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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May 20. 2018

디지털콘텐츠: 가상현실(VR) 기술과의 융합

4차 산업혁명과 기술

올해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모바일 관련 전시회 MWC(Mobile World Congress) 에서는 차세대 이동통신 5G(Fifth Generation)에 이목이 집중되었다. 5G는 28GHz의 초고대역 주파수를 이용하는 이동통신 기술로 초당 기가급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기 때문에 대용량의 데이터를 취급해야 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있어서 중요한 토대가 된다. 또한, 가상현실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미국의 가상현실 이용자는 전년 대비 109.5% 증가했으며, 2019년에는 약 4,900만명 정도가 될 전망이다. 가상현실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5G 이동통신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가상현실 콘텐츠는 360도 화면을 제공해야하기 때문에 일반 영상물보다 10배 정도 용량이 크며, 이를 전송하고 처리하는 속도가 보장되어야 한다.


<발레리안: 천개 행성의 도시>의 한 장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잘 보여주는 영화 중 하나는 작년에 개봉한 뤽 베송 감독의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인 발레리안(특수요원)이 임무를 받고 키리안 행성의 빅마켓으로 향하는데 빅마켓은 아무것도 없는 드넓은 사막뿐이다. 하지만, 특수 안경과 헤드셋을 쓰는 순간 어마어마한 크기의 시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 혼합된 이곳에서는 모든 물건들의 직거래가 가능하고 실체화를 시키기도 한다. 혼합현실의 미래상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번 글에서는 주요 기업들의 가상현실(VR) 서비스 추진 현황에 대해서 분석하고 출판시장에서는 가상현실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다양한 사례들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출판이 나아가야 할 변화의 방향성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국내외 기업들의 가상현실 추진 현황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란 컴퓨터 등을 사용해서 인공적인 기술로 만들어낸 실제와 유사하지만 실제가 아닌 어떤 특정한 환경이나 상황 혹은 그 기술 자체를 의미한다. 최근에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단순하게 가상공간만이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뇌의 착각을 이용해 현실과 같은 오감까지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가상현실은 공간의 확장과 실감적 간접체험이라는 측면에서 활용가치가 매우 높다. 이를 통해 새로운 디지털 경제가 확장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 기회의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2014년은 가상현실에 대한 인식 확산과 헤드셋 보급의 대중화가 이뤄진 중요한 해이다. 그 이전까지는 가상현실 콘텐츠의 부족과 고가의 헤드셋 등 여러 제약으로 인해 대중들이 가상현실을 경험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해에 구글이 저가형의 카드보드(Cardboard)를 출시하고, 페이스북이 스타트업 '오큘러스VR'을 2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가상현실에 많은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그 이후 여러 기업들이 꾸준하게 가상현실과 관련한 기기와 플랫폼들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페이스북은 작년 F8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가상공간에 아바타를 만들고 페이스북 친구와 만날 수 있는 '페이스북 스페이스'를 발표했으며, 올해 5월에 개최될 F8 개발자 콘퍼런스에서는 가상현실 헤드셋 '오큘러스 고'를 매우 저렴한 가격에 출시할 예정이다. 구글도 가상현실 플랫폼 데이드림(Daydream)을 공개하였고 저가형의 가상현실 헤드셋 '데이드림 뷰(Daydream View)'를 선보이며 가상현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외에도 증강현실 개발툴인 ARCore, AR/VR 3D 객체 공유 도구인 폴리(Poly) 등 다양한 가상세계 관련 솔루션들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가상현실 추진 현황 (2017~2018)


국내의 가상현실 서비스는 주로 통신사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다. KT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TV 화면과 합성해서 보여주는 'TV 쏙'을 선보였고, 3월에는 GS리테일과 손잡고 신촌에 도심형 가상현실 테마파크 브라이트(VRIGHT)를 오픈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LG유플러스는 360도 가상현실 동영상을 즐길 수 있는 '비디오포털'을 선보였다. 특히 SK텔레콤은 가장 활발하게 가상현실 시장을 이끌고 있다. 사용자가 직접 가상현실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T리얼 VR 스튜디오' 플랫폼을 오픈했으며, 이번 MWC에서는 가상공간에서 소셜 친구들과 함께 동영상 콘텐츠를 보거나 아바타를 통해 대화도 가능한 '옥수수 소셜 VR'을 공개하기도 했다.


출판시장에서의 가상현실 적용 사례

출판대국으로 손꼽히는 일본에서도 출판시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출판과학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2017년 일본 출판시장의 매출은 전년 대비 7% 감소한 1조 3,701억 엔(약 13조 6,107억 원) 이라고 한다. 특히 잡지 매장의 협소화와 만화 잡지의 부진 등으로 도서 매출 보다 잡지 매출이 높은 '잡고서저(雜高書低)' 현상이 깨졌을 뿐만 아니라 도서 판매량도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체 출판 시장의 12%를 차지하고 있는 전자출판 시장은 매년 꾸준히 성장해 나가고 있다. 향후에도 전자출판 시장은 지속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가상현실 기술을 오프라인 서점과 융합시키는 흥미로운 도전이 진행되고 있다. 샤프의 벤처기업 팀에스(Team S)는 이북이니셔티브 재팬(eBook Initiative Japan)과 함께 오프라인 서점을 가상현실 공간에 재현한 'VR 서점'을 개발하고 있다. 매장에 실제 도서는 없지만 헤드셋을 장착하면 눈앞에 가상의 서가 공간이 펼쳐지고, 이곳에서 독자는 직접 걸어다니면서 책을 찾거나 페이지를 넘기며 읽을 수도 있다. 필요한 책은 인터넷과 연결하여 바로 구매도 가능하다. VR 서점에 대한 충분한 테스트를 거친 뒤 2020년을 전후로 오픈할 계획이라고 한다. 기술과 융합된 매장의 새로운 변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서도 가상현실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오감을 통한 몰입감이 높아서 다양한 분야(교육, 의료, 스포츠 등)에서 간접경험을 효과적으로 체험하기에 최적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진행된 '제20회 부천 국제만화축제'에서는 가상현실에서 만화를 만나는 <VR 웹툰전>이 진행되어 큰 관심을 받았다. 가상현실 공간에서는 고객이 직접 웹툰 속에 들어와 있는 놀라운 체험을 할 수 있다. 이처럼 기존 웹툰에서는 제작이나 표현 방식이 제한되어 있었지만, VR 웹툰에서는 360도 방식이나 다양한 효과 등 새로운 기법과 표현 방식을 지원할 수 있다. 스타트업인 코믹스V는 VR 웹툰 시장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기업 중 한 곳이다. 현재 지강민 작가의 '와라! 편의점', 제뉴 작가의 ‘제뉴360’, 최호철 작가의 '골목길 거닐기' 등 다수의 웹툰을 VR로 서비스 중이다.


코믹스브이의 VR웹툰


기술과 융합하며 출판이 나아가야 할 방향

창의 문화 콘텐츠가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 문화산업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식 기반인 출판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출판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주요 기술들과의 융합 시도는 출판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종이나 스마트폰을 벗어나 가상세계로까지 매체의 확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출판시장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고객이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만 한다.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서 고객이 필요한 사항들을 잘 헤아리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진실된 관심과 노력만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본 글은 <출판저널> 2018년 3월호에 게재했던 글임을 밝혀드립니다. 게재시 분량에 대한 제약이 있는 관계로 최대한 요약되었으며 일부 내용이 가감되었습니다.

    

글 이은호 교보문고,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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