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기술의 발전은 연결의 시대를 가속화 시키고 있다. 신기술은 더욱 안정적으로 발전하며 여러 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또한 뉴미디어(New-Media)가 대중에게 빠르게 보급되고 센서(Sensor) 기술의 발전으로 무수한 디지털 정보들이 생성되기 시작하고 있다. 고객이 더욱 새로운 경험, 재미, 정보, 가치를 원하게 되면서 콘텐츠의 성질도 변화되고 있다. 단순한 텍스트 형태가 아닌 다양한 멀티미디어 요소나 신기술이 적용된 콘텐츠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Tech)과 콘텐츠(Contents)가 융합하며 독자와 상호 소통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나가고 있는데, 필자는 이러한 성질의 콘텐츠를 테크콘텐츠(Tech-Contents)라고 정의하였다. 202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5G 생태계가 구축되고 다양한 미디어와 모빌리티 기술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는 콘텐츠를 생성할 때 속도나 기술 요소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컨텍스트(context)의 완성도와 스토리라인을 기획해야 한다. 최근 동영상북이나 오디오북이 새로운 포맷으로 정보 제공의 채널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으며,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인터랙티브(Interactive) 콘텐츠도 등장하면서 고객과 양방향 소통을 하기도 한다. 또한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기술이 책에 적용되면서 입체적이고 사실감 있는 부가 정보들을 고객에게 제공해 줌으로써 교육적 효과도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테크콘텐츠는 고객과 소통하고 경험과 감각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 나가며 그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액티브 시니어의 조명
의료 산업의 발전으로 인간의 평균 수명이 증가해서 100세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7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비율이 14%를 넘어서며 고령사회에 접어들었으며,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2020년부터는 베이비붐(Baby-Boom) 세대들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중장년층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될 예정이다. 50~60대의 중장년층은 은퇴 이후 취미, 문화, 여가,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주요한 소비세대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레이네상스(Greynaissance)', '오팔(OPAL)',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 '어반 그래니(Urban Granny)’, ‘골든 그레이(Golden Grey)', '피딩족(Feeding族)', '백금세대' 등과 같이 적극적인 소비활동을 하는 베이비붐 세대들을 대변하는 신조어들이 늘어나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는 과거 노년 세대와는 달리 디지털 환경에도 매우 익숙하다. 카카오톡으로 대화하고, 유튜버로 활동하기도 하며, 모바일 환경에서 쇼핑도 즐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20년 액티브 시니어의 소비 시장이 약 12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출판 산업에서도 충성 고객층의 연령대가 변화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대표 유통사들의 도서 구매 통계 지표들을 참고해 보면 10년 전 주요 구매 고객층이었던 30~40대가 자연스럽게 40~50대로 이동되고 있다. 하지만 출판 생태계에서는 중장년층에 접어들고 있는 핵심 고객층인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노력들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하지만 고령사회 속에서 액티브 시니어가 새롭게 조명 받으면서 2020년에는 이들을 위한 콘텐츠 생산, 추천과 홍보, 독서를 위한 환경들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진다.
오디오북 시장의 성장
수많은 정보들이 디지털로 전환되고, 인터넷을 통해 상호 연결되며, 스마트 디바이스가 대중화 되면서 시간과 장소에 제한 없이 다양한 양질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의 대상이 넓어지면서 소비 패턴도 바뀌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책은 드라마, 뉴스, 음악 등과 같은 콘텐츠들과 경쟁하며 고객의 시간을 사로잡아야 한다. 최근에는 다양한 스크린 사용으로 인해 눈에 대한 피로도가 쌓이면서 오디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오디오는 최근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플랫폼 중 하나이다. 출판 시장에서도 오디오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운동할 때와 같이 책을 읽기 힘든 상황에서 오디오북은 매우 유용한 독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 오디오북 시장은 약 4조 원대에 이른다. 미국 오디오 출판협회(APA)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오디오북 판매가 전년 대비 24.5% 증가하며 지난 7년 동안 매년 두 자리 수의 매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또한, <The Infinite Dial 2019>의 자료에 따르면 12세 이상의 미국인 중 50%(약 1억 4,600만 명)가 오디오북을 들었다고 하는데 이는 전년(44%) 대비 6%가 증가한 수치로 오디오북 청취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국내 오디오북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8년을 기준으로 오디오북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많은 사업자들이 오디오북 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오디오북은 B2B 시장 중심으로 형성되었으나, 2019년부터는 B2C 시장에 집중하며 콘텐츠의 품질(Quality)을 강화시켜 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구독모델을 적용시키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지난 2019년 11월에는 스웨덴 기업인 스토리텔(Storytel)이 국내 시장에 서비스를 오픈하며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2020년은 차별화된 서비스와 콘텐츠를 통해 오디오북 시장 규모가 확장되는 원년이 될 것이다. 또한 오디오북은 독자와 책의 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연결시켜 주는 촉매 역할을 하면서 출판 시장의 성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셀프퍼블리싱의 활성화
온라인 출판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브런치’, ‘씀’, ‘모씨’ 등과 같은 다양한 글쓰기 플랫폼을 통해 개성 넘치는 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 브런치에 게재한 글들을 엮어 책으로 출간한 임홍택 작가의 <90년생이 온다>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나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글들을 자유롭게 공유하고 그 속에서 대중적 관심을 받아 출판으로 이어지는 사례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나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복이는 먹고 싶어>는 출판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베스트셀러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제 출판사가 없어서 도서 출간을 못한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누구든지 셀프퍼블리싱 환경을 통해 도서를 출간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 기회가 더욱 넓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셀프퍼블리싱의 성장세가 매우 가파르다. 최근 서지정보관리 업체인 보우커(Bowker)가 발표한 <Self-Publishing in the United States, 2013-2018>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미국에서 ISBN을 발급받은 셀프퍼블리싱 도서는 약 155만 건으로 전년 대비 약 46%가 증가했으며, 전자책은 약 13만 건으로 전년 대비 약 1% 감소했다. 하지만 셀프퍼블리싱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아마존이 통계를 공개하지 않은 수치이기 때문에 만약 아마존 KDP를 통한 셀프퍼블리싱 전자책 종수까지 포함한다면 높은 증가율이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몇 년 전부터 다품종 소량출판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독자의 적극적인 글쓰기 환경이 조성되면서 셀프퍼블리싱 환경을 이용해 더욱 다양하고 개성있는 스토리를 가진 도서들이 출판물의 종류에 상관없이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등 다양한 형식으로 출간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한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본 글은 <출판저널> 2020년 1+2월호 (통권 515호)에 게재했던 글임을 밝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