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걸 강요하고 있나

익숙한 스트레스 해소방법 - 폭식

by 진솔


아침에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이게 진심 우리집이라고..? 내가 어제 이렇게 해놓고 잤다고?'

도둑이 들어온 줄 알았다.

어젯밤 폭식의 흔적이 적나라하게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익숙하면서도 오랜만이라 낯선 폭식의 잔해.


해야할 일이 산더미같이 쌓여있다고 말하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종일 보고 있어도

머리에 뭐 하나 남지 않는

웹소설이나 일드 등의 콘텐츠 폭식에 몰두하는

내 모습은 참 한심하다.

한심하고 안타깝다.


어제 자기 전에 이런 생각을 했더랬다.

"폭식을...왕창 해버렸으니까 내일 일어나면 2시간 요가하자"

2시간 요가

2시간!

안 그래도 무기력해서 방바닥에 눌러 붙어

사방에 과자 봉지를 늘어뜨려 놓은 인간이

다음날 자신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

'2시간'동안이나 요가를 할 수 있다고,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말이 되나?


눈 뜨자마자 거실 모습에 경악하고

어제 찾아 놓은 2시간 요가 영상 알람에 이마를 짚었다.

어쩜 이렇게 한결같니 진솔아




문제는 보내야 할 등기 우편이 있어

편지를 4장이나 써야했고 새벽 늦게 잠든 탓에

오전 시간이 거의 날아간 상황이었다.


무엇이 우선인가

2시간 요가? 우편? 오후 일정을 취소해?

순간적으로 온갖 생각이 다 들었지만

역시나 타인과 엮여있는 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우선이었다.

씻지도 않고 책상 앞에 앉아 편지를 썼다.


2시간 요가는...너무 하잖아

50분 영상을 찾았다.

반이나 줄어든 영상을 따라하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이것도 이렇게 힘든데 무슨 2시간이야

진솔아 그냥 10분만 해도 돼, 10분이라도 뭐라도 하는 게 중요해'


요가를 끝내고 잠시 누워 마음을 가다듬었다.

대체 어제의 폭식(콘텐츠+음식)은 뭐였을까

뭐 떼문에 한주의 시작인 월요일에 내 뒷통수를 치고 갔나


이전글에도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불안과 그 불안에 대한 답답함

해야할 일은 정해져 있고 아직 굶어죽을 정도의 상태도 아니다.

그냥 끝없는 자기의심이 나를 괴로움의 고리에 갇히게 만들고 있다.

정말

정말

정말 이게 맞아? 라고 묻고 있다.

이게 맞고 아니고는 정해져 있지 않다.


오늘 본 일본드라마 '이직의 마왕'의 주인공도 말하잖아.

자신이 정한 게 결국 정답이라고

틀릴 수도 있지만 그러면 다시 때에 맞는 정답을 찾으면 된다고

지금 정답이라고 믿는 것을 '믿고' 가야한다고.


폭식은 결국 자기 비난이다.

너는 이렇게 살 수 밖에 없는 인간이라고 단정짓고

폭식과 자괴감 그리고 그 이상의 문제 행동에

스스로를 밀어 넣는 자기 비난의 끝.

위로가 아닌 비난.




나를 갉아먹는 습관들을 마주할 때마다

왜 이렇게 자라버렸을까 - 라는 질문을 떠올린다.

끈기있고

제 삶을 사랑하고

실패를 경험삼아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깔끔하고 가볍고 동시에 진중한 이들을 볼 때마다

나와 비교한다.


그들은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을까

어떤 부모를 만났을까

어떤 말을 들으며 자랐을까

어떤 취향을 갖고 있을까

무엇을 보고 들으며 자랐을까

.

.

.

근데 그런 생각을 계-속 하면 결국 '탓'만 하게 된다.

과거 안에 살게 된다.

누구나 제 몫의 외로움과 힘듦을 지고 살아간다.

각자의 삶 속에서 최선을 다한다.

아쉬움도 있고 속상함도 있다.

억울함도 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자신을 키운다고 생각해야해요, 재양육의 과정입니다'

내담자들에게 꼭 한번씩은 하는 그 말을 오늘의 내게 해주고 싶다.


어떤 과거를 살아왔건 앞으로 너와 함께할 나는 다를거야.

너를 응원하고 사랑하고 지지할거야.

익숙한 방식으로 너를 비난하고

유치하게 비교하는 일도 있겠지만

다시 너의 곁에서 '조금씩 해보자'고 말할게.


30년 이상 살아왔잖아

죽지 않고 살아버리고 말았어!

이왕 계속 살 거 맘대로 살아봐!

네 마음에 솔직했으면 좋겠다.

'척'하지 말고 '탓'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하자.


응원할게.

진심으로.

진심이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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