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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Jul 15. 2024

의심은 때로 확신을 뜻한다

나에게 초점 맞추기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서울에 올라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많이 외로웠는데 나를 잘 알고 누구보다 응원해주는 친구와 마주하고 있으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솔아, 왜이렇게 주눅들어있어? 내가 알던 네가 아닌 것 같아"


오랜만에 내 '마음'을 털어놓아서일까? 말이 잘 안나왔다.

더듬거리고 절고 눈을 마주하고 있으니 아무 말 안해도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시선을 피하다보니 친구 입장에서는 더 걱정스럽고 안쓰러웠나보다.


실제로 울지는 않았지만 몇번이나 울컥울컥 울음이 차올라서 

참느라 고생했다. 당황스럽기도 했다. '나 이렇게 힘들었나?'

중간중간 힘들고 답답하긴 했지만 원래 걱정이 많은 편이어서 

'또 이러네~'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외롭고 힘들었구나 싶었다.


"사실 요즘은 잘 모르겠어. 너도 알겠지만 조금 느리고 부족해도 항상 내가 하는 선택에 

어느 정도 고집이나 확신이 있는 편이었는데.....지금은 자꾸 자격을 논하게 되고 비교하게 되고 그렇네"


솔직하게 약한 소리를 하는 건....정말 오랜만이었다.

괜찮은 척은 제일 잘하는 일 중 하나였는데 이번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안그래도 애쓰고 있는데 친한 친구 앞에서까지 거짓말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마음 한켠에서 '위로받고 싶어, 응원받고 싶어'라는 목소리가 들렸고 무시하고 싶지 않았다.

안전한 관계 속에서 충분히 지지받고 싶은 마음을 무시하면서까지 버텨야 하나?

그렇게 버텨서 내가 얻는 것은 무엇이고 그걸 과연 '얻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솔아, 너를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 없었어.

물론 전문성이나 능력/기술은 부족할 수 있지. 그건 누구나 그렇잖아? 

내가 이야기하는 건 너라는 '사람', '존재'는 충분히 멋있고 부족하지 않다는 거야.

하고 싶은 거 해도 되고 할 수 있고 네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

틀릴 수 있지, 실수할 수 있고. 근데 그게 왜? 사람은 다 그렇게 살아가고 성장하는 거잖아.

너는 지금 '너'라는 존재를 의심하고 있어. 너는 그런 애가 아니였는데 

듣는데 너무 속상하네"


그 말을 듣는데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모자랄 수 있지. 나는 그걸 채울 수 있는 사람이고.'

나의 질문은 항상 '잘 할 수 있을까? 제대로 할 수 있을까?'였다.

하지만 요즘은 계속 '해도 되나...? 이래도 되나...?' 

질문이 아닌 의문/의심에 가까운 생각들로 괴로웠다.

누구의 허락이 필요한 일이 아닌데 

삶이라는 건 결국 성공도 실패도 '나'로부터 시작해 내가 감당해야하는 것이기에 

의문이나 의심은 거두고 

오히려 그런 생각이 들만큼 하고 싶고 이왕이면 '잘'하고 싶은 거라고 

있는 힘껏 나를 응원해주기로 했다.


이렇게 생겨먹은 나, 나는 좋아한다.

누군가는 나를 답답해할 수도 있고 효율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거 하나하나 다 맞춰가며 살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최선을 다하자. 후회없게. 미련없게.





긴 대화를 끝내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안녕- 인사하는 순간 

친구가 꼭 안아줬다.


"괜찮아, 너무 힘들면 꼭 말해! 내가 무급 휴가까지 써서 2주 이상 네 옆에 있을게"

한번씩 이상한 데 꽂혀서 주변을 보지 못하는 것 같다.

의심하고 미워하는 사람들보다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훨씬 많고

그들의 마음이 의심과 미움에 비하면 훨씬 큰데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고, 사랑받고 싶다' 라는 

비현실적인 강박에 걸려 넘어지고 다치는 순간들이 많다.


'자기성찰'은 분명 필요하지만 

그것이 자기 검열을 넘어 자기 비난/혐오로 가지 않도록 

마음을 잘 다독이고 다스리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모든 두려움뒤에는 늘 열망과 소망이 있다'는 말처럼

부정적인 것에 가려진 나의 진심을 포기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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