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기술
최근 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 중 인공지능(AI)이 미래 산업을 이끌어갈 핵심 기술로 주목 받고 있다. 인공지능은 챗봇, 로봇, 스피커, 횡단보도, 가전제품 등 우리 생활 주변의 다양한 사물들과 연결되어 인간의 삶의 방식을 바꿔 나가고 있다.
지난 4월 KT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AI 소설 공모전>을 개최했다. 소설을 작성하는 주체가 인간이 아닌 인공기능 이었기 때문에 큰 화제가 되었다. 수많은 데이터를 인공지능 알고리즘에게 학습시켜서 소설을 작성하고 제출하면 된다. 그러면 1차로 작품의 문학적 가치를 평가하고, 2차로 내.외부 인공지능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면접을 통해 심사를 진행한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해서 작성된 소설이기 때문에 인간의 창작물에 비하면 수준이 많이 떨어지겠지만, 이러한 도전을 통해서 향후 인간과의 공생 방안들을 고민해 나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인공지능은 특히 복잡한 계산, 선택, 규칙 등이 있는 영역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체스, 바둑, 포커 등과 같이 규칙과 패턴이 정해져 있는 영역에서는 이미 인간을 뛰어 넘어서고 있다. 게임트리, 자연어처리, 딥러닝, 심층신경망 등 다양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계속 발전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체스 프로그램 '딥블루(Deep Blue)'는 1997년 체스 세계챔피언(게리 카스파로프) 에게 승리하며 인간을 꺾은 최초의 인공지능이 되었다. 그 이후 IBM은 인공지능 퀴즈 프로그램 '왓슨(Watson)'을 개발하였고 2011년 인기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서 켄 제닝스와 브래드 루트너를 상대로 우승했다. 이처럼 IBM은 인공지능 분야서 상당히 앞서고 있었다. 그런데 딥마인드를 인수한 구글이 ‘알파고(AlphaGo)’를 개발한 뒤 이세돌 9단과의 바둑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인공지능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그 외에도 지난 2017년에는 카네기 멜론 대학(CMU)에서 개발한 '리브라투스(Libratus)'가 프로 포커선수 4명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인공지능은 지능적 학습 알고리즘의 성능 개선을 통해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창의적 영역에도 도전하고 있다. 그림, 악보, 영화 시나리오, 시집, 소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창적인 창작물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작품성도 향상되고 있다.
2017년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한 인공지능 '샤오빙(小氷)'이 중국에서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시집 <햇살은 유리창을 잃고>를 출간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샤오빙은 1920년 이후 현대 시인 519명의 작품 수천 편을 스스로 100시간 동안 학습해서 1만여 편의 시(詩)를 썼지만 “비가 해풍을 건너와 드문드문 내린다”, “태양이 서쪽으로 떠나면 나는 버림 받는다” 등의 표현처럼 어색한 시구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창작은 특정한 패턴과 결론이 없는 작업이기 때문에 사고, 철학관, 세계관 등의 요소들을 고려하여 인공지능이 만족스러운 창작물을 만들어 내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다만 인간과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면서 얻게 되는 우연성은 인간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창작자와 인공지능이 과연 어떤 방법과 방향으로 협업하며 공존해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만 한다.
출판 산업에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변화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인키트(Inkitt) 출판사는 2016년에 독일에서 설립된 출판 스타트업인데, 놀랍게도 그동안 발행한 도서 중 무려 65%가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 놀라운 결과 속에는 인공지능 기술이 숨겨져 있다. 인키트 출판사는 기본적으로 글쓰기 플랫폼을 제공하는데, 누구든지 글을 등록할 수 있으며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글을 찾아서 읽을 수도 있다. 이때 인공지능은 독자의 성별, 연령, 직업과 같은 개인 정보 외에도 독자가 남기는 별점이나 댓글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뿐만 아니라 독서할 때의 몰입도(독서를 위해 집중하는 시간 척도)나 완독까지 걸리는 시간 등의 모든 정보들을 수치화하여 기록한다. 인공지능은 이러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특정 도서가 잘 팔릴 것인지를 판단하여 출간 여부를 결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출간된 도서들은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자연스럽게 베스트셀러에 진입하게 된다.
오프라인 서점에서도 인공지능은 독자가 불편하게 느끼는 요소들을 제거하는데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아마존은 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대표 기업 중 한 곳이다. 2016년 12월 인공지능 기술로 결제 절차를 없앤 '아마존 고'를 오픈시키며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아마존은 우선적으로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약 1년 정도의 시험운영을 마친 뒤 2018년 1월 ‘아마존 고’를 대중에게 공식 오픈하였다. 올해 안으로 6개 매장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마존은 무인점포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후 여러 기업들이 유사 기술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특히 중국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올해 4월 알리바바 그룹의 티몰(Tmall)이 중국 상하이 푸단대에 무인서점을 오픈했다. 참고로 상하이는 중국 도시 중 독서 구매량이 가장 많은 도시이다. 티몰의 무인서점은 인공지능과 모바일 결제를 결합한 '무감(無感) 지불' 기술로 사용자가 책을 고른 뒤 게이트를 나가기만 하면 자동으로 결제 처리가 된다. 중국 온라인 도서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티몰은 알리문학(阿里文學)과 함께 전자책 시장도 개척해 나가고 있다. 특히 티몰의 인공지능 스피커 지니(Ginie)를 통한 음성 판매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은 센서 기술의 안정화, 물류 시스템과의 연동, 빅데이터의 활용, 로봇 활용, 사물인터넷과의 확장 등 통합적 관점에서 기술을 대중과 연계시켜 나가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세상을 변화시킬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제 이 강력한 기술을 활용하여 어떻게 시장을 변화시켜 나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몇십년 동안 큰 변화가 없던 출판 시장도 이제는 기술의 변화에 동참해야 한다. 출판사는 독자가 선호할만한 콘텐츠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발굴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서점은 독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해 나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며, 독자가 보다 간편하게 원하는 도서를 찾고 결제하는 과정을 간소화시켜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출판 산업은 다양한 매체로의 확장과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기 위해 상생과 공생의 길을 걸어야 한다. 매년 하락하는 독서인구와 매출 부진 속에서 벗어나 독자가 스스로 독서할 수 있는 환경기반을 마련해 줘야 한다. 기술과의 융합과 확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본 글은 <출판저널> 2018년 5월호에 게재했던 글임을 밝혀드립니다. 게재시 분량에 대한 제약이 있는 관계로 최대한 요약되었으며 일부 내용이 가감되었습니다.
글 이은호 교보문고,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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