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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Jan 06. 2020

2019 출판 산업의 동향

출판 산업의 현황을 나타내는 여러 지표들에 올해에도 빨간불이 켜지면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9년에는 소비자의 세대교체, 소비 방식의 변화, 기술의 발전, 다양한 미디어의 등장, 정책과 제도의 개선 등 여러 요소들이 새로운 변화를 유도해 나갔다. 새해를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2019년의 출판 산업을 뒤돌아보며 주요 이슈들을 정리하고, 이를 통해 다가오는 2020년을 대비하고자 한다.


한일 갈등에 따른 일본 서적 불매운동

올해는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등 한일 간 식민지 역사 문제가 정치적으로 확산되며 한일 갈등이 심화된 해였다. 지난 2018년 10월 해당 일본 기업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최종 확정판결이 나오자, 일본이 경제보복 카드를 꺼내들면서 본격적인 무역 분쟁이 시작되었다. 지난 7월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으로의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해 첨단 소재 3개(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했으며, 8월에는 전략물자 수출 간소화 대상인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 에서도 한국을 제외시키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도 결정했다. 그러면서 #불매운동동참, #일본불매운동 등의 해시태그 등장과 함께 일본 기업이 판매하는 자동차, 의류, 주류, 신발, 전자제품 등 다양한 제품들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었다.

출판 산업에서도 일본 작가의 도서 불매 운동이 일어났다. 출판사는 일본 작가 도서의 출간을 자제했고 서점은 일본 도서의 추천이나 노출을 줄였지만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 상위권에 다수의 일본 소설들이 존재했다. 그 이유로는 소설 내용에 역사관의 큰 문제가 없고 스토리나 창의성이 뛰어난 작품들이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적인 메시지가 담긴 문화 콘텐츠에 대해서는 불매 대상이 되었다. 이처럼 정치적인 사안과 문화적인 콘텐츠는 서로 분리되어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역사/인문/에세이 도서의 강세

단행본 도서 판매량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MZ 세대들이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들 세대들의 소비심리와 구매방식은 기성세대들과 많은 차이가 있다. 이러한 신규 고객층을 사로잡기 위해 출판사는 다양한 주제의 도서들을 출간하고 있으며,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쓰고, 도서 분량과 발행 부수는 줄이는 전략을 추진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특히 역사, 인문, 에세이 분야의 도서들은 큰 성장세를 보였다.

역사서는 국제 외교 관계와 3.1운동,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발표에 따른 한일 갈등,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등의 영향으로 도서 판매량이 급증했다. 특히 서경식과 다카하시 데쓰야의 대담집인 <책임에 대하여: 현대 일본의 본성을 묻는 20년의 대화> 그리고 50년 만에 번역된 존 톨런드의 대작 <일본 제국 패망사>가 큰 관심을 받았다. 특이 현상으로는 일본군 위안부와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의 강제성을 부인하는 <반일 종족주의>가 특정 지지층의 영향으로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구역질나는 책"이라고 비판하면서 주목을 받게 되었고 스트라이샌드 효과(Streisand effect)가 일어났다.

왼쪽부터 <책임에 대하여>,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여행의 이유>, <82년생 김지영>,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인문과 에세이 분야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강세를 보였다. 특히 책과 관련한 다양한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도서들이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tvN의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를 통해 소개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등은 도서 판매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인문 분야의 도서들은 대중들이 공감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내용이 편집되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야마구치 슈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조던 B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 혜민 스님의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김수현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등이 올해 대표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도서들이다. 


영상과 오디오로 진화중인 책(冊)

2019년 4월 4G보다 무려 20배 빠른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자율 주행, 증강현실, 사물인터넷 등의 초테크 산업이 성장하기 위한 초석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통신과 네트워크 기술이 발전하면서 콘텐츠의 성질도 텍스트 중심에서 영상이나 오디오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최근 출판 산업에서도 뉴미디어 시대를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늘어나고 있다. 종이책은 여전히 강력한 매체 중 하나이지만 디지털 시대가 본격화되며 전자책에 대한 활용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동영상 기반의 북튜버의 등장과 오디오북 서비스의 본격화로 일반 독자들의 독서 접근 방법이 크게 확장되었다.

동영상은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으며, 사용자도 청소년에서 중장년까지 매우 다양화 되고 있다. 특히 책 리뷰, 신간 소개, 낭독, 책 추천 등 책과 관련한 다양한 내용들을 소개하는 북튜버의 열풍이 매우 거셌다. 출판사들은 유통사의 인터넷 광고나 서점의 매대 홍보에 지불했던 비용을 줄이고 자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여 홍보하거나 유명 북튜버에게 마케팅 비용을 지불하기 시작했다. 북튜버가 소개한 도서들은 바로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오픈된 환경 속에서 전문성에 대한 문제나 잘못된 내용 전달 혹은 저작권 문제 등의 이슈들은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로 남아있다.

