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경험이고 과정
어긋나고 실패하고 좌절하고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모든 일을 포기하면 안되는 건 아니지만
살다보면 '아...이건 한번에 안되겠네' 싶은 일들이 있다.
솔직히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다.
한번에 되는 일은 잘 없다.
나는 '한번에' 뭔가를 익히고 외우고 해내는 걸 좋아했다.
그리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칭찬받고 인정받기 위해서!
근데 그게 마음처럼, 바람처럼 되냐구요.
항상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했다.
가장 최근의 사례를 얘기해보자면
(거의 7년 전이니 최근도 아니다)
일본 공항에 취업해 사수에게 교육을 받을 때였는데
안그래도 어색하고 어려운 비지니스 용어들과
현지인의 빠른 말속도, 쉼없이 나가는 진도, 반복, 과제, 시험 등으로
한껏 예민해져 있었다.
사수가 하는 말을 어떻게든 다 머릿속에 집어 넣으려고 했고
교육 노트가 까만 글씨로 가득 찰만큼...거의 모든 말을 받아 적었다.
집에 가서는 혼자 역할극을 하거나 셀프 테세트를 몇번이나 했었다.
진솔씨는 한번 알려준 건 절대 안까먹네요!!
대단하다!
회사에서 나름 엄격하기로 소문난 사수에게 들은 최고의 칭찬이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었나?
하지만 나는 고래가 아니기에
그 말을 어떻게든 지켜내고 싶어서 더 애를 쓰고 기를 썼다.
꽤 빠르게 현장 데뷔를 했고
국내선과 국제선을 오가는 외국인 스탭이 되었다.
뿌듯했고 좋았지만 한편으론 두려웠다.
영영 실수하면 안될 것 같다는 압박감과
실수 후에 날아올 평가들에 대한 불안감때문에
데스크에서 과호흡을 경험한 게 한두번이 아니다.
'실수하면 안돼!!!'라는 마음은 '질문하면 안돼!!'로 이어졌다.
깜빡할 수도 있고
신입이니까 모르는 게 많은 건 너무나 당연하고
실수를 해야 배우는 것이 있고
실수를 통해 더 확실히 입력되는 것들이 있는데
나는 알지도 못하고 묻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어떻게든 혼자 해내려고 난리치다가
생리가 멈추지 않는 이상 증세가 나타났고
폭식과 우울의 재발로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일을 그만뒀다.
종종 그때를 떠올린다.
조금 더 주변에 기대고 의지했다면 어땠을까?
'잘하는 사람, 능력있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함께 일하는 동료'가 되는 게 아니었을까?
이외에도 실수나 실패가 두려워서
아니 어쩌면 그 다음에 일어날 일들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하고 확신해서
꾸준히 하지 못햇던 일들이 참 많다.
도망치기 바빴던 날들이었다.
자신에게 '다음'이 있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냥 한번에 끝이라고 몰아세웠을 뿐.
이런 마음이 대체 어디서 온 건지(눈물)
너무나 답답했었는데
공부하고 상담받으면서 알았다.
'나라는 존재는 부족해, 못났어' 라는 생각이
삶의 기본 전제였기 때문이다.
조금 더 자신에게 허용적이고 수용적인 태도를 가져야한다는 걸
그래야 다음이 있고 성취가 있고
설령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경험'이 될 수 있음을
이제는 조금...어렴풋이 알 것 같다.
준비하던 프로젝트가 하나 있었다.
진행 과정이 원활하지 않았고
다소 급했고 체계도 없었다.
'일단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실패했다.
아쉽게 이번에는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속상하고 섭섭하고 (누구한테 섭섭한거야)
그냥 안되는 건가, 하지 말아야 하나 라는 생각도 했는데
포기를 납득하고 싶지 않았다.
이게 끝이 아니길 바랐다.
이 실패를 통해서
'일단 그냥 해보자'는 먹히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으니
다음은 좀 더 체계적으로 차근차근 준비할 차례가 아닐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칭찬받고 싶어서도 아니고 인정받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냥 우리가 해보고 싶었다.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였다.
그러니까 첫 시도가 잘 안됐다고 해서
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욕하면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
스스로 욕하지 않으면 그걸로 됐다. 그게 중요하다.
실패는 성장의 기회고
실수는 질문의 초고다.
성공이 꼭 끝을 뜻하지도 않고
성취만이 목표는 아니다.
'삶'에는 과정 자체가 성취이자 목표인 일들로 가득하다.
부디 내가 도망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그리고 앞으로는
납득할만큼 진득하니 매달려봤으면 좋겠다.
척하지 말고
거짓말하지 말고
한번에 다 해내려 하지말고
(과대 평가 그만해!)
그냥 그 때 배울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를.
그리고 이 시행착오가 멋진 서사가 되어줄 거라 믿는다.
원래 매력적인 서사는 무수히 많은 실패와 실수를 동반하지 않는가
오늘은 일찍 자고
내일부터 또 힘내보자.