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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우스 Apr 25. 2024

여자들의 대화법

 누구나 식당이나 카페에 들어가면 어디에 앉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남자와 여자의 생각이 다르다고 들었다. 남자가 식당에 갔는데 어떤 남자가 혼자 앉아 있다면 남자들은 본능적으로 그 남자 근처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식당 공간을 적절하게 물리적, 심리적으로 1/n 하여 떨어져 앉는다. 남자들은 자신만의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예로 목욕탕 샤워기가 줄지어 있을 때 웬만하면 서로 멀찍이 떨어져 사용인원을 파악하고 공간을 쪼개서 자신의 영역을 확보한다. 자리도 많은데 내 옆에 다른 남자가 가까이 오는 걸 남자들은 싫어하고 경계한다. 일단 남자가 남자에게 가까이 오면 이상하게 생각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단지 내 영역에 다른 남자가 가까이 왔다는 이유만으로 그렇다.

 

 그런데 여자는 식당이나 카페에 자리가 텅텅 비어있고 어떤 남자가 앉아있다면 많고 많은 자리를 냅두고  그 남자 근처에 앉는다고 들었다. 생각해 보면 정말 그런 거 같다. 신기하다. 남자 가까이 앉아놓고서는 신경도 안 쓰고 자기들끼리 신나게 떠든다. 그런데 더 신기한 건 속닥속닥 귓속말을 한다는 것이다. 귓속말을 할 정도로 비밀스러운 대화가 있다면 남자가 못 듣게 멀찍이 떨어져 앉아야 되는 거 아닌가? 귓속말까지 할 정도로 프라이빗한 대화를 할 거면서 왜 굳이 남자 가까이 앉는 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그리고 속닥거릴 거면 제대로 속닥거리든지 귀 기울이면 내용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속닥거린다. 대단한 여자들이다. 그런 여자들을 보면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남자를 약 올리는 건가? 아니면 청중이 더 필요한 건가? 내가 대화에 관심을 가져주기 바라는 건가?' 하지만 그들이 왜 그렇게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여자들은 무언의 규칙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대화를 하기로 앉았다면 30분은 반드시 채워야 하는 룰 같은 거 말이다. 무슨 기본 30분 주차요금도 아니고 기본이 30분이다. 일단 '우리 얘기하자.' 하고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면 30분은 해야 한다. 용건만 말하고 커피 원샷하고 5분도 안 돼서 나가는 걸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한적한 카페에 나만의 영역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을 때 여자들이 가까이 앉으면 나만의 여유는 포기해야 한다. 금방 갈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들이 카페에 왔다는 것 자체가 마음과 몸에 가득 찬 할 말들을 실컷 방류하겠다는 의미다. 장마철 가득 찬 소양댐을 방류하듯이 말이다. 그들은 반드시 기본 30분 이상을 채우고 넘겨야 한다. 안 그러면 서로를 무시하거나 미워하거나 앞으로 친구 하지 말자는 무언의 암호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참으로 수수께끼다.



 또 신긴 한 건 했던 말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옆에 앉아 들어보면 했던 말을 계속 조금씩 바꿔가면서 한다. 도대체 왜 반복을 할까? 일종의 다이어트인가? 말을 하면 칼로리가 소모되니까? 상대가 무슨 말을 하면 '그러니까', '내 말이', '아니', '진짜? 왜 그래?' '정말?', '하....', '너무 우끼잖아.', '남들이 뭐라 생각하겠어?', '진짜 재밌다.', '또라이 아니야?' 등등 같은 추임새를 넣어가며 판소리 하듯 장구 치듯 도돌이표 이야기를 한다. 풍악을 울려라! 하하하.

 


 더 신기한 건 정말 이건 너무나도 신기한 건데, 여자들은 서로 말을 동시에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대화는 본래 한 사람이 말을 하고 한 사람은 들어야 하는데, 그들은 서로 동시에 말을 한다. 진짜 신기하다. 이건 따라 할 수 도 없다. 말하기와 듣기가 동시에 되는 건 로봇이나 AI도 못한다. 여자가 통화하는 걸 듣고 있으면 분명히 상대방도 말을 하고 있을 텐데 수화기를 들고는 쉴 새 없이 말을 한다. 1:1 대화뿐만 아니라 여러 명이 모였을 때 여자들의 능력은 더욱 빛을 발한다. 카페에 앉아서 여자 3-5명이 서로 동시에 말을 하는 걸 보면 놀라울 뿐이다. 그녀들은 텔레비전을 여러 대 틀어놔도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자의 신경세포 뉴런은 남자보다 훨~씬 빠른 것 같다. 말을 하고 들으면서 이해하고 추론하고 다음 할 말을 생각하고 내뱉는 일련의 과정들이 텔레파시 수준으로 발달한 듯한다. It's amazing!

 




여자들의 대화법을 통해 여자가 남자보다 뛰어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생각해 보면 남자의 염색체는 XY, 여자의 염색체는 XX다. 그런데 염색체 크기를 보면 Y염색체가 X염색체보다 1/2 정도 작다. 그 작은 염색체에 우리 인간의 어마어마한 유전정보가 들어있는데 반이나 적게 들어있으니 여자들이 남자들은 갖지 못한 어떤 특별한 유전정보를 갖고 있을 게 분명하다. 아마도 그것이 여자의 대화의 기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염색체에 들어있는 유전정보는 인간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래서 여자들은 남자와 대화할 때 답답해하고 화를 낼 게 아니다.

 

'니들은 염색체가 반이나 없으니 우리 대화를 어떻게 다 이해하겠니?' 라며 남자들을 불쌍히 여기고 긍휼히 여겨줘야 한다. 우리가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다. 못하는 건 이해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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