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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Oct 02. 2017

사물디바이스에서 희망을 찾다

전자책 시장에 대한 제언

2017년의 출판시장에는 강풍(强風)이 불어 닥쳤다. 경기불황 뿐만 아니라 독서인구수도 여전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2위 도매업체인 ‘송인서적’이 부도가 난 것이다. 이로 인하여 연관된 수많은 소형 출판사, 인쇄소 등이 크나큰 시련을 맞이하고 있다. 정부부처와 여러 기관들에서 다양한 방안책을 마련중에 있지만 쉽지 않은 상태이다. 전자책 시장도 역시나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잠재력과 성장가능성은 높지만 성장속도가 너무 느리다. 스마트폰이 전자책 시장을 견인해 온 일등공신은 맞지만 이제는 그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했다. 이제 전자출판의 새로운 희망을 어디에서 찾을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스마트폰에 발목 잡힌 전자출판 시장

전체 출판시장에서 전자출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3% 내외다. 전자출판의 성장률은 최근 6~7년 전만 하더라도 30% 정도로 급성장 했지만, 이제는 10% 미만으로 급감하며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자극제가 필요하다.

2007년 1월에 애플(Apple)사가 아이폰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에는 위피(WIPI) 제도 때문에 2009년 11월에야 KT를 통해서 아이폰이 처음으로 출시되었다. 사용자는 새로운 스마트폰의 UI/UX에 열광했으며 그 이후 빠르게 대중화 되었고 그 영향은 전자출판 시장에서도 빅뱅을 일으켰다.

※ 위피(WIPI)는 Wireless Internet Platform for Interoperability의 약자로 자국 내 휴대전화 및 콘텐츠 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한국의 표준 모바일 플랫폼이다. 통신사들간 모바일 플랫폼을 표준화함으로써 하나의 콘텐츠를 여러 통신사에서 서비스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제정되었지만,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지적에 따라서 2009년 4월에 폐지되었다.


모든 서비스들이 'Mobile First, Mobile Only'를 지향하기 시작했다.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의 편리한 터치 인터페이스 환경을 통해 읽는 경험을 늘려 나갔다. 새로운 미디어가 전자책에 대한 인식 확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것이다.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이동하면서 간편하게 읽을 수 있는 짧고, 가벼우며, 재미있는 콘텐츠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소비되는 콘텐츠들도 자연스럽게 단행본 중심보다는 장르(로맨스, 판타지, 무협 등) 중심으로 집중되었다. 네이버, 카카오페이지, 조아라, 문피아, 북팔 등의 대표적인 장르 사업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업자들이 여전히 웹소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1~2개월 동안만 보더라도 ‘엠이엔터테인먼트’가 20~40대 여성층을 위한 <ME 웹소설>(2016.12)을 오픈했고, ‘펀치라인엔터테인먼트’도 베타버전으로 <펀치라인>(2016.12)을 오픈한 뒤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으며, ‘교보문고’도 베타버전으로 <톡소다>(2016.12)를 오픈하며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중에 있다. 그 외에도 ‘위즈덤하우스’에서는 2017년 상반기에 웹소설과 웹툰을 연재할 수 있는 <저스툰>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림 1] YoY Change in Daily Usage Rate by App Category


국내의 전자출판 시장은 상당히 장르 중심으로 편중되며 성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미국, 영국, 일본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단행본 출판사들도 전자책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종이책과 전자책의 동시 출간 비율을 높이고 있다. 또한, 누구든지 손쉽게 글을 쓸 수 있는 셀프퍼블리싱(Self Publishing) 플랫폼의 증가로 읽을 만한 전자책 콘텐츠에 대한 갈증도 해갈(解渴) 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출판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이유는 스마트폰에 있다. 다양한 디지털콘텐츠들이 스마트폰으로 모이면서 사용자들은 더 이상 읽기에 집중하기 보다는 시각적인(visual) 콘텐츠들에 매료되기 시작한 것이다. TNS/Google의 2016년 자료에 의하면 [그림 1]에서 보는 것처럼 ‘도서/만화’ 보다는 검색,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뉴스&날씨, SNS와 관련한 앱에서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전자출판은 오직 출판계만의 싸움이 아니라 게임회사, 검색회사, 소셜사업자, 금융회사 등 모든 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만 한다. 이제는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과 시간을 읽어야만 한다. 그리고, 어떻게 소비자의 시간을 사로잡을지 고민해야 한다.


