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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Oct 02. 2017

경계의 파괴로부터 시작하라

전자책 시장에 대한 제언

세계 최대의 가전 박람회인 'CES 2017'는 올해(2017년 1월)로 개최 50주년을 맞아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2월에는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인 'MWC 2017'이 열린다. 그 어느 때보다 IT 산업은 더욱 강력하고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로봇(Robot), 만물인터넷(IoE) 등의 기술은 사람-사람, 사람-사물, 사물-사물을 긴밀하게 연결시키며 인류를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로 이끌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면서 ‘모든 것들이 연결(Connect Everything)' 되고 있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어울리고, 인간과 로봇이 공존해 나가면서 모든 영역에서의 경계 파괴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이제 출판시장에서도 어떻게 새로운 영역과 어울리고, 어떻게 그 경계를 허물어 나갈지에 대한 혜안을 찾아나가야 한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경계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도서의 판매량은 줄어들고 있으며 독서율도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출판사나 서점들의 폐쇄로 이어지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국내 전체 출판시장의 매출은 서서히 감소하는 추세이나, 이 속에서 전자책 매출은 조금씩 성장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출판관계자들은 전자책 매출이 성장하는 만큼 종이책 매출이 줄어들면서 자기잠식(cannibalization) 현상이 발생할 것을 염려하며 팽팽한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자책이 종이책의 수요를 어느 정도 감소시킬 수는 있으나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종이책과 전자책은 각각의 매력과 용도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공생관계를 유지해 나가야 하며 독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수요를 만들어내야 한다. 관련한 사양한 사례들이 있지만 이 중에서 몇 가지 사례들만 살펴보고자 한다.


프랑스 스타트업인 '에디씨옹 아니메(Editions Animees)'는 컬러링북 형태인 '블링크북(Blink book)'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블링크북은 안데르센 동화나 라퐁텐 우화와 같은 다양한 명작들을 밑그림으로만 제공하고, 아이들이 밑그림 위에 자유스럽게 색칠을 한다. 그리고 태블릿으로 사진을 찍기만 하면 자신이 색칠한 그림들이 생동감 있게 살아 움직이는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다. 간단하게 다양한 SNS나 유튜브(YouTube)로 공유도 가능하다.(그림1 참조) 국내에도 책과콩나무에서 '클레르 파이(Claire Fay)'의 작품을 들여와 <색칠하고 사진 찍고 와우!>(2015.12)라는 도서명으로 큰 인기를 얻기도 하였다. 새로운 매체들이 출시되고 대중화되면서, 종이책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전자책의 디지털 공간으로 확장시키는 ‘From Paper to Screen’ 사례들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림1> ‘에디씨옹 아니메’의 컬러링북


포르투갈 미뉴대학의 Engage Lab에서 개발한 '브리징북(Bridging book)'은 종이책과 전자책의 경계를 무너트린 어린이 동화책이다. 종이책 페이지마다 자석이 내장되어 있는데 태블릿에서는 나침반 센서가 자기장의 강도를 감지해서 종이책과 동기화 시켜주는 구조이다. 어린이가 종이책 페이지를 넘기면 태블릿에서는 자동으로 해당 페이지의 일러스트레이터를 보여주며, 다양한 인터랙션을 지원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종이책과 전자책을 함께 경험하면서 책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높여가게 된다.


<그림2> 포르투갈 미뉴대학 Engage Lab의 브리징북


웹과 앱의 경계

모바일 기술이 진화하면서 사용자들은 5A 환경으로 디지털콘텐츠를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텍스트 기반의 이펍(EPUB) 파일은 전자책의 대표적인 파일 포맷중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펍은 국제디지털출판포럼(IDPF)에서 제정한 개방형 전자책 국제표준으로 2007년에 처음으로 제정되었다. 이후 2009년에는 EPUB2.0.1을 발표하였고, 2011년에는 EPUB3를 발표하였으며, 올해에는 EPUB3.1을 공개할 예정이다. EPUB3 파일은 웹 표준인 HTML5를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양한 멀티미디어 요소들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다단 레이아웃, 내장형 폰트(OTF, WOFF), 각주, 세로쓰기 등 웹문서로 표현될 수 있는 대부분의 기능들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올해 1월에는 IDPF가 W3C와 통합되면서 이제는 publishing@W3C에서 표준화 업무가 진행될 예정이다. 웹은 EPUB을 품었으며 앞으로 더욱 많은 기술들과 융합해 나갈 것이다. 이제 웹사이트의 모든 정보들은 전자책으로 표현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전자책과 웹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 5A란 언제든지(Any Time), 어디에서나(Any Where), 어떠한 디바이스(Any Device), 어떠한 네트워크(Any Network)에 상관없이, 어떠한 콘텐츠(Any Contents)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한다.


앱(App)에서도 웹(Web)과 융합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구글이 2016년 5월 개발자 컨퍼런스인 ‘Google I/O 2016’에서 ‘인스턴트 앱(Instant App)’을 발표하면서 웹과 앱의 경계를 허물기 시작한 것이다. 사용자가 별도로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앱이 마치 설치되어 있는 것처럼 웹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딥 링크(Deep Link)’ 기능의 많은 부분들이 보완되긴 했지만, 그래도 ‘네이티브 앱(Native App)’의 기능을 온전하게 제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표 1>에서 보이는 여러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구글은 올해 2월에 ‘프로그레시브 웹앱(PWA, Progressive Web App)’을 발표하였다. 현재는 크롬(Chrome) 베타 버전의 웹사이트에서만 홈스크린에 웹앱을 추가시켜 이용할 수 있지만 향후에는 모든 안드로이드용 브라우저에서 PWA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구글은 ‘인스턴트 앱 프로젝트’와 ‘PWA 프로젝트’를 통해서 사용자에게 다양한 디바이스에서도 편리한 사용경험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 프로그레시브 웹앱(PWA, Progressive Web App)은 구글의 개발자 Alex Russell이 2015년 6월에 처음으로 제안한 아이디어이며 PWA은 Reliable, Fast, Engaging의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표 1> ‘인스턴트 앱’의 주요한 문제들

※ 위 표는 https://developer.android.com/topic/instant-apps/prepare.html에서 참고함


O2O나 사물인터넷(IoT) 등과 같은 기술들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발전해 나가고 있다. 사용자들은 스마트한 매체에서 웹과 앱을 이용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브라우저와 운영체계(OS)는 점점 세분화(segmentation)되고 파편화(fragmentation)되고 있지만 사용자의 사용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해 상호 보완해 나가며 그 경계들을 허물어나갈 것이다.


멋진 인생을 위해서는 훌륭한 생각의 씨앗을 마음속에 심어야 한다. 무엇인가를 배워나가고 사고하기에 최적의 미디어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이 발전하며 도서의 형태가 어떻게 변해가든 본연의 가치를 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서로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는 종이책과 전자책은 놀라운 시너지를 가져올 것이다. 전자책을 종이책처럼 표현하려 하지 말고, 종이책에는 없는 새로운 가치로 채워나가며 다양한 디지털콘텐츠들과의 결합을 시도해 나가야 한다. 콘텐츠뿐만 아니라 미디어와 서비스에도 스토리가 필요하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읽는 습관과 경험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다.


본 글은 <출판저널> 2017년 3월호에 게재했던 글임을 밝혀드립니다. 게재시 분량에 대한 제약이 있는 관계로 최대한 요약되었으며 일부 내용이 가감되었습니다.


이은호 교보문고,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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