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 Big, Small start, Move fast
삼성디자인멤버십이 있다. 전국에 있는 디자인을 전공하는 대학생들 중에 30-40명을 선발해서 2년간 삼성디자인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이다. 대한민국에서 디자인과를 다니는 대학생들이라면 삼성디자이너들과 함께 삼성의 제품디자인을 배울 수 있는 최고의 인턴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떨어졌다. 그때 같은 조에 있던 다른 학교 지원자가 나에게 해준 말이 있다.
"우리 학교 교수님이 말해 준 말인데요.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Error and Try 실패해도 계속 도전해라.>를 말씀해 주셨어요."
"그리고 <독일 디자인은 튼튼함, 일본 디자인은 정교함, 이탈리아 디자인은 유니크>라고 정의를 내려주셨어요."
"정확한 표현이네요! 하하하!"
20년도 넘게 지난 일인데, 그 말이 기억에 남아있다. 사실 누가 언제 해줬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는다. 한 마디를 더 들었던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그 말도 기억이 안난다. 미술학원을 다니고 미대를 다니면서 선생님들과 교수님들께 그림과 디자인에 대한 테크닉과 기술들을 배웠지만 별로 기억나는 게 없다. 그런데 우리 학교 교수님도 아니고 다른 학교 교수님의 철학적인 디자인 방법론은 왜 기억하는 걸까?
또 기억나는 말이 있다. <Small start, Move fast, Think Big.> 교회에서 아주 똑똑한 누나가 있었다. 외고를 나오고 LG전자에 다녔던 누난데, 회사에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직장 상사가 해준말이라고 한다.
"일이 너무 많고 크면 작게 쪼개서 작은 일부터 해봐!"
누나는 상사가 해준 말에 덧붙여서 <Small start, Move fast, Think Big.>을 알려주었다.
만난 적도 없는 타학교 교수님의 말과, 아는 누나 직장 상사의 말이 내 인생의 명언으로 마음에 간직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선생님, 교수님, 직장상사, 선배, 부모님, 연장자, 친구, 후배, 심지어 어린아이까지 우리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주고 우리가 배우고자 한다면 그들 모두 스승이 될 수 있다.
어느 1타 강사가 자신은 선생님이 아니라 강사라고 자기를 소개했다. 선생님은 가르친 후에 학생들을 평가하지만, 강사는 가르치고 나서 학생들의 평가를 받는다는 게 이유였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가르치는 내용만 제대로 가르치는 강사도 선생님이고, 삶을 살아가기 위한 힘을 키워주는 선생님도 선생님이다. 삶의 철학과 기술은 두 바퀴처럼, 두 날개처럼, 우리에게 모두 필요하다. 우리는 그 둘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을 스승으로 기억하고 존경한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Error and Try 실패해도 계속 도전해라.> <Small start, Move fast, Think Big.> 이 말들을 기억하며 살았지만 삶에 적용한 적은 직장에 있을 때였다. 직장에서는 매일매일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게 내 일이다. 그 일을 완수하기 위해 순서를 정하고 완료기한에 맞춰 일을 끝내고 결재를 올리고 보고서를 써야 했기에 실패해도 끝까지 물고 늘어질 수 있었다. 그런데 퇴사를 하고 혼자 일을 하다 보니 완료기한과 목표가 흐지부지 대기 일쑤였다. 조직의 시스템에서 탈출하여 닦달하고 재촉하고 지적하는 상사가 없으니 마음은 편해졌다. 하지만 조직의 강제성과 상사의 눈치가 없어 군기가 완전히 빠진 전투력 제로의 군인이 돼버렸다. 신선놀이 하다가 도낏자루 썩는다는 말처럼, 이러다 큰 일 날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일 때가 있다.
'이러면 안 돼!'
나이가 많으니 취업도 안되고, 어떻게든 개인사업자든 프리랜서든 돈을 벌어야 한다. 그래서 회사의 시스템을 나에게 적용하기 시작했다. 일과시간을 정해서 시간에 맞춰 일하고, 목표는 반드시 완수하려고 한다. 훌륭한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스터디하며 디자인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애쓰고, 꾸준히 독서하며 지적인 트레이닝을 하고 한다. 함께 글을 쓰는 모임도 신청해서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도 만들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근에는 훌륭한 스승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우선은 책을 통해서 스승들을 만나고, 강연이나 교육으로 인생의 멘토들을 지속적으로 만나려고 한다.
"나는 혼자가 제일 편하고 좋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나는 혼자도 좋지만 함께 있을 때 더 힘을 내고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었다. 강제성, 경쟁, 무서운 상사가 있어야 정신을 차리는 사람이었다.
"사실 나처럼 순서 없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이 명언들이 내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마음에 품고 있는 것 같다. 이젠 기억만 하지 말고 제대로 써먹을 때가 되었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Error and Try 실패해도 계속 도전해라.> <Small start, Move fast, Think Big.> 이 말의 정신으로 목표를 정하고 순서대로 진행하고 시작한 일은 반드시 마무리를 짓고 열매 맺는 사람이 되고 싶다.
PS.
12살 때부터 미술을 했으니까 30년이 넘었다. 그 긴 시간 동안 나의 미술과 디자인 철학의 비밀을 하나 밝힐까 한다. 그 비밀은 대학교 1학년 디자인 전공수업 시간에 교수님에게 들었던 한 단어였다.
그 단어는 바로, "조화"였다. 아! 나의 영업 비밀을 밝혀버렸다! 영어로 BALANCE, HARMONY라고 할 수 있다. 그 한마디 단어가 내 평생의 디자인 작품의 핵심 키워드가 되었다. 사람들은 특이한 것에 현혹되지만 결국 조화로운 것을 선택한다. 좋아 보이는 것, 멋진 디자인, 훌륭한 작품은 모두 "조화"롭다. 디자인을 하던, 글을 쓰던, 그림을 그리던 결국 완성을 해서 세상에 내놓아야 한다. 그 마무리의 시간, 완성의 시간에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것이 "조화"라고 생각한다. "조화"롭지 않은 훌륭한 완성작은 없다. 더 들어가면 영업기밀이 모두 드러나니까 여기까지만 설명하겠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Error and Try 실패해도 계속 도전해라.>에 이어 <BALANCE & HARMONY 조화로운 완성.>으로 명언을 채우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