국내의 오디오북은 2018년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여러 사업자들이 등장했으며, 2019년에는 오디오북 시장이 성장하기 위한 기반 요소들이 안정화된 시기였다. 오디오북 시장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비싼 제작비용이다. 콘텐츠의 기획부터 성우의 목소리 녹음 및 편집 등을 진행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들을 해소시키기 위해 다양한 정부 지원과 기술 발전이 이뤄졌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는 오디오북 콘텐츠 제작비용 지원 사업을 추진했으며, 지난 9월에는 ‘KPIPA 오디오북센터’를 오픈하여 일반인들이 무료로 녹음실과 편집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해 주었다. 그 외에도 성우의 녹음시간을 줄이기 위해 일부분만 녹음하면 자동으로 텍스트를 해당 성우의 목소리로 읽어줄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상용화로 음성합성형 오디오북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세계적인 오디오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스토리텔(Storytel)이 국내 오디오북 시장에 공식적으로 진출하면서 오디오북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따라서 오디오북의 본격적인 매출 확장은 2020년부터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콘텐츠의 구독 서비스 확산

산업 전반에서 구독 경제에 대한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특히 디지털콘텐츠 기반 산업에서의 구독 서비스가 크게 관심을 끌었다. 출판 산업에서도 구독 서비스가 크게 관심을 받고 있으며, 전자책을 시작으로 오디오북, 잡지, 뉴스 등으로 대상 콘텐츠를 확장시켜 나가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2017년 10월 밀리의 서재는 국내 최초로 월정액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며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구독 시장을 이끌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책 내용을 채팅 형태로 재구성한 ‘밀리 챗북’ 서비스를 오픈했다. 10월에는 월 15,900원에 전자책과 종이책을 결합한 ‘밀리 오리지널 종이책 정기구독’ 서비스를 선보이며 자체 자작한 밀리 오리지널 종이책을 정기적으로 배송해 주고 있다. 하지만 ‘요즘도 책 사러 서점가요?’, ‘어떡하죠? 지금 가는 서점에 이 책은 없을 텐데’라는 문구로 서점에 가지 말라는 취지의 부적절한 광고를 게재하며 물의를 빚고 있다. 11월에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참여자가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함께 독서하는 ‘밀리 라이브(LIVE)’ 서비스도 오픈하며 꾸준히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 이후에도 리디북스의 ‘리디셀렉트(2018.7)’, 예스24의 ‘예스24 북클럽(2018.11)’, 교보문고의 ‘SAM 무제한(2019.2)’ 서비스가 오픈되며 구독 서비스의 치열한 경쟁이 본격화 되고 있다. 특히 구독자 확보를 위해 각사의 색깔을 기반으로 전략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리디북스는 전자책 콘텐츠 외에 부가적인 콘텐츠를 추가해 나가고 있다. 12월 18일에 아웃스탠딩 콘텐츠를 포함해서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 파이낸셜타임즈(Financial Times) 등 여러 매체의 기사를 제공하는 ‘아티클’ 서비스가 출시될 예정이며, 3세대 단말기 ‘리디페이퍼’도 12월 출시 예정이다. 한편 교보문고는 가장 많은 콘텐츠와 다양한 정액제를 선보이며 고객에게 접근하고 있으며, 예스24는 기업 시장을 타깃으로 공략하고 있다.

인플루엔셜에서 운영하는 오디오북 서비스 윌라는 지난 6월 월 9,900원의 ‘오디오 북클럽’을 선보이며 오디오북 무제한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윌라가 제공하는 오디오 콘텐츠 약 1,000여종이지만 매월 10~15권 정도의 콘텐츠를 등록할 계획이며, 타 경쟁사와의 차별점은 완독본 오디오북 콘텐츠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출판 산업 보호를 위한 정책/제도의 이슈화

출판 산업은 저자를 비롯해 출판사, 에이전시, 유통사, 도서관 등 복잡한 생태계로 구성되어 있다. 4차 산업혁명 기반의 최첨단 기술 위에서 다양한 미디어가 발전하고, 콘텐츠의 성질과 비즈니스 모델이 다변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높아지고, 저작물의 보호와 사용 방법에 대한 관심도 증가되고 있다. 그러면서 다양한 권리 주장과 보호를 위한 정책과 제도가 크게 이슈화 되고 있다.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제도는 인터넷·대형 서점과 중소서점의 출혈 경쟁을 막고, 책값 거품을 잡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도서정가제(출판문화산업진흥원 제22조)이다. 국내에는 2003년 2월 처음 도입되었고, 2014년 11월에 개정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2020년 11월 도서정가제 연장에 앞서 건전한 출판시장 확립을 위해 공청회가 지난 9월 진행되었는데, 그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도서정가제를 폐지해 달라’는 청원이 게시되며 20만 명을 넘어선 상태이다. 현재까지도 제도 유지와 폐지와 관련한 논란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또한 국내에는 아직 공공대출권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 않지만 국내 도입을 위한 공청회나 서명운동 및 연구 조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공공대출권 제도 도입 시 고려해야 될 사항들에 대해 도서관 이해 관계자들과의 충분한 협의 진행, 제도 시행을 위한 근거법령 마련, 보상금 지급 예산 확보 및 지급 방식, 보상금 지급 대상 저작물 선별 등 많은 해결해야 될 요소들이 산재되어 있어서 본 제도가 시행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출판물은 출판사가 기획, 편집, 디자인 등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이기 때문에 출판사의 권익을 저작자 및 저작인접권자와 균형 있게 보호하자는 판면권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것도 이슈화가 되었다. 그 외에도 2018년 7월부터 시행된 도서구입비 소득공제 제도가 연장 되었으며, 지역 출판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주특별시(2018.2), 부산광역시(2019.5), 대구광역시(2019.7), 경상북도(2019.9) 등에서 지역출판 진흥 조례를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본 글은 <출판저널> 2019년 12월호 (통권 514호)에 게재했던 글임을 밝혀드립니다.

    

글 이은호 교보문고,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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