, 올라갈수록 더 높은 기준이 저를 압박했습니다. 그렇게 ‘더 나은 나’를 좇는 동안, 저는 한 번도 현재의 저를 안아주지 못했습니다. 잘해낸 저도, 부족한 저도, 불안한 저도 다 밀어낸 채, 오직 미래의 저에게만 기회를 주었던 것이지요.


그러다 어느 날, 지쳐버렸습니다. 무언가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아주 조용한 저녁이었습니다. 텅 빈 방 안에서 저는 처음으로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지금의 나도 괜찮지 않을까?”
그 말은 작은 허락이었습니다. ‘더 잘해야 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불완전한 저를 그냥 받아들이는 용기 있는 허락 말입니다.


폴 리쾨르는 인간의 자아를 ‘서사적 정체성’이라 불렀습니다. 우리는 완벽해서 빛나는 것이 아니라, 좋고 나쁜 모든 장면을 이어가는 이야기 속에서 의미를 얻습니다. 자존감은 그 이야기를 지워버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싹트는 힘입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저는 이 진실을 더 자주 마주했습니다. 누군가의 과거가 화려하지 않아도, 지친 얼굴과 서툰 말투에도 불구하고, 그 존재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저는 나 자신에게도 조금 더 관대해질 수 있었습니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 제 자신 역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여전히 부족하고, 때로는 흔들리고, 어떤 날은 무너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더 자주 제게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이 말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의미가 아니라, 불완전함을 감추지 않아도 된다는 용기입니다. 그리고 그 용기야말로, 진짜 자존감의 씨앗이 되어주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더 나은 나’를 목표로 삼지 않습니다. 대신 ‘진실한 나’를 지향합니다.


누군가의 기대에 맞춰 완벽해지려는 삶이 아니라, 내 존재의 온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삶. 그것이 제가 바라는 자존감의 모습입니다. 자존감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연습되는 감각이기에, 오늘도 저는 그 연습을 이어갑니다. 저 자신에게 다정하게 말 건네며, 이렇게 속삭입니다.
“괜찮아. 그렇게 살아도 돼.”

그 말을 저 자신에게, 그리고 언젠가 지쳐 있는 당신께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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