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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우스 Mar 10. 2024

방글라데시 예쁜이와 똑똑이

종교와 인간

수요예배를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인도여성 같은 젊은 처자 둘이 군자역을 헤매고 있었다.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어딘가 찾는 것 같았다. 인도 나갈랜드로 단기선교를 다녀왔어서 전도를 하고 싶은 마음으로 말을 걸려다 말고 돌아서서 은행에 볼 일을 보러 들어갔다. 은행에서 나와서 멀리 걸어갔을 그녀들이 어디쯤 갔으려나 싶어 저 멀리 내다보았는데 보이지 않았다.



'멀리 갔구나. 안 보이네.' 


몸을 돌려 횡단보도를 건너려는데 횡단보도 앞에 두 명이 떡하니 서있었다. 대화를 해봐야겠다 싶었다. 인도에서 왔는지? 교회는 가봤는지? 몇 문장을 영어로 생각하고 타이밍을 보며 그녀들 뒤를 따라갔다. 거리가 조용해질 때 다가가서 어디를 찾고 있는지 물었다.


"Where do you find?"
 "I'm finding KB bank."

"KB bank?"


군자역에 국민은행이 하나 있는데 지금 있는 장소와는 완전히 방향이 달랐다. 근처에 국민은행이 있기는 한데 차도를 건너서 가야 한다고 하고 내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함께 걸으며 이야기도 하고 예수님에 대해 말할 생각이었다.



인도에서 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들은 방글라데시에서 왔다고 한다. 인도사람과 방글라데시 사람은 참 비슷하게 생겼구나 생각이 들었다. 교회에 가본 적 있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들은 무슬림이라서 교회는 안 간다고 한다. 그런데 두 학생이 상당히 예뻤다. 한 명은 화장품모델로 나올 만큼 짙은 속눈썹과 빛나는 눈동자가 아름다운 미인이었다. 다른 한 명은 똘똘하게 생겼었다. 예뻐서 인기가 많을 것 같다고 했더니 나도 잘 생겼다는 칭찬을 받았다. 


나이는 20, 21살 세종대학교 컴퓨터공학엔지니어링을 배우러 왔다고 한다. 오후에 이태원에 갔다가 왔는데 숙소를 못 찾고 있었다. 국민은행에 도착하니 여기 국민은행이 아니라고 한다. 한 명이. 스마트폰으로 위치 지도를 보여주는데 군자역이 아니라 건대입구역과 가까운 위치였다. 잘못 와도 한참 잘못 온 것이다. 걸어서 30분 거리라고 말해주니 세종대학교까지만 가면 자기네들이 찾을 수 있겠다고 한다. 유난히 예쁜 한 명은 영어도 상당히 잘했다. 


자기네들은 무슬림이라서 할랄푸드만 먹어야 하는데 할랄푸드를 파는 데를 몰라서 하루종일 굶다가 겨우 이태원에 가서 할랄푸드를 먹고 왔다고 한다. 배가 얼마나 고팠을지 안쓰러웠다. 언제 한국에 왔냐고 물으니 어제 왔다고 했다. 어제 왔는데 이태원을 갔다 왔다고 하니 대단하다고 했다. 세종대학교 근처에는 할랄푸드 파는 데가 몇 군데 있다. 왜 동네에 할랄푸드가게가 있나 싶었는데 세종대 유학생 중에 무슬림이 많아서 그랬던 거였다.


남자친구가 있냐고 물으니 무슬림은 연애는 못하고 무조건 결혼만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에 잘생긴 남학생이 좋아한다고 하면 어쩔 거냐고 물으니 웃으면서 생각해본다고 한다. 부모님 몰래 한국에서는 연애를 할 생각인가 보다. 



십여분을 함께 걸으니 세종대학교에 도착했고 나도 여기까지라고 생각하고 작별인사를 했다.  한국생활을 위해 기도하고 GOD BLESS YOU라고 말했더니 어디서 배웠는지 90도 인사를 하고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했다. 세종대학교에서도 20여분을 걸어가야 할 거리인데 잘 찾아가야 할 텐데 걱정이 되었다. 방글라데시에서 세종대학교까지 유학을 왔는데 걸어서 20분 거리야 잘 찾아서 갔겠지.


 그녀들의 한국생활이 잘 시작되면 좋겠다. 함께 사진을 한 장 찍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얼마나 배가 고팠을지 생각이 들었다. 그녀들은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한국에 얼마나 맛있는 게 많은가?  왜 무슬림은 할랄푸드만 먹어야 하는 걸까? 그게 맞는 걸까? 왜 인간은 종교로 인해 자유를 구속받을까? 도대체 무엇을 위해? 평안과 행복을 위해? 안전과 화평을 위해서? 인간이 종교를 위해서 있는 건가? 종교가 인간을 위해서 있는 건가? 종교와 자유는 공존할 수 없는 건가? 그 여학생들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나도 크리스천이란 이유로 나 스스로를 구속할 때가 있다. 그들을 보며 나에게 잘못된 신앙의 모습은 없는지 생각해 본다.

기독교에서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믿는다. 


그들의 손에는 쇼핑백과 할랄푸드 라면 같은 게 몇 개 들려있었다. 그녀들이 한국에서 좋은 친구들 만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예수님 믿고 크리스천이 되면 좋겠다.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아프지 않으면 좋겠다. 이름을 물어보면 알아듣기도 어렵고 길 것 같아서 물어보지 않았는데 후회된다. 방글라데시 예쁜이, 똑똑이로 기억해야겠다. 방글라데시 예쁜이와 똑똑이가 건강하고 행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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