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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우스 Oct 02. 2024

괴테와 괴벨스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와 요제프 괴벨스 (Joseph Goebbels, 1897-1945)는 독일 역사에서 독일 문화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중요한 인물이지만 그들의 업적, 사상, 인생 목표, 세계관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괴테는 1749년에 독일 플랑크푸르트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괴벨스는 1897년 독일 라인란트 지방의 노동자 계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괴벨스는 소아마비를 앓아 평생 동안 절름발이로 살아야 했는데, 그의 장애가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여겨진다.


괴테는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문학과 철학, 예술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특히 고전문학과 언어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괴벨스도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독일 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할 정도로 문학에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다. 괴벨스는 작가가 되길 바랐지만 그의 작품은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고 큰 좌절감을 겪게 된다. 반면, 괴테는 1774년 출판된 작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자신의 이름을 전 유럽에 알리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고 '베르테르 열풍'이라는 사회적 현상을 만들었다. 많은 독자들이 베르테르처럼 옷을 입고 그의 감정에 공감하며 개인의 감정과 열정을 표출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괴테는 독일 낭만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가 된다.


괴테와 달리 문학활동에서 실패한 괴벨스는 1920년 후반, 나치당에 입당하여, 아돌프 히틀러의 열렬한 지지자가 된다. 사회주의에 매료되어 히틀러의 독재와 민족주의적 세계관을 퍼트리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1933년 괴벨스는 "대중 계몽 및 선전장관"에 임명되어 미디어 및 문화 전반을 통해 독일 국민의 의식을 통제하고 나치이념을 주입하는데 주력한다. 히틀러의 나치 이념을 홍보하고 반유대주의 정책으로 유대인을 악마화하는데 라디오, 신문, 영화, 대중 집회를 이용한다. 유대인을 탐욕스럽고, 비도덕적인 존재, 독일 사회의 적, 모든 문제의 원흉으로 묘사하는 선전물을 대량 생산했다. 그의 선전 전략은 감정적 호소와 적에 대한 증오를 통해 국가를 단결시키고 독일 국민들에게 유대인 박해와 홀로코스트를 묵인하고 지지하도록 만들었다.


괴테도 1775년, 바이마르에서 공직을 맡으며 정치, 교육, 과학, 철학, 예술, 건축 등 다양한 학문과 분야에 활동하며 탁월한 문학적 성취와 다방면의 기여로 "만능인(Universal Man)" 이란 평가를 받았다. 괴테는 인강 지성의 모든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대표적인 르네상스적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괴테의 문학적 업적 중 가장 중요한 작품은 <파우스트>이다. 인간의 욕망, 지식 추구, 신과 악마의 관계, 인간 존재를 다룬 철학적 서사시로 독일 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괴테는 문학을 중심으로 자연과학, 식물학, 광물학, 해부학, 광학같은 분야까지 연구를 진행했다.


반대로 괴벨스는 반유대주의와 전쟁 선전을 통해 전쟁의 정당화하고 국민들의 희생을 요구하는데 주력한다. 패전의 위기에 처하자 괴벨스는 베를린 대규모 연설에서 <총력전>을 선포하며 모든 자원을 전쟁에 투입하고 끝까지 싸울 것을 요구했다. <총력전>은 당시 독일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결국 독일은 전쟁에서 패망한다. 1945년 나치 독일의 패망이 임박하자, 히틀러의 자살직후 괴벨스도 자신의 여섯 자녀를 독살하고 아내 마그다와 함께 자살한다.


괴벨스는 대중 심리학과 선전 기술, 미디어의 통제를 통해 대중의 감정과 의식을 철저하게 조작하여 독일 국민들을 홀로코스트와 전쟁 범죄에 빠뜨린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선전가로 남아있다. 반면 괴테의 영향은 독일과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퍼졌다.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인간 내면의 갈등과 철학적 사유는 현대 문학의 중요한 주제가 되었다. 괴테의 삶과 문학적 성취는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괴벨스는 단순하고 강렬한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선전 전력을 "단순함의 미학"이라고 불렀다. 괴테는 빛과 색의 관계를 “미학적 관점”에서 설명한색채론을 저술하였다. 괴테와 괴벨스 모두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고, 문학, 정보, 언어, 예술의 힘의 중요성을 알고 그 힘을 추구했다.


괴테와 괴벨스 모두 독일 사회와 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모두 대중을 설득하는 데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물로 괴테는 그의 문학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 냈으며, 괴벨스는 선전과 미디어 조작으로 독일 국민들을 전쟁으로 선동하는 데 성공했다.  


둘은 모두 언어의 힘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언어가 사람들의 사고와 감정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괴테의 목표가 인간의 이해, 철학적 사유, 예술적 탐구였다면 괴벨스의 목표는 대중 조작, 전쟁 선동, 히틀러의 정치적 목표 실현이었다.


인문주의 사상가 괴테의 언어의 힘으로 인류에게 인간 내면의 갈등의 탐구, 인간의 존엄성, 문학과 예술의 유산을 남겼다. 전체주의 사상가 괴벨스는 언어의 힘으로  인류에게 대량 학살과 전쟁 범죄의 파괴적인 고통을 남겼다. 그의 대중 조작과 부정적인 선전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선전과 선동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 언어의 힘에 노출되고 영향을 받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가 갖고 있는 언어의 힘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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