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폭식

by 태리우스

2025년 6월부터 6개월 동안 초가공식품을 먹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초가공식품을 먹은 게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일본에서 맥도널드 햄버거와 라멘들, 생일날 피자, 빵들을 먹긴 했었지만 그래도 초가공식품을 먹지 않겠다는 다짐은 무너뜨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12월의 어느 날 10시간 정도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먹은 거라곤 오트밀 뿐이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생 오트밀을 뻥튀기처럼 손으로 쥐어 입에 넣어가며 먹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제주도를 갔는데, 너무 배가 고파도 너무 고팠습니다. 배가 너무 고파서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두 개 사고, 비행기에서 주는 빵, 밥을 모두 해치우고 주머니에 있던 작은 초콜릿 몇 개도 먹었습니다. 그리고 김밥도 사 먹고 탄산수도 먹었습니다. 그렇게 첫째 날이 지나고 다음날도 배가 고파서 아침부터 식당을 알아봤습니다.


그날부터 제주도에 있는 한정식집 무한뷔페코너에서 4일 동안 배가 찢어질 듯 먹었습니다.


첫째 날 제주도가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워서 6개월 만에 떡볶이를 먹었습니다. 붉은 소스가 덮인 채 윤기가 흐르며 반짝반짝 빛나는 통통한 떡볶이에서 모락모락 김을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젓가락으로 떡의 허리를 잡아 입으로 넣으니 달콤하고 매콤한 부드러움에 추위가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좋아하는 호박샐러드, 고구마샐러드도 맘껏 먹었죠. 거의 몇 년 만에 타코야키도 먹었죠. 버터구이 옥수수도 먹었습니다. 그래도 튀김, 치킨, 과자는 먹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었죠.


둘째 날도 같은 집에 가서 폭식을 했습니다. 첫째 날은 배가 많이 불렀지만 그렇게 우울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둘째 날도 폭식을 하니 급격히 우울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리고 너무 많이 먹어서 배가 아팠습니다. 과부하로 고생한 위에게 또 한 번 퇴근시간에 일거리 폭탄을 던져준 셈이었죠. 위가 힘이 버거운 게 느껴졌습니다. 한 시간 정도 운동을 돌고 나서야 겨우 잠을 청하러 숙소에 갈 수 있었습니다.


셋째 날은 더 많이 먹겠다는 전략을 철저히 세웠죠. 뷔페에 가서 많이 먹을 수 있는 비결 중에 하나는 액체를

최대한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음료수, 국물류는 절대 금물이죠. 왜냐면 액체를 먹으면 먹은 음식물이 물에 불어서 더 위를 빨리 채우기 때문에 더 많이 못 먹게 된다는 저만의 뇌피셜입니다. 그래서 초반부터 아주 꼭꼭 씹으면 열심히 먹었습니다. 확실히 차곡차곡 빽뺵하게 위를 채워나가니 더 많이 먹는 것 같았습니다. 기분도 좋았죠. 하지만 점점 후반기로 갈수록 뭔가 심상치가 않았습니다. 위에 여유를 주면서 먹어야 하는데, 가죽주머니에 진흙을 가득 채운 것처럼 위가 무겁게 느껴지면서 심지어 아프기까지 했습니다.


IMG_8122.HEIC 배가 너무 불러 괴로워하는 모습


도저히 더 이상은 먹을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음식을 남기면 환경부담금을 내야 한다는 말에 마지막에 귤과 순두부 국물을 입에 때려 넣었습니다. 서둘러 자리에 일어났는데, 배가 불러서 걷기도 힘든 상태가 돼버렸죠.

얼마나 먹었는지 왼쪽 옆구리와 아랫배에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위가 가득 차서 갈비뼈를 찌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생각을 하니 지금도 그 부분에 미세한 통증이 느껴지네요.


3일 동안 초고강도 폭식을 했더니 위가 풍성처럼 거대하게 부풀어 올라 너덜너덜해진 것 같았습니다. 몸을 혹사시키면서까지 폭식을 한 자신이 한심했습니다.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하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했지만 소화는 생각만큼 바로 되지 않았습니다. 두 시간 정도 걷고 나서야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은 고구마 식빵을 통째로 먹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도 또 같은 뷔페를 갔죠. 하지만 그날을 과거만큼 폭식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떡볶이, 타코야키 같은 밀가루 음식도 먹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에 호박, 고구마 샐러드를 엄청 먹은 게 후회되지만 그래도 나름 절제하며 뷔페를 즐기고 깔끔하게 식당을 나왔습니다.


제주도에서 5일 동안 다이어트의 철저한 실패를 겪었습니다. 제주도에 오기 전에 10시간 동안 오트밀만 먹고 자전거를 탔던 게 폭식을 불러온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제주도에서 폭식을 하지 않았더라면, 저는 더 건강하게 체중이 감량돼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컨디션의 몸상태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5일 동안 폭식과 초가공식품을 먹음으로써 그 기회는 사라져 버렸죠.


ChatGPT에게 저의 몸무게와 키를 입력하고 표준 체중을 물어보니 얼마라고 말해줍니다. 아직 갈길이 멉니다. 제주도에서 폭식만 안 했어도 좋았으련만..... 다시 한번 허리띠를 졸라매야겠습니다.

연말에 배가 불러서 허리띠를 푸는 일이 안 생기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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