지는 스마트폰, 뜨는 사물디바이스

구글이 발표한 <아태지역 모바일 앱 보고서 2016 (Mobile Apps in APAC: 2016 Report)>(2016.12.13)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1%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주요 50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도 70%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단계에 접어들었으며, 기술의 평준화로 인해 더 이상의 참신함과 차별성은 사라지고 있다.

통신이 5G 시대로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디바이스는 스마트폰을 넘어서(Post Smartphone),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술들이 인공지능(AI)과 만나며 주변의 모든 사물들 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하고 있다. 주변 사물들은 인터넷과 연결되면서 스마트해지고 있다. 사물인터넷 시장의 규모는 IDC의 연구보고서(Worldwide Semiannual Internet of Thins Spendings Guide)에 따르면, 2015~2020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CAGR)이 15.6%로 예상되며 2020년에는 1조 290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사물인터넷(IoT)은 Internet of Things의 약자로 각종 사물에 센서와 통신 기능을 내장하여 인터넷에 연결하는 기술로,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에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인프라 이다.


사물인터넷은 공유와 개방을 지향하는 초연결 사회의 핵심으로 자리잡아갈 것이다. 이제 하나의 스마트폰에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들이 융합되어 사용해 오던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 시대는 저물기 시작하고, 주변의 사물들로 분산되어 각각의 용처에 맞게 서비스되는 ‘디지털 디버전스(Digital Divergence)’ 시대가 열리기 시작할 것이다.

현재까지의 전자책은 외형만 만질 수 없는 무형물일 뿐이지 표현과 기능에 있어서는 종이책을 닮으려고 많은 노력들을 해 왔다. 최근에는 전자책 파일 포맷(EPUB3, PDF 등)의 기술 발전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형태로 발전되고 있으며, 증강현실과 같은 기술들을 전자책에 적용한 사례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사용자들은 더욱 더 전자책에 대한 새로운 경험과 흥분을 즐기게 될 것이다. 사물디바이스가 확산되고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제로(zero) UI/UX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이제 전자책은 전자책답게 발전해 나가야 하며, 사물디바이스와의 결합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가까운 미래의 전자책은 스마트 베개나 스마트 카에서 오디오북처럼 읽어주기도 하고, 스마트 미러나 스마트 가전제품에서는 동영상이나 텍스트로 보여주기도 하며, 스마트 조명이나 스마트 글래스에서는 입체적인 형태로 보여줄 것이다. 미디어가 바뀌면 표현과 사용편의성이 바뀌어야 한다. 이제 전자출판 시장은 사물디바이스를 선점한 자가 리딩해 나갈 것이다.


중국 고사성어에 '세찬 바람이 불어봐야 비로소 강한 풀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는 의미의 <질풍경초(疾風勁草)>라는 말이 있다. 이번 ‘송인서적’ 사태를 통해서 한국의 출판시장이 더욱 강한 풀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그래서 독서문화가 성숙하게 자리 잡고, 전자책에 대한 인식과 활용도도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빠른 기술의 발전으로 시대가 급변해 나가더라도 책(冊) 향기만은 더욱 짙고 강하게 피어나길 희망 한다


본 글은 <출판저널> 2017년 2월호에 게재했던 글임을 밝혀드립니다. 게재시 분량에 대한 제약이 있는 관계로 최대한 요약되었으며 일부 내용이 가감되었습니다.


이은호 교보문고,